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벼가 유럽지역에 전파된 것은 기원전 4세기경으로 서부 아 시아에서 지중해 지역을 거쳐 유입되었으며 9세기경에 북부 이 태리를 시작으로 10세기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재배가 이 루어졌다. 이 시기에는 식량보다는 주로 위장병 치료와 같은 의약적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재배면적도 한정적이었다(Ferrero & Vidotto, 2010). 유럽에서 본격적인 벼 재배는 15세기 이후 로(Brigitte et al., 2014) 현재 유럽연합(EU)은 약 43.1만 ha 에서 2.9백만 톤의 벼를 생산하고 있으며 주된 생산국은 이태 리와 스페인이다(Eurostat, 2019). EU는 주로 자포니카 벼를 재배하고 있으며 품종개발과 재배법 그리고 내재해성 관련 연 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Hansjoerg, 2017). 또한 직파재배 기술이 발달되어 있으며 European Rice Germplasm Collection (ERGC)을 활용한 유럽 적응 품종육성과 미국 및 열대 자포니 카(Tropical japonica)를 포함한 다양한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Sleper and Poehlman, 2006).
한편 우리나라에서 벼 연구는 1931년으로 권업모범장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으며 1970년대 국제미작연구소(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 IRRI)에서 도입된 유전자원을 활용하 여 자포니카와 인디카형 벼가 교잡된 통일벼를 개발하기도 하 였다. 현재까지 300여 품종의 벼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 원에서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NICS, http://www.nics.go.kr). 그러나 육종에 사용한 교배모본을 보면 국내 육성품종과 일본 품종 위주의 제한된 유전자원만 활용하였으며 유럽품종이나 유전자원을 직접 육종에 활용한 예는 없는 실정이다(Yi, 2017). 국내 벼 육종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기상이변에 대 처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신품종 육성에 사용된 유전자원과 교배모본들의 유전적 다양 성이 협소하다는 것인데, Kwon et al.(2017)은 초위성체마커 (Microsatellite)를 이용하여 국내 육성 벼 품종을 대상으로 유 연관계를 분석한 결과 DNA 수준에서 다양성이 매우 낮았다 고 보고한 바 있다. 낮은 유전적 다양성은 잡종강세를 약하게 하고 특정 병해나 기상재해에 대한 형질개량을 어렵게 한다는 단점이 있어 기존 품종보다 유전적으로 우수한 품종을 육성하 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국내 벼 유전 자원의 다양성 확보와 유럽지역에서 수집된 벼 품종을 국내 육종소재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유럽의 품종등록 현황을 알아보고 유럽 벼 49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하면서 주 요 농업특성을 조사하였다.
재료 및 방법
유럽 벼 품종 등록 현황 조사
유럽연합에 등록된 벼 품종현황은 EU Plant variety database(https://ec.europa.eu)를 활용하여 조사하였다. 품종의 등록 및 유지 현황, 등록년도, 등록국가 및 종자보급 회사 등 을 분석하였다.
주요 농업형질 조사
본 실험에 사용된 벼는 골든시드프로젝트(GSP)의 일환으로 수집하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 기탁한 품종 중 EU Plant variety database에 등재되어 있는 ‘Mare’ 등 49 품종을 사용하였다(Table 1). 주요 농업형질과 미질 관련 특성은 2016 년 하계에 경북대학교 군위 실습장 벼 교배친 포장에서 표준 재배법으로 재배하면서 조사하였다. 먼저 파종을 위하여 스포 탁 용액에 2일간 종자를 침종하여 소독한 다음 5월 10일 원 예용 파종상자(60공)에 파종 후 육묘하였다. 육묘된 모 중 건 전한 개체를 6월 10일 재식거리 30×15 cm로 주당 1본씩 손이 앙 하였다. 간장, 출수기 등 주요 농업형질은 농촌진흥청 농업 과학기술 연구조사분석기준(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2003)에 준하여 조사하였다. 통계처리를 위하여 간장, 수장 및 수수는 주당 10본씩 조사하여 평균을 구하였으며 조사계통의 30% 이상이 출수한 날을 출수기로 산정하였다. 천립중은 계 통당 현미 100립을 계측하여 천립중으로 환산하였으며 단백질 과 아밀로스 함량은 각 품종별 현미를 조제 후 벼 전용 자동 성분분석기(NIRT Grain Tester AN-820, Kett)를 이용하여 분 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유럽연합(EU)의 벼 품종 등록 현황
