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2018년 경직되었던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남북정상회담 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남북협력 구상 역시 구체화 되 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 보였다(Hong, 2018). 그러나 대북 관계는 다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인도적 차원이더라 도 정부의 직접적인 대북지원과 협력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4월의 판문점 선언, 9월의 평양공동선언과 두 번의 남 북산림협력 분과회담을 통하여 양측이 합의한 주요 의제 이행 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북한개발협력 이슈가 국내외 주목을 받았으나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향후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 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외교적 문제, 대북제재 등으로 사 업의 현실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협력 사업의 구체화 및 실 행을 위하여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협력해야 할 것인지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양자협력을 통한 대북지원의 경우 정치·외교적 문제 등 수많 은 장애요인이 존재하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대북제 재의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실행 부담이 적다(Moon, 2014). 이에 국제기구를 대북 산림협력사업의 주요 파트너로 포함시 켜 남북 양자협력이 불가한 상황에서도 삼각협력 방식을 활용 하여 협력할 수 있는 협력 전략을 제시하고 사업 목적, 규모 및 성격에 맞게 국제기구를 선정하여 사업을 구체화하였다.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북한지원은 인도적 차원에 집중하 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은 단순한 인도적 차원의 접근 보다는 경제, 기술 및 과학부문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Park et al., 2016; Shon, 2019). 북한은 2021년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 성과와 계획을 담아 자발적 국가보고서를 유엔(United Nations)에 제출하면서 국가 우선순위로 식량안보, 사회개발 서비스, 복원력과 지속가 능성을 꼽았다(DPRK, 2021). 북한이 국가 수요를 명확히 제 시하고 있는 만큼 산림부문 협력전략 수립에 반영하여,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탄소흡수 증진을 위한 역량강화 사업 및 주민소득 증진을 위한 임농복합경영 기술지원 및 사업 확 대를 우선 추진사업으로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대북협력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더불어 향후 남북한 양자협력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재료 및 방법
협력사업 발굴은 협력대상국이 당면한 사회·경제·환경적 문 제,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의 정치·외교적 문제 등을 고려하여 국가 개발수요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이에 협력하 고자 하는 국가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 의 경우 체제 특성으로 인하여 국가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 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북협력 사업의 경우 종합적인 보고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사업의 전반적인 현황, 규모, 성과 등을 파악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UN ECOSOC, 2008).
북한의 국가수요를 발굴하기 위하여 첫째, 경제협력개발기구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의 Creditor Reporting System(CRS) database를 활용하 여 최근 10년간 대북지원 사업 유형, 공여국 및 공여기관, 협 력부문 및 규모 등 북한 원조 추이와 특성을 분석하였다. 그 러나 OECD DAC database는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것 은 아니기 때문에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다. 이에 국제기구 및 공여국 별 개발협력 담당기관에서 발간한 보고서 및 웹사 이트, 간행물 등을 참고하여 산림부문 또는 검색의 범위를 확 장하여 농림어업 및 환경부문과 관련된 사업을 분석하고 북한 의 산림부문 개발수요를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마이 닝 기법을 활용하여 NK Tech1) 등록된 연구자료를 분석하고 주요 연구분야로 산림조성, 산림이용, 산림보호, 경영시스템을 선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동향을 통한 북한의 개발수요 를 확인하였다.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자료 수집2), 북한 대표 단이 참석한 국제학술대회 발표자료3)등을 확보하여 정보접근 성의 한계를 보완하였다.
삼각협력이란 일반적으로 선진국이 수원국에 주로 재정과 기술을 지원하고 국제기구는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촉진시키 는 동시에 연구 및 훈련, 기술자문, 경험공유, 네트워킹, 기술 이전 등을 제공한다(Kim and Lee, 2013). 특히 대북지원 사 업의 경우 남북 관계의 개선 여부뿐만 아니라 대내외 정치·외 교적 문제는 남북 양자협력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만이 참여하는 사업이 아니라 다른 공여국이나 국 제기구를 참여시키는 삼각협력은 남북 양자협력의 한계를 보 완하는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삼각협력의 일반 적인 개념을 재해석하고 협력 파트너와 협력 가능 사업을 선 정하였다. 파트너 선정을 위하여 국제기구의 사무소가 북한에 상주하고 있는가의 여부, 한국과 협력 경험 여부, 대북 원조 경험 여부, 대북 원조 규모 및 사업의 연속성, 산림부문 협력 사업 경험 여부를 파트너 선정을 위한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결과 및 고찰
대(對) 북한 국제협력 현황4)
대북지원 총금액을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총액 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나 2015년에는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다만 2016년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유엔안전보 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의 대북제 재 결의 2270호5)와 2321호6) 등을 채택한 시기와 맞물린다. 공여주체 별7)로 살펴보면 뚜렷한 추세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다자협력이 총 지원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4년 이후 DAC 회원국의 지원은 감소하는 반면 비회원국, 특히 러 시아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Fig. 1).
