ISSN : 2287-8165(Online)
DOI : https://doi.org/10.12719/KSIA.2012.24.5.507
보리산업의 현황과 수매중단에 따른 대응방안 - II. 보리 수매중단에 의한 가공업체의 원료맥 수급상의 문제점과 그 대응방안 -
Current State of Barley Industry and Counterplan against the Abolition of Procurement System of Barley
Abstract
- 2.보리산업2.pdf351.8KB
보리의 정부 수매제도 체계에서 겉보리, 쌀보리는 그동안 공매를 통해 보리 가공업체에 공급되어 왔다. 그러나 2012년부터 정부수매가 중단됨에 따라 공매를 통하여 원료보리를 공급받지 못하는 가공업체들은 원료보리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태까지 정부의 수매제도는 가격과 물량의 안정적 확보에 큰 기여를 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공적성에 맞는 품종의 보급과 품질의 차별화면에서는 커다란 제약요인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노(2009)가 수매중단 이후의 보리재배는 생산단계에서부터 계약재배를 통해 품질향상, 판로확보 방안마련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바와같이 수매제도 폐지에 맞추어 다양한 가공용도별 보리품종을 생산자와 가공업체간에 적절한 계약을 통하여 재배할 수 있다면 가공제품의 품질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수매제도의 중단으로 당분간 보리의 수급에 많은 혼란이 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기초자료를 얻고자 보리 생산자 단체와 보리 가공업체를 방문하여 원료맥 수급상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재료 및 방법
보리를 함유한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153개소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가공제품 생산업체 대부분은 1차 가공된 보리원료를 구입하여 2차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많았다. 본고에서는 우선, 수매된 보리를 공매를 통하여 매입하여 1차적으로 가공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업체는 2011년 상반기에 보리 공매에 참여했던 업체로 원료보리의 확보를 위해 어떠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원료보리 확보를 하기 위한 현장의 애로사항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기술적 건의사항은 무엇인지를 조사원들이 직접 방문 면담을 통하여 조사하였다. 조사내용은 해당 가공업체의 생산 제품 종류, 원료보리의 수급현황, 수매중단 시 원료보리 확보 방안, 원료보리 가격형성, 품종별 계약생산 의향, 현장의 애로사항, 대정부 건의사항 등이었다.
결과 및 고찰
2011년 상반기에 정부 보리공매에 참여한 업체는 총 47개였으며 전북지역이 가장 많은 12개 업체였다(Table 1). 이들 공매 참여업체와 생산자 단체(지역농협)의 면담조사를 토대로 수매중단에 따른 각 맥종별 원료보리 수급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찰보리
Table 1. Regional dispersion of enterprises participating in public sale of barley (First Half of 2011).
가. 현황
1994년부터 정부수매와는 무관하게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찰보리를 도정하여 소포장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찰보리쌀소포장 판매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현재는 일반보리 도정업체도 참여한 가운데 찰보리생산자와 가공업체간에 계약 생산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찰보리가격은 구입당시에 형성되는 시장가격에 의해 이루어진다. 찰쌀보리 원곡은 평균적으로 40 kg당 32,000원 ~ 35,000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어 2011년 쌀보리 수매가격인 40 kg당 27,320원(1등급)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찰보리쌀은 소비자의 기호성이 높고, 품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찰보리 품종에 대한 가공업체와 생산자 농업인의 인지도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품종별로 채종단지가 조성되어 종자가 공급되고 있다. 찰보리 품종은 새찰쌀보리와 흰찰쌀보리가 주로 재배되고 있는데, 지역별 소비자의 보리쌀에 대한 기호도를 보면 영남지역의 소비자는 예로부터 보리밥이 부드러운 병성형의 품종을 선호하는 반면, 호남지역의 소비자는 보리밥이 다소 딱딱한 와성형 품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찰보리품종에 있었어도 병성형인 새찰쌀보리와 와성형인 흰찰쌀보리가 지역에 따라 달리 소비되고 있다.
나. 문제점
찰보리쌀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피해 농가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즉 수요는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보리 재배농가들이 현재로서는 가격이 가장 좋은 편인 찰보리 재배에 집중할 경우 가격이 폭락할 우려가 있다.