EU의 벼 품종육성 현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EU Plant variety database에 등재된 품종을 조사한 바(Table 2), 2020년 기준 585 품종이 등재되어 있었으며 그 중 64.6%인 378 품 종은 현재 등록을 유지하고 있으며 35.4%인 204 품종은 등록 이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이 유지되고 있는 품종은 이 태리가 225 품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스페인이 73 품 종으로 이들 두 국가가 전체 품종의 약 88%를 차지하였다. 반면 벼 재배면적이 그리스와 비슷한 포르투갈은 등록된 품종 이 4개로 가장 적게 나타났다. 유럽은 벼 재배면적이 우리나 라의 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개발된 전체 품종수는 2배 이상으로 많았다. EU에 등록을 유지하고 있는 387 품종의 연 도별 등록현황을 보면(Fig. 1), 2011년 이후 연평균 20품종 이 상이 지속적으로 등록되고 있으며 2012~2014년 사이에는 98 품종이 등록되기도 하여 EU의 벼 품종 개발은 매우 활발한 것으로 판단된다. EU에서 벼 품종을 보급하고 있는 주된 회사 는(Fig. 2) 이태리 회사인 Lugano Leonardo, Ente Nazionale Risi, Sa. Pi. Se Sardo Piemontese Sementi 및 AL. MO spa가 전체 품종의 48%를 담당하고 있으며 16%는 Semillas Certif. Castells 등 3개의 스페인 회사였다. 그 외는 영국 회 사로는 Gentinetta Eugenio, 프랑스 회사는 Centre Français du Riz 등이었다. EU의 경우 벼 연구는 주로 국가기관이나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품종 보급은 민간회사가 담당하 고 있다(Yi, 2017). EU의 벼 품종 보급의 한가지 특이점은 2006년 이후 Imidazolinone(IMIs) 계열의 제초제저항성 벼인 Clearfield®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Edi et al., 2013). Clearfield® 벼의 EU 등록 현황을 보면(Table 3), 2009년 이후 총 34품종이 등록되었으며 연평균 3.8품종이 지속적으로 등록 되고 있다. 이태리의 경우 Clearfield® 벼의 재배면적은 전체 면적의 35%에 이르고 있어(Hansjoerg, 2017) Clearfield® 벼의 재배면적 증가에 따라 Clearfield® 벼 개발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IMIs에 대한 저항성 전이된 잡초 성 벼의 발생이 보고되고(Andres, 2014, Augusto et al., 2019) 있어 Clearfield® 벼의 재배 확대 추세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 벼의 국내 육종소재 활용 검토
유럽 벼 품종을 국내 육종소재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EU Plant variety database에 등재되어 있는 ‘Mare’ 등 49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하면서 간장, 출수기 등 주요 농업 형질과 미질 관련 형질을 조사한 바(Table 4), 간장은 평균 87.8 cm로 국내 품종보다 다소 크거나 비슷한 경향이었으며 수 장은 19.1 cm로 비슷하였다. 주당수수는 7.4개로 국내 품종보 다 적었으며 출수기는 7월 30일로 조생군에 속하였다. 간장의 경우 이태리 품종인 ‘Ronaldo’가 59.4 cm로 가장 짧았으며 불 가리아 품종인 ‘Plovdivski 22’가 124.6 cm로 가장 컸다. 수장 은 이태리 품종인 ‘Loto’가 28.6 cm로 가장 길었으며 ‘Onice’ 가 13.4 cm로 가장 짧았다. 조사한 품종 중 ‘Ronaldo’와 같은 품종은 단간형질 도입에, ‘Loto’는 장수 형질 도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유럽 품종의 출수기는 7월 23 일~평균 8월 5일 사이로 모두 국내 조생종보다 빠르거나 비 슷하였으며 출수기가 7월 30일 이전인 품종이 전체 품종의 약 75%인 36품종으로 높게 나타났으며(Fig. 3A) 이들 품종은 국 내 극조생 품종 육성에 교배모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미 천립중은 18.4~38.2 g의 범위를 보였으며 평균 27.6 g으로 국내 품종의 평균인 22.2 g보다 약 5 g 정도 많은 중대립이었고 그 중 ‘Kirkpinar’가 38.2 g으로 가장 높았다 (Fig. 3B). 천립중의 경우 전체 품종의 약 90%인 44품종이 국내 품종보다는 대립종으로 나타나 대립종 교배모본으로 사 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밀로스 함량은 평균 18.0% 로 19.1~16.1%의 범위를 보였으며, 현미 중 단백질 함량은 평균 8.6%로 미립의 화학적 조성은 국내 품종과 비슷한 경향 이었다.