분야별 지원액 현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CRS Database에서 제공하고 있는 분야별 분류 체계를 살펴보면 ‘분야별 지원 (Sector allocable aid)8)’과 긴급구호 물품 등 현물원조 (Commodity aid) 및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id)을 포함하 는 ‘비분야별 지원(Non-sector allocable aid)’을 명확히 구분하 여 계상하고 있다. 분야별 지원의 비중은 2009년부터 2014년 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2015년부터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증가하였다. 세분화된 지 원 비중을 살펴보면 분야별 지원의 하위 네 가지 분야 중 사 회인프라 및 서비스의 지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의 경우 2011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다 점점 비 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으나 2016년부터 다시 빠르게 증 가하였다. 2018년부터 사회인프라 및 서비스 지원 비중보다 더 규모가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OECD DAC 회원국 및 다자협력을 통한 대 북지원은 인도적 지원의 비중이 50.8%로 가장 높았으며 사회 인프라 및 서비스가 37.0%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다른 항 목은 1.6%~6.5% 사이의 비중을 차지하였다. 경제인프라 및 서비스의 경우 유엔아동기금(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UNICEF)가 추진한 정보통신기술 사업(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의 지속가능한 에너 지 사업이 유일하였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문제와 분리되 기 때문에 대북 관련 지원 시 가장 접근이 용이한 방법이며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인도적 지원에 집중하는 경향 을 나타내고 있다.
다자협력을 통한 대북지원의 경우, 2010년부터 2019년 기준 10년간 평균 지원 금액은 글로벌 펀드(Global Fund)9), 세계백 신면역연합(the Vaccine Alliance, GAVI), 유엔세계식량계획 (World Food Programme, WFP), UNICEF 순이다. 이들 국 제기구 및 국제기금은 설립 목적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보건, 여성과 아동의 인권, 재난, 기아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 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UNDP의 경우 CRS Database 중 유일하게 농림어업부문,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및 정책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였다.
앞서 OECD DAC 회원국 및 다자협력에 의해 최근 10여 년 동안 북한에 주로 어떤 분야가 지원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이러한 지원이 북한의 개발수요에 적합한 것인지, 개발협력의 한계점은 무엇이었는지 점검하고 국제협력 동향 및 상황에 부 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의 원조보다는 과학기술 및 경제협력을 포괄하는 개발협력 전략을 강조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발전 5 개년계획(2008~2012)’과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 (2011~2020)’ 등의 발표에서 국가 경제발전에 중점을 둔 국제 협력 개발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10)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출범 이후, 2016년 5 월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5 year Strategy for National Economic Development)을 선포하고 SDGs와 연계한 국가 경제발전 및 국가 역량 강화를 강조하 고, 기후변화협약에 두 차례 국가보고서를 제출11)하는 등 국 제사회가 논의하고 있는 이슈에도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 였다.
OECD DAC의 CRS Database를 살펴보면 실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인도적 지원 및 물자 지원에서 벗어나 사업의 다 각화가 나타난다. 사회인프라 및 서비스 분야의 지원12)은 2000년대 후반부터 크게 증가하여 2015년에는 약 66.5%13)까 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2015년 전후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대북지원 사업이 크게 축소되었고 이후 인도적 지원 위주의 사업으로 국한되고 있다. 대북제재로 북한의 개발수요에 부합 하지 않는 지원이 추진되고 있어 정치·외교적 상황과 북한의 요구를 반영한 대북협력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대(對) 북한 산림부문 ODA 사업 추진 방향
대북 ODA 사업 추진 방향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북한지원에서 더욱 인도적 지원에 집중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으나 북한은 단순한 인도적 차원 의 지원보다는 경제, 기술 및 과학 분야 차원에서의 협력을 장려하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Sohn, 2019).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발 재원을 조달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재원 마련을 위한 국제사회의 도움과 협력이 절실하다(Park et al., 2016). 그러나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는 개발협력 사업의 경우 대북제 재 상황에서는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을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어떤 전략으 로 대북협력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대북협력 전략을 수립하고 실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 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업 추진 방향을 고려하였다.
