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멸구류[노린재목(Hemiptera), 멸구과(Delphacidae)]는 세계적 으로 거의 모든 벼 재배지에서 발생하며 장립종(Indica), 단립 종(Japonica) 구분없이 모두 가해하는 주요 해충이다. 멸구류 중 벼멸구(Nilaparvata lugens), 애멸구(Laodelphax striatellus) 및 흰등멸구(Sogatella furcifera)가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데, 이 중 벼멸구는 직접 가해로 인한 피해 외에도 대규모 황화 (Yellow syndrome)와 같은 바이러스 매개로 인한 2차 피해도 주며 필리핀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연간 300만 달러 이상 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해충이다(Chen, 1978;RDA, 1998). 애멸구는 국내에서 월동이 가능하지만, 벼멸구와 흰등멸 구는 월동하지 못하고 중국 남부지역과 동남아 등지에서 제트 기류를 타고 국내로 넘어오는 비래해충으로 알려져 있는데 (Song & Lee, 2007), 중국 광동·광서성 등 동남부 지역의 발 생과 한국의 발생시기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동남아- 중국 남부-한국의 경로로 비래하는 것을 추정하였고(Hu et al., 2014), 베트남 북부의 홍강(Red river) 일대의 평야지에서 동북 방향으로 진행되는 기류를 타고 벼멸구가 비래하는 것을 추정 하였는데(Kisimoto & Sogawa. 1995;Otuka, 2013), 정확한 경로를 제공하지는 않았으나 공통적으로 베트남 북부나 중국 남부를 비래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벼 재배면적이 넓으며1) 메콩델타를 중심으로 주요 벼 생산 국가간에 지리적 으로 인접해 있는 조건으로 인하여 이동성 해충의 발생은 벼 생산량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고, 실제로 멸구류에 의한 집단 피해인 hopper burn이 종종 발생한다(Qiu et al., 2016). 동남아 지역에서는 주식인 벼의 안정적 생산과 생산량 증가가 중요한 목표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 로운 품종개발과 시비, 수확 등 재배기술의 진보와 같은 재배 적 방법과 병해충 예찰이나 방제를 통해 피해율을 줄이는 관 리적 방법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농촌진흥청은 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이동성 해충인 멸구류 의 관리를 통해 피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을 도모하기 위 해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The Asian Food and Agriculture Cooperation Initiative, AFACI)를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AFACI, 2016), 한국을 포함한 포함한 12개 국 가가 AFACI 내 PMP project (Establishment of Prevention Network for Migratory Pests in Asia region)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추정한 결과 정(+)의 편익을 나 타냈다고 하였으나(Kim et al., 2016), 아직 해충 방제프로세 스가 체계화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AFACI 회원국이자 동남아 주요 국가인 태국, 베트남, 캄보디 아, 라오스 및 미얀마의 멸구류 방제를 위해 등록된 농약을 소개하고 방제 약제에 관한 현황을 파악하여 향후 해당 국가 들의 벼 멸구류 방제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반자료로 활용 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농약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령으로 관리하고 있으 며, 등록되어 있는 성분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국가별로 등 록된 약제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국가별 공인된 벼 멸구류 방제용 등록 농약정보가 필요하며, 이는 해당 국가의 농업연 구기관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았다. 국가별 벼 멸구류 방제 실 태는 AFACI 사업을 통해 해당 국가에 직접 방문하여 조사하 였는데, 현지 벼 포장에서 멸구류 방제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과 현지 농업인에 대한 면접조사 및 국가별 농업연구기관 담당자의 발표 자료와 현장방문 논의를 통하여 확인하는 방법 을 병행하였는데, 이들은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국의 아시 아팀의 협조를 얻어 접촉한 관계관이다.
결과 및 고찰
벼 멸구류를 방제하기 위해 국가별로 등록된 약제 현황은 Table 2~6과 같다. 이 등록된 약제의 성분을 기반으로 해당국 내 여러 회사에서 농약을 제조하며 성분간 혼합 제조된 혼합 제도 시판되고 있었다.