또한 순도 높은 찰보리 종자의 확보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찰보리쌀은 찰성의 순도가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므로 순도 높은 종자를 원하고 있으나 보급종 종자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업체에서 구입한 원맥 중에서 일부를 종자로 계약재배 농가에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많은 가공업체에서 순도 높은 찰보리 종자의 확보를 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찰보리쌀의 품질 규격이 특품(순도 97%이상), 상품(94 ~ 96%), 보통(90 ~ 93%)으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찰보리쌀 제품에는 등급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가 품질을 판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영남지역 소비자가 선호하는 병성형인 새찰쌀보리는 와성형인 흰찰쌀보리보다 남부지역에서는 수확량이 적어 제품가격도 다소 비싸다고 한다.
다. 대응방안
찰보리쌀의 수요확대를 위해서는 이를 이용한 가공제품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 일부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찰보리 가공제품의 개발을 추진하고는 있지만(강, 2009; 김, 2012)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찰보리 가공산업을 육성해야만 기대한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찰보리에 있어서는 특성상 순도유지를 위해서는 보급종 종자를 보다 확대하여 100% 종자 갱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국립종자원에서 100% 보급종 공급을 하기 어렵다면 민간에서 자체 보증종자를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찰보리종자생산 시설 및 구입자금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찰보리쌀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찰보리쌀의 찰성 순도에 따른 품질등급제가 철저히 시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품질 모니터링이 제도화되어야한다.
그리고 남부지역에 병성형 고품질 다수성 찰보리쌀 품종 비교시험을 통해 적합한 품종을 선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2. 쌀보리
가. 현황
쌀보리는 정부의 보리 재고물량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그동안 재배 감축의 첫 번째 대상품목이 되어왔다. 그리고 2012년 정부 수매중단 계획과 동시에 수매가격의 지속적인 인하로 쌀보리 재배면적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향후에도 현재의 수매가격 수준의 가격이 그대로 형성된다면 쌀보리 재배면적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었다. 쌀보리가 그동안 전남북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철에 재배되는 주요 소득작물이었다. 현(2007)은 보리주산지역의 보리소득비율은 2006년에 농가소득의 26% 수준에서 2017년에는 32%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런데 쌀보리 재배부분을 타 겨울작물이 채워주지 못한다면 농가소득 면에서 큰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쌀보리 가공업체도 많은 부분을 정부공매에 의해 쌀보리 원료곡을 공급 받아오다가 공매되는 쌀보리도 없어지고 농업인들조차 쌀보리 재배를 기피할 경우, 원료곡 공급에 큰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 예측하였다. 그 우려대로 최근 쌀보리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시중에서는 품귀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쌀보리의 주 가공용도는 도정한 식용 보리쌀이거나 주정 원료용이다. 그러다보니 가공업체는 쌀보리의 품종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으며 종자도 수매한 쌀보리 중에서 괜찮은 것을 골라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쌀보리의 경우는 보급종 종자가 전혀 생산되고 있지 않아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나. 문제점
보리공매는 매월 실시하였으므로 별도의 원료곡 보관창고가 크게 필요치 않았으나 이제는 보리 전량을 일시에 구입하여 저장해야 하므로 이를 수용할 창고가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보리를 공매할 때와는 달리 수확기에 일괄적으로 구입해야 하므로 이를 충당할 자금마련이 어렵다. 게다가 그동안 계속되는 수매가격의 하향조정으로 쌀보리 생산농가의 재배의욕이 크게 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쌀보리 품귀로 인해 폭등하는 시중가격의 영향으로 내년에 새로운 수요의 확보 없이 재배면적만 급격히 늘어난다면 가격이 폭락하여 재배 농민의 피해가 우려된다.