첫째, 수원국의 개발수요, 즉 니즈(needs)에 부합하는 사업 을 추진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개발협 력 사업을 마련하여 원조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수 립해야 한다. 수원국의 목표와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 원하는 것이 곧 파리선언이 강조한 수원국과 공여국 간 ‘원조 일치’이다.14)
둘째, 비교우위를 고려하여 ODA 사업을 발굴할 것이다. ODA 사업이 발굴되어 진행되기까지 오랜 시간 정책 논의를 통해 사업이 선정된다. 그러나 대북협력의 경우 충분한 논의 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국가발전 계획 및 분 야별 정책 및 전략 분석을 통해 수요를 파악하였으며 현지 전 문가 면담, 북한이 참가한 국제 학술대회 및 국제협약에서의 논의 사항 등을 바탕으로 개발수요를 조사하였다.
셋째, 다자협력 강화 및 파트너십 강조라는 새로운 국제협 력 동향에 부합하는 협력체계를 고려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삼 각협력을 활용한 대북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뿐만 아니라 대내외 정치·외교적 문제는 남북 양자 협력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남북만이 참여하는 사업이 아니라 다 른 공여국이나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삼각협력은 남북 양자협 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대북협력이 사실 상 어려운 시기에도 국제기구를 활용한 다자협력이 유지되고 있음은 제안된 협력 방식의 실효성을 반증하기도 한다(Kwon and Lee, 2019). 또한 삼각협력의 한 축인 협력파트너를 명확 하게 제안하여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산림부문 개발수요
CRS Database의 분야별 지원 중 산림부문이 포함되어 있는 ‘농업, 임업, 어업부문’의 대북지원 총금액은 2009년부터 2018 년까지 평균 4.9%로 비중은 적은 편이다. 2012년부터 2015년 까지 분야별 지원(sector allocable aid) 총액이 증가하는 추세 를 보일 때, 농림어업 부분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14 년부터 인도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낼 때 에는 농림어업부문의 지원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북한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된 시기에는 사회·경제인프 라 및 서비스 지원이 확대되면서 이외 다른 부문의 지원이 축 소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비 분야별 지원(Non-sector allocable aid), 즉 인도적 지원의 비중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주민의 식 량·에너지 문제와 직결되는 농림어업 부문, 특히 범분야 이슈 인 산림부문의 지원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북제재의 상황은 산림부문 협력사업 추진에 있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의 국가전략 및 국제기구의 대북협력 전 략을 통해 농림어업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15) ‘농림어업부문’의 90%는 농업부문 사 업이며 산림부문 사업은 2009년 1%, 2013년 4%, 2016년 8%, 2018년 10%로 비중은 적지만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 인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산림부문의 국가전략 및 계획을 살펴보면 북한은 산림복구 전투에 돌입하면서 산림 관련 체계를 강화했다. 2013년~2042 년까지 30년 단위로 ‘산림건설총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 ~2024년까지 10년 단위의 ‘산림조성 10년 전망계획’을 수립하 였다. 2013년부터 10년 후인 2022년까지 산림조성 목표를 총 168만 2천 ha로 설정하는 등 산림사업 추진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Korea Forest Service, 2014). 2013년 4월 산림법 개정을 통해 임농복합경영 전략 및 실행 계획에 관한 법적근거16)를 마련하는 등 효과적인 정책 이행을 위한 준비 과정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명확한 경제협력 수요가 있다 하더라도 정치·외교적 문제, 대북제재 등으로 사업의 현실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것 이 대북 협력사업 추진 시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측면이다. 본 연구에서는 산림부문 ODA 사업에 주목하여 협력 방안을 구상하였다. 정치적 문제, 대북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북한이 분명한 개발수요17)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 공여국인 우리나라가 명백한 비교우위18)를 갖고 있다는 점 은 산림부문 사업 추진의 타당성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다.