이상에서 보면 EU는 재배면적에 비하여 벼 품종개발이 매 우 활발하게 이루지고 있으며 육성 품종의 주요 작물학적 특 성도 국내 품종과 비슷한 것으로 판단된다. EU는 짧은 재배 기간과 저온에 강한 지역 기후에 맞는 독자적인 벼 개발이 이 루어지고 있고 유전적 조성 또한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것 으로 알려져 있다(Brigitte, 2012). Gabriele et al.(2018)은 351 품종의 이태리 벼의 형태적 특성 등을 조사한 바, 2005년 이후 개발된 품종은 간장 평균이 약 65 cm, 수장은 20 cm, 출수일수는 90일 이었다고 하여 유럽 품종은 국내 조생 및 단 기성 품종육성에 직접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단기성의 경우 열대 자포니카로 부터 도입된 형질이어서 (Brigitte, 2012) 국내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에도 기여 할 것이다. 그러나 미립의 경우 대부분의 품종이 유럽시장에서 선 호하는 장폭비 3.0~2.0사이의 ‘Long A’ 및 ‘Medium’ type에 속하는 중장립 또는 중립이고 천립중은 30 g 이상이어서 가공 용 품종 육성에는 직접 활용이 가능하나 밥쌀용 품종 육종에 활용시 이들 형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유럽 벼를 ‘Carnaroli’와 같은 심복백이 많은 리조또 품종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본 연구 결과 유럽 벼는 미립의 화학적 조성이 국내 품종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쌀알이 맑고 외관적 품위가 높은 품종들도 다수 관찰되었다. 유럽은 단기 생육성, 내염성, 내냉성 및 도열병 저항성 등에 육종목표를 두고 있어(Brigitte et al., 2014) 유럽 벼를 국내 육종에 활용한다면 이들 형질 개량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 된다. 한편, 유럽에서 발생하는 벼의 주요 병해로는 도열병 (Pyricularia Oryzae), 깨씨무늬병(Biporais oryzae), 키다리병 (Fusarium moniliforme) 등이 있으나 이들 병해로 인한 수량 감소는 미미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Ferrero와 Tinarelli, 2008). 물론 지리적으로 원거리에 있어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의 차이 는 다소 있겠지만 금후 내병성이나 내충성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럽 품종들은 내냉성, 직파 적응성 등 재배적으로도 우수한 특성을 많이 가 지고 있어서 국내 벼 품종 육성에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고 판단된다.
적 요
국내 벼 유전자원의 다양성 확보와 유럽 벼를 국내 육종소재 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유럽의 벼 품종등록 현황을 알아보고 국내에서 재배하면서 주요 농업특성을 조사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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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 등록 중인 벼는 378 품종으로 이태리와 스페인이 전체 등록품종의 약 88%를 차지하였다. EU는 연 평균 약 20 품종 이상의 신품종이 지속적으로 등록되고 있었으며 주된 등 록 회사는 Lugano Leonardo, Ente Nazionale Risi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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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는 Imidazolinone 계열의 제 초제저항성 벼 Clearfield® 등록현황을 보면 2009년 이후 모두 34품종이 등록되었으며 연평균 등록 품종수는 3.8 품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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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e’ 등 유럽 벼 49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하면서 간장, 출수기 등 주요 농업형질을 조사한 바, 간장은 평균 87.8 cm, 수장은 19.1 cm로 국내 품종보다 다소 크거나 비슷하였다. 주 당수수는 7.4개로 국내 품종보다 적었으며 출수기는 평균 7월 30일로 국내 조생종보다 빠르거나 비슷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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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은 이태리 품종인 ‘Ronaldo’가 59.4 cm로 가장 짧았 으며 수장은 “Loto”가 28.6 cm로 가장 길었다. 천립중은 평균 27.6 g으로 국내 품종보다 약 5 g 정도 많은 중대립이었고 ‘Kipinar’가 38.2 g으로 가장 높았다. 미립의 아밀로스 함량은 19.1~16.1%의 범위를 보였으며 현미 중 단백질 함량은 평균 8.6%로 국내 품종과 비슷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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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보면 EU는 재배면적에 비하여 벼 관련 연구와 품종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지고 있으며 육성 품종의 주요 작물학적 특성도 국내 품종과 비슷하여 국내 육종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