다. 대응방안
농가에서 구입한 대량의 보리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공장 내에 저장 사일로의 설치는 원료곡의 투입, 저장, 배출이 손쉬워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400톤급 사일로 2기의 저장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비용은 7억~8억원 정도가 소요되며 지원 비율은 국비 50%, 지방비 20%, 자체부담 30%가 적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매대신 원료보리의 일시 구입에 따른 보리 매입자금의 지원도 필요하다
수매제도 폐지에 따른 보리생산 농가의 소득보전과 가공업체의 안정적 원료곡 확보를 위해서 정부의 보다 과감한 시설투자와 자금지원이 이루어져야 향후 우리밀살리기 운동과 같은 국가적 어려움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크게 위축된 쌀보리 생산농가의 재배의욕을 일정수준 회복시켜야 한다. 따라서 쌀보리 제품의 가격안정화를 위해서는 사료용 및 주정용으로의 일정 수요량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려는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청보리와 밀에서 실시하고 있는 경관 보존 직불제를 확대하여 쌀보리에도 적용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3. 겉보리
가. 현황
겉보리는 생산량 자체가 쌀보리보다 적을 뿐 아니라 식용 늘보리쌀의 소비 외에도 엿기름, 보리차 등 가공용으로의 소비가 많아 정부재고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보리 수매가격이 인하되자, 겉보리도 동반하여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들어 그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그 여파로 최근에는 겉보리 원맥의 품귀로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겉보리는 가공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어 수매제도의 중단을 오히려 반기는 업체도 있다. 공매보리는 구입 시 품질을 미리 알 수가 없으므로 저급 품질의 원료곡이 배정될 경우에는 가공제품의 품질도 나빠져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중 겉보리가격이 호조를 보이고, 품질 좋은 겉보리 원곡에 대한 가공업체들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재배면적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겉보리의 가공 용도는 도정한 식용 늘보리쌀 뿐만 아니라 엿기름, 보리차 등 가공용으로의 이용성이 많으므로 가공업체들은 원료 겉보리의 품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겉보리는 용도별 전용품종의 보급과 재배의 단지화를 추진할 여지가 가장 높은 맥종이라 여겨진다.
나. 문제점
쌀보리의 문제점과 동일하게 겉보리에서도 보리 매입자금의 지원과 매입보리의 저장시설이 필수적이다. 특히 겉보리는 엿기름으로의 이용성이 높은 편이라 종실의 발아율이 가장 중요한 검사 요인인데, 이를 검사할 체제가 마련되어 있지 못한 점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맥주보리의 경우는 맥주회사 자체에서 발아율을 조사하여 맥아제조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겉보리의 용도별 전용품종이 개발되어 있으나 수매등급에 치우진 품종선택으로 전용품종이 전혀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 대응방안
쌀보리와 동일하게 겉보리 원료곡 저장시설 설치와 매입자금의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그리고 겉보리의 발아율을 검사하여 등급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겉보리는 가공용도별 품종의 종자생산과 가공업체와 생산농업인 간의 계약생산체계의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가격폭등에 영향을 받아 재배면적이 크게 확대된다면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계약생산을 통해 수급조절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적 요
보리 수매중단에 따른 맥종별 원료보리 수급현황과 문제점 및 앞으로의 대응방 안에 대한 기초자료를 얻고자 보리 생산자 단체와 보리 가공업체를 방문하여 조사한 바를 살펴보면
1. 찰보리의 경우는 생산농가와 가공업체간에 계약재배가 잘이루어지고 있으며 가격도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2. 그러나 찰보리 품종의 보급종 종자가 부족하여 찰보리쌀 제품의 찰성순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어 보급종 종자의 보급확대와 찰성 순도를 유지하기 위한 품질등급제의 도입이 필요하였다.
3. 쌀보리의 경우는 정부재고물량 감축을 위해 수매가격의 과도한 하향 조정이 있었다. 이로 인한 재배 위축으로 수요물량을 충당치 못하여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차후에는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폭락도 예상되었다.
4. 따라서 쌀보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서는 사료용과 주정용의 일정 수요량을 지속시키는 정책적 판단과 지원이 필요하였다.
5. 겉보리는 그동안 수요량과 공급량이 안정적으로 원활하게 유지되어 왔으나 전체적인 보리수매가의 하락으로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가격폭등을 보였다.
6. 겉보리는 다양한 가공용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수매제도 폐지에 따른 계약 생산으로의 전환은 가공제품의 품질을 높일수 있는 기회인만큼 가공적성에 맞는 다양한 품종이 보급되고 가공제품에 대한 품질등급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사 사
본 연구는 2011년 농촌진흥청 공동연구과제 지원에 의해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