삼각협력 활용방안 및 산림부문 협력 전략
삼각협력의 현황 및 활용 방안
삼각협력은 남남협력과 남북협력 등 다양한 협력 체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재원을 신흥 공여국이나 국제기구 등 다자간 협력체계를 활용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제공하고자 하 는 개발원조의 한 형태이다. 원조 효과성 제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삼각협력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으며 많은 연 구19)가 진행되었다. OECD는 2013년 리스본에서 개최된 ‘삼 각협력에 대한 정책대화(Policy Dialogue on Triangular Cooperation)’ 에서 다양한 의견 개진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하 여 삼각협력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기존 남북, 남남협 력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협력 체계를 지향하는 것에서 시작된 만큼 삼각협력에 대한 정의와 유형은 다양하게 해석되 어 사용되고 있다(OECD DAC, 2016). 그러나 삼각구도에 필 요한 세 협력주체인 공여국(facilitator), 주축국(pivotal partner), 수원국(beneficiary)의 역할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었다.20)
삼각협력은 단순히 선진국이 개도국에 기술을 전달하는 방 식이 아니라 개도국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며 다자협력 기구가 파트너로 참여하여 국제협력 경험과 노 하우를 바탕으로 조정자의 역할을 한다(Choi et al., 2020). 삼각협력은 원조효과성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개발협력에 있 어서도 큰 장점을 가진다. 삼각협력은 주축국과 수원국 이외 에도 국제기구가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양자협력에 비해 수원국과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북한을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부담을 덜 수 있고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남북 간 정치·이념·외교적 이슈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국제기구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원 활용의 투명성, 북한에 주재하고 있는 현지사 무소를 활용한 사업의 지속성 등의 강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 다(Heo and Cho, 2021). 우리나라는 수원국인 북한의 언어· 사회·문화·민족·환경 등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고 산림부문의 경우 성공적인 녹화경험을 갖고 있어 공여국과 수원국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여 사업의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주축국’의 역 할 정의에도 명확히 부합한다.
삼각협력의 유형은 (a) 주축국과 공여국이 파트너십을 형성 한 후 수원국에 접근하는 유형, (b) 공여국과 수혜국이 일반적 인 남북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조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주축국을 포함시켜 삼각협력을 추진하는 유형, (c) 주 축국과 수원국이 협력하는 상황에서 공여국이 참여하는 유형 으로 구분할 수 있다(Langendorf et al., 2012). 앞서 제시된 유형 중 유형(a)를 활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대북 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Fig. 3). 현재와 같은 경색 국면 에서는 국제기구가 쌓은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에 의존하여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양한 국제협력 관 계를 구축하고 우리의 산림부문 선진 기술을 공유한다면 국제 기구로부터 대북협력 사업을 제안받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유형(b)의 활용도 가능하다. 이러한 경험 축적을 통하여 향후 북한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유형(c)와 같은 협력사업의 추진도 가능할 것이다.
삼각협력 파트너 선정
한국의 대북협력 전략 수립에 앞서 수원국(북한)과 주축 국(한국)이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공여국이 삼각구 도의 한 축으로 설정되었을 때 효과적인 사업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지 분석하였다. OECD와 유엔 경제사회 이사회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uncil, UN ECOSOC)는 삼각협력 파트너십의 대상으로 다자기구를 명시 하고 있다(UN ECOSOC 2008;OECD 2016). 본 연구에서 는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 행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공여국으로 선정하고자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 UNDP, 유엔인구기금(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 UNFPA), UNICEF, WFP, 세계보 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북한에 상주하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북한에 상주하는 사무소가 있는가의 여 부는 북한과 직접 대면하여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 상황 에서 사업계획 및 실행단계에서 매우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협력파트너를 선정 하고자 하나, 상주 사무소가 없을지라도 북한과의 협력사업 경 험이 풍부한 녹색환경기금(Global Environment Facility, GEF), 스위스개발협력청(Swiss Agency for Development and Cooperation, SDC) 등을 향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산림부문 삼각협력 파트너로 FAO, UNDP가 가장 높은 적 합성을 보였다. 모두 북한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기구이며 FAO 는 특히 산림부문에서 강점을 보였다. OECD CRS Database 에 따르면 다자협력의 경우 산림부문 사업은 1% 미만에 불과 하지만 유일하게 2013년과 2018년 2개 산림부문 사업을 수행 한 것으로 나타났다.21)
UNDP는 다양한 사업수행 경험, 특히 환경 및 에너지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 외 다른 국제기구들도 많은 협력 경험과 사업의 연속성 및 규모 측면에서 부합하였으나 개발협력 보다 는 인도적 지원에서 두각을 나타내 제외하였다. SDC의 경우 2010년 전후로 대북 산림부문 협력사업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임농복합경영 관련 사업 을 수행하고 있어 북한의 실질적 개발수요와 접점이 많은 것 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각협력을 활용한 대북 산림부문 협력 전략
산림부문 ODA 사업 발굴에 있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적용 하였다.