살충제는 그 기작이 크게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기능 저해, GABA 연결 염소통로 차단, 나트륨 통로 조절, 아세틸콜린의 정상적인 결합 차단 및 이상신호 발생, 아세틸콜린 수용체 결 합 저해, 현음기관 통로 조절작용과 같은 신경작용제, 유약호 르몬, 탈피호르몬, 기틴합성 저해 등 주로 곤충호르몬에 작용 하는 생장조절제, 세포막 파괴, 미토콘드리아 ATP 합성효소 저해, 수소이온의 활성화 저해, 전자전달계 복합체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의 신진대사작용제가 있으며, 이외에 두 가지 이 상의 작용을 하는 복합작용제와 구체적인 작용 기작이 밝혀지 지 않은 제제가 있다(IRAC, 2019).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및 라오스에 등록되어 있는 벼 멸구류 방제 농약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neonicotinoids) 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 외에 카바메이 트계(carbamates)와 피레스로이드계(pyrethroids), 유기인계 (organophosphates)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지 방문조사에서 태국은 등록 약제 중 뷰프로페진, 아이소프로카브, 에토펜프 록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얀마는 다이메소에이트, 이 미다클로프리드, 클로르피리포스 등, 캄보디아는 페노뷰카브 와 뷰프로페진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가장 다양한 약제가 등록되어 있었으나 사용약제는 다른 국가 들처럼 네오티코티노이드계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전 술한 살충제의 기작을 감안하였을 때 벼 멸구류에 약제 저항 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등록 약제의 계통 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일계통 약제의 연용이 불가피하 기 때문인데, 약제 계통적으로 태국은 6개 약제 중 생장조절 제인 뷰프로페진을 제외한 5개가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등 신경계가 작용점인 약제이며 캄보디아도 뷰프로페진을 제외한 약제는 모두 신경작용제이다. 이 외 국가들은 모두 신경계 교 란이 기작인 약제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국, 베트남, 캄 보디아에 생장조절제(growth & development) 계통인 뷰프 로페진이 1종이 있다(Table 7). 신경작용제도 더욱 세분하면 아세틸콜린뿐 아니라 GABA나 나트륨 통로 및 현음기관 (TRPV) 통로 차단 등 10여개의 계열로 나눌 수 있지만 동남 아 국가들은 group 1~4에 속하는 신경전달물질 차단인 약제 가 많다. 이로 인하여 어떠한 농약을 사용하든지 도태된 개체 들로부터 저항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이 개체들이 한국으로 비래해 올 경우 국내에서 같은 계통의 약 제를 사용할 경우 방제 효율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의 경우 동남아 국가들의 주 방제기작인 신경작용제 외에도 탈피 호르몬 교란 작용을 하는 생장조절제 계통인 크로마페노자이 드, 메톡시페노자이드 및 테부페노자이드(group 18)를 사용할 수 있고 신경작용 계열이라 하더라도 작용점이 다른 인독사카 브(22A), 메타플루미존(22B), 플로니카미드(29) 및 group 29에 속하는 클로란트라닐리프롤, 사이안트라닐리프롤 및 플루벤디 아마이드와 같은 동남아와 다른 약제를 사용할 수 있어 저항성 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비래원 지역에서의 약제의 단 순성은 분명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같은 성분이라 하더라도 국가별로 사용량에 차이가 존 재하는데 이는 국가별로 농약에 대한 등록과 관리를 자체적으 로 하기 때문이다. 제형별로 차이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태 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제를 낮은 농도로 살포하도록 정해져 있고 베트남이 높은 농도로 살포할 수 있 도록 규정되어 있다. 라오스의 경우 약제 정보는 있으나 약량 정보는 제공받지 못하였는데 라오스는 실상 농약의 대부분을 중국이나 태국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국 의 경우에 준하여 사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들 5개국의 관계자도 약제의 계통이나 저항성에 대한 부 분을 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농약 원제의 수입의존도가 높 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온 농약 성분들은 가격이 비싸기 때 문에 계통의 다양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다. 제형 역시 수화제 (WP)나 유제(EC)처럼 쉽고 흔하며 상대적으로 원제가 저가인 제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책 연구기관 에서 님오일 등 살충성 식물추출물과 같은 유기농자재를 권장 하고 있으며 남베트남의 경우 천적농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반적으로 식품안전과 안전농산물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의 증가로 동남아 역시 화학농약 및 비료를 절감하고 친환경농업 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 정착되 지 않고 있으며 그 이전에 가짜농약의 근절, 미등록 약제의 무 단사용 금지 계도와 같은 내부적인 정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멸구류는 베트남 북부와 중국 남부에서 기류를 타고 비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 남 부 역시 베트남 북부나 라오스, 태국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된 다(Kisimoto & Sogawa, 1995;Song & Lee, 2007). 따라서 이들 국가들에서 멸구류의 약제저항성이 발현이 되면 국내에 도 그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90년대 이후 중국 에서 fipronil과 같은 새로운 농약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국내에 비래하는 벼멸구의 개체수에 큰 차이가 나타 나 중국에서 멸구류 방제상황에 따라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 경 우라 볼 수 있다(Matsumura et al., 2009;Hu et al., 2014). 동남아 지역의 농약 사용 실태에 대하여 등록 약제 외에 공인 된 통계가 없어 현지조사와 상대국 연구자의 의견에 의존한 점이 있다는 것에서 한계점이 있지만, 큰 틀에서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충분히 감안할 수 있을 정도 내에서 그 방향성을 알아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중국과 함께 국내 비래원 인 동남아 지역에서 적절한 이동성 멸구류 관리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며, 관련 국가간 공조를 통해 사용 농약과 방제 시기 등 방제 협력을 통한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사료되며 현재 AFACI 사업을 통해 추진중인 국가별 약제저항성 검정 및 표 준화된 방제 실증실험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범국가 차원 에서의 멸구류 방제체계를 확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적 요
벼는 동남아에서 매우 중요한 작물이며 작물 재배면적의 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벼 생산량 증대를 위해 주요 문제 해 충인 멸구류를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제 방법으로는 농 약을 이용한 방제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규정상 농약은 공인 된 등록약제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동남아 주요 벼 재배국가의 방제 농약의 정보는 국내에 알려져 있지 않기 때 문에 멸구류 방제용 등록 약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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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록 약제는 국가별로 소폭 차이는 있으나 그 계통이 네 오니코티노이드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공 통점을 보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동일 약제의 연용으로 인 한 저항성 발현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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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는 동남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기류를 타 고 멸구류가 비래해오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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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따라서 향후 동남아 국가간 공동방제 등 상호협조가 필 요하며,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AFACI 사업을 통해 국가별 약제저항성 검정 및 방제 표준화기술 확립 등과 같은 지원에 협력을 해 주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