첫째, 북한 역시 다른 수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식량안보와 주 민소득 증진, 더 나아가서 경제적 가치 창출은 중요한 과제이 다. 다만 산림이용에서 기인한 산림황폐화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산림의 보호와 조성’의 가치를 ‘이용’ 만큼 중요한 것 으로 인식한 데에서 산림협력 사업을 발굴하고자 하였다. 둘 째, 대북제재의 상황에서 북한의 개발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 는 사업이 무엇인가 하는 데서 사업 발굴이 시작되었다. 산림 부문 사업은 경제협력과는 달리 비정치적이며 지구환경에 개 선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분야라는 것이다. 현 대북제재 상황 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다 만,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는 범분야 이슈는 추진이 상대 적으로 용이하다는 이점을 가진다.
첫 번째로 제안하는 ‘산림탄소평가를 위한 역량강화 사업’ 은 필수적인 역량이며, 향후 산림조성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하여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 이다. 둘째, ‘임농복합경영 기술지원 및 사업 확대’는 북한의 인식과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협력사업이다. 산림이용을 전제 하면서도 산림조성 및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사업의 단기 성과로는 주민소득 증진 및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으며 사업이 안정화 되고 확대되면서 북한의 산림조성 계획 달성 및 기후변화 적응 대응 등 장기적 성과를 기대 할 수 있다.
(1) 기후변화 대응 : 산림탄소평가를 위한 역량강화 사업
최근 국제협약들은 다양한 목표 달성을 위하여 국가별 목표 설정과 이행현황 보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22) 기후변화협약의 국가 온실가 스 인벤토리는 합의된 MRV (Measurement, Reporting and Verification) 국제지침에 따라 보고해야 한다. 국제지침이 있다 는 것은 모든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정보이며, 산림 부문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산림면 적 확대 및 전용 방지 등의 통계와 관련 정보들을 모두 다루 고 있어 다른 국제협약의 국가보고에 일관되게 활용할 수 있 다. 또한, 북한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국가보고(UNFCCC 2012, UNCCD 2012)에 담긴 산림분야 우선 요구사업들의 핵심역량 이 산림탄소평가 역량강화 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새로운 파리체제에서 북한은 2030년 온실 가스 배출 전망치인 188백만 CO2톤에서 자체 노력으로 8%에 해당되는 15백만 CO2톤을 감축하고, 국제적인 지원을 받는다 면 32%에 해당하는 61백만 CO2톤을 추가 감축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였다(DPRK, 2016).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감축 목표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협력 사업은 현재까지 추진된 바 없다. 다만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UNDP와 GEF23)의 지원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초기 단계 사업이 수행되었을 뿐이다.
OECD DAC CRS Database가 제공하고 있는 범환경분야의 기후변화 관련 사업목록을 분석한 결과 협력 초기 사업은 정 책·제도 마련을 위한 모니터링과 보고체계를 갖추는 것을 최 우선으로 한다. 역량강화 사업과 정책 컨설팅을 통하여 온실 가스 저감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에너지 효율성 증진, 신재 생에너지 개발 등 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지원하 는 단계를 거친다. 이처럼 대북 협력사업 역시 역량강화를 우 선으로 하여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보고(1998, 2003, 2012, 2019), 격년갱신보고(2014, 2017, 2019)는 물론 선진국 들만 보고하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체계 역시 갖추기 위해 준비 중이며 기술적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의 국가 이행능력 수준을 진단하고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의 MRV 수준은 다음 Table 5와 같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파트너로 UNDP를 선정하고 그동 안 쌓아온 협력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24) 우리나 라의 경험과 역량을 국제사회에 전달하고자 ‘한-UNDP 사업 25)’을 2010년 시작한 바 있으며, UNDP 서울정책센터와 산림 부문 ‘개발 경험 공유 파트너쉽(DSP)26)’을 2018년부터 추진하 고 있다. 북한의 능력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본 사업은 과학기 술 ODA를 통하여 개도국의 개발수요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개도국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자 하는 UNDP의 지원 전략과 부합한다. UNDP는 다양한 분야에서 북 한과 협력 경험을 쌓아왔으며 특히, 기후변화 관련 협력사업 을 수행한 바 있어 조정자(facilitator)로서의 효과적인 역할 수 행이 가능하다.
북한의 산림탄소평가 및 보고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Table 6과 같이 단계별 네 가지 사업이 필요하다. 제안하는 세부사업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의 핵심인 활동 자료와 흡수·배출계수 부분, 토지이용 정보 및 REDD+ 기준 선 등의 정보를 개발·구축하는 것이다. 향후 5년 내에 사업화 하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사업은 단기에 10년 이상이 소요 되는 사업을 중기 사업으로 분류하여 제안하였다.
첫 번째로 제안하는 역량강화 사업은 국가 고유 흡수·배출 계수 개발이다. 현재 북한은 산림의 탄소변화량을 추정할 때 대부분 IPCC 지침에서 기본적으로 제시하는 흡수·배출계수를 활용하고 있어, 주요 수종의 국가 고유 흡수·배출계수를 개발 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산림탄소평가의 정확성과 완전성 수준 을 개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18개 수종에 대한 바이 오매스 관련 흡수·배출계수, 그 가운데 8개 수종에 대한 낙엽 ·고사목·토양 관련 흡수·배출계수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두 번째로 시급한 역량강화는 국가산림자원조사체계 구축과 그 통계를 활동자료 DB로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나라 와 조사체계와 방법론이 유사한 국가산림자원조사수첩(Lee and Kim, 2018)을 발간하기도 하였으나, 이를 적용하여 생산된 통 계는 FAO 통계 등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실제 조사에 활용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국가 전체 산림을 5개 탄소 저장고로 세분화하여 조사해야 하고 시계열 통계자료를 확보 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 이다. 더 세부적으로는 조사체계 구축, 고정표본점 배치, 전문 조사인력양성, 장비구입, 통계분석 및 DB 시스템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가산림자원조사를 통한 활동 자료 DB 구축은 산림탄소평가의 완전성, 정확성 및 투명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5차 국가산림자원 조사(2006~2010)부터 국가산림자원조사체계를 개편하였고 수 집된 통계가 조사체계 변경 전의 통계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재계산 등 후속 조치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기술 역시 확보하고 있다.
세 번째, 개발된 활동자료와 국가 고유 흡수·배출계수를 활 용하여 산림배출기준선/산림기준선(Reference Emission Level/ Reference Level, REL/RL)의 개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국 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국외감축 방안으로 대북 REDD+ 사업을 산림협력 사업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Bae et al., 2018). 만일 남북이 REDD+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더라 도 북한이 산림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 서는 REL/RL과 유사한 산림경영기준선(Forest Management Reference Level, FMRL)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림 경영기준선 개발을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한 경험과 UNFCCC 사무국이 주관하는 REL/RL 기술평가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기술평가 경험 등을 확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LULUCF 매트릭스 구축을 위한 역량강화가 필 요하다. 인간에 의한 토지이용변화는 매년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토지이용유형(산림지, 경작지, 초지, 습지, 정주지, 기타 토지)별 탄소축적량은 1가지 유형의 토지면적이 다른 5가지 유형으로 얼마나 전용되었는지 그리고 다른 5가지 유형에서 1 가지 유형으로 얼마나 전용되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된 다. 그러나 산림뿐만 아니라 6가지 토지이용유형별 통계가 요 구되고 해당 통계를 생산하는 부처의 통계 추정 방법론과 기 준이 표준화되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은 작업이다. 매년 국 토전체의 토지이용변화 통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행정통계 기 반으로도 자료 수집이 가능하며, 토지이용변화 시계열 자료를 구축하기 위하여 위성영상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의 활용 역시 가능하다. 행정통계나 위성영상 및 국가산림자원조 사의 고정표본점 등을 활용하여 다양하게 LULUCF 매트릭스 를 개발한 경험과 기술을 북한에 전수하여 역량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2) 주민소득 증진 : 임농복합경영 기술지원 및 사업 확대
북한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산림부문 중·장기 계획을 수 립하여 정책 방향을 설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농복합경영27)’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가 임농복합경영 전략 및 실행계획(2015~2024)’을 수립하고 확대해 나가고 있다.
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파트너로 대북 산림부문 협력사업 경험이 있는 FAO를 선정하였다. FAO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북사업 경험이 있는 국제기구 중 유일하게 산림부문 사업을 추진하였으며28) 현재 북한에서 산림부문 사업을 추진하고 있 는 것으로 파악하였다.29) FAO는 북한과 산림부문 사업을 직 접 추진하면서 충분한 의사소통과 사업 경험을 축적하였다. 임 농복합경영사업 확대를 위하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FAO의 지원을 받 아 협력사업 추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이 가장 효율적이다.
구체적인 사업구상을 위해서 북한의 ‘국가 임농복합경영 전 략 및 실행계획(2015~2024)’에서 목표, 세부목표, 사업, 사업 이행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마련하는 등 임농복합경영을 통 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산림을 조성하고 장기적 으로는 환경보호 및 지속가능한 경제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 목표별 키워드를 도출하면 (목표 1)임농복합경영을 통한 식량 안보 달성 및 산림생태계 복원, (목표 2)임농복합경영 도입을 통한 생산성 높은 환경 조성, (목표 3)재해방지를 통한 산림의 생산성 및 건강성 유지, (목표 4)임농복합경영 관련 대중의 인 식 제고 및 전파, (목표 5)임농복합경영 관련 연구를 통한 과 학지식 강화, (목표 6)거버넌스 구축 및 강화이다. 이 중 ‘목 표 1’과 같은 북한의 명확한 수요를 선결할 필요가 있다(Table 7). 임농복합경영을 활용하여 생산성이 낮은 산림토지에 임농 복합경영을 도입하여 산림생태계 복원(산림조성)과 함께 생산 성 증진을 통한 식량안보 달성,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소득증 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임농복합경영 대상지 면적을 확대하고 필요한 역량을 강화 하기 위해서는 단계별 사업이 필요하다. 제안하는 세부사업은 임농복합경영사업 확대를 위한 정보구축 및 기술교류(공동연 구), 이를 기반으로 한 시범사업을 통한 기술 강화(시범사업), 사업대상지 확대를 위한 전략 마련 및 이행 부분이다(사업확 대).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필요한 초기 사업과 향후 5년 내 사업화하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사업은 단기,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은 중장기 사업으로 분류하여 제안하 였다(Table 8).
첫 번째로 제안하는 역량강화 사업은 기술교류를 위한 공동 연구이다. 임농복합경영 실행계획이 수립·발표된 2015년도 이 후, 북한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로동신문과 민주조선의 보도내 용을 바탕으로 임농복합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되는 지역의 목록을 작성하였다(Table 9). 2015년부터 2019년 까지 총 36개 지역에서 임농복합경영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적합 수종 및 작물의 선정, 입지조건 평가 등 이미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Yoon and Lee, 2014;Kang et al., 2015;Lee and Kim, 2016;Lee, 2017). ‘국가 임농복합경영 전략 및 실행계획(2015~ 2024)’ 상에서도 연구 및 과학기술 강화는 대부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달성되는 것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에 기존 연구성 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30) 추진된 사업의 현황 데이터를 구 축하고 임농복합경영 원리 및 기술 공유를 통하여 향후 적용 가능한 실용모델을 구체화 할 수 있다. 북한은 특히 고지대에 적합한 수종 선택, 조림을 위해 관목 및 잡목을 제거하는 기 술 등을 요청한31) 바 있는데 대부분 임농복합경영을 더욱 효 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술이다. 식량작물의 고소득 작물로 의 전환, 유실수 종자개량 등 임농복합경영의 성과 증진을 목 표로 한 공동연구 추진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제안하는 사업은 임농복합경영 시범사업을 통한 기술이전과 역량강화 이다. ‘국가 임농복합경영 전략 및 실행 계획(2015~2024)’에서 설정한 목표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1단계 연구에서 도출한 결과를 활용하여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이미 북한은 다수의 지역에 서 임농복합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업에 대한 주민 수용 성, 사업에 대한 주인의식 및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 ODA를 통한 시범사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기본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세 번째로 제안하는 사업은 임농복합경영 사업대상지 확대 이다. 임농복합경영 사업대상지 확대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 하여 산림 재해방지, 경사지 관리,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 양 묘장 현대화 등 인프라 구축 등 임농복합사업 확대 이행을 위 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 대상지 간 연계성 강화 를 통하여 사업 간 정보를 공유하고 규모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네트워크 마련이 필요하다. 단기사업인 과학 기술의 질 적 제고와 함께 중장기 조림사업을 통한 양적 확대는 북한 임 농복합경영이 추구하는 국가경제발전 및 기후변화 적응 대응 이라는 장기적 성과에 기여 가능하다.
결론 및 제언
남북협력 사업은 정세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 명확한 협 력수요가 있다 하더라도 정치·외교적 문제, 대북제재 등으로 사업의 현실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산림부문 사업 은 북한의 개발협력 수요로 확인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제, 대북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범분야 이슈라는 강점이 있다. 경색 국면 시, 남북 양자협력은 불가하더라도 국 제기구를 협력사업의 주요 파트너로 포함시켜 지속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삼각협력에 기반한 전 략을 수립하였다.
산림부문 삼각협력 파트너로 FAO, UNDP, SDC가 가장 높 은 적합성을 보였다. FAO는 특히 산림부문에서 강점을 보였 다. UNDP는 다양한 사업수행 경험, 특히 환경 및 에너지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SDC의 경우 2010년 전후로 대북 산림부문 협력사업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 로 크고 임농복합경영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북한의 실 질적 개발수요와 접점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안된 협력구도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가 본 연구 의 핵심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탄소흡수 증진을 위 한 역량강화 사업 및 주민소득 증진을 위한 임농복합경영 기 술지원 및 사업 확대를 우선 추진사업으로 제안하였다.
‘산림탄소평가를 위한 역량강화 사업’은 북한이 기후변화협 약 등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배출 저감을 달성하기 위해 반 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국가보고서 에 따르면 우선 협력사업으로 산림탄소평가 역량강화를 언급 하고 있다. 북한의 산림탄소평가 및 보고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하여 단계별 네 가지 사업을 제안하였다. 국가 온 실가스 인벤토리의 핵심인 활동자료와 흡수·배출계수 부분, 이 를 기반으로 한 토지이용변화 정보 및 REDD+ 기준선 등의 정보를 단계적으로 개발·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다른 수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식량안보와 주민소 득 증진, 더 나아가서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창출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다만 무분별한 산림 이용에서 기인된 산림 황폐화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산림의 보호와 조성의 가치를 ‘이용’ 만큼 중요한 것으로 인식한 데에서 ‘임농복합경영 기술 지원 및 사업 확대’ 사업을 발굴하였다. 임농복합경영 사업은 이용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산림조성을 통한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순차적 이행을 위하여 사업을 초기, 단기, 중장기 달성을 목표로 기술교류를 위한 공 동연구, 임농복합경영 시범사업을 통한 기술이전과 역량강화, 임농복합경영 사업대상지 확대에 기여하기 위한 이행 역량강 화를 제안하였다.
제안된 사업이 실제 이행되기까지 앞으로 충분한 시간이 필 요할 것이다. 또한 참여자 간 신뢰를 형성하여 사업 세부 실 행계획을 수립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협력사업의 이행을 통해 북한은 실질적인 수 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원을 받고 우리나라는 협력 수요가 있는 수원국에 적정 재원과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공여국으로 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 요
남북 개발협력 사업은 정세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내외적 리스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협력사업의 구체화 및 실행을 위하여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협력해야 할 것 인지 전략을 마련하고자 본 연구를 추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