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971년에 육성된 ‘통일’ 벼는 인디카인 IR 8과 자포니카 인 Yukara와 Taichung Native 1이 3원 교배된 단간 다수성 품종으로 우리나라 주곡자급 달성의 원동력이 되었다 (Kim, 2014). 그 후 ‘통일’ 벼를 바탕으로 1975년에는 미질이 개선된 ‘유신’이, 76년에는 ‘밀양21호’, ‘밀양23호’가 개발·보급되기도 하였다. 통일형 품종의 보급면적은 1977년에 66만 ha로 전국 논면적의 54.6%에 달했으며 농가 평균 생산량은 기존 품종 (423 kg)보다 131%가 증가한 553 kg이었다. 그러나 통일형 품 종은 1978년 전국 재배 면적의 76.2%를 정점으로 자포니카 다수성 품종으로 대체되면서 87년부터는 개발이 중단되고 90 년에는 장려품종에서 삭제되었다 (Kim, 2014). 통일형 품종이 조기퇴출 된 원인으로는 무리한 확대 보급으로 인한 재해 발 생,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미질과 식미, 취약한 내냉성, 도열 병 발생 및 만식에 불리한 점 등이라고 분석된 바 있다 (Kim, 2014). 한편, 통일형 품종은 약 5년이라는 짧은 수명으로 개발 이 중단되었지만 다수계, 다수성, 가공용 품종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이 유지되어 왔다 (Korean society of rice research, 2010). 그간 벼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통일형 품종의 쌀수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1970년대의 4.49~5.76 MT/ha에서 2018년에 개발된 ‘금강 1호’는 8.17 MT/ha이었다 (Cho et al., 2020).
작물의 수량은 농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형질로 양적유전자나 외부 환경요인에 주된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Zheng et al., 2017). 벼의 수량 관련 요인은 자포니카 및 자포니카 일대잡종 벼의 경우 수수와 생육기간 기간이 직 접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인디카나 인디카 일대잡종 벼는 등 숙률, 천립중, 수장, 간장, 수장, 수당립수, 착립밀도, 생장기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수량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Li et al., 2019). 또한 수량성 향상을 위해서는 수량에 영향 을 미치는 직ㆍ간접적인 요인과 요인들 간의 상호 조화가 무 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Huang et al., 2011). 본 연구에서는 금후 다수성 벼 육종 방향을 제시하고 교배모본 선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국내에서 육성된 다수성 벼 품종을 대상으로 수량과 관련된 주요 직접적인 요인의 연 대별 변화를 분석하였다.
재료 및 방법
본 실험에 사용된 벼는 1970년 이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 과학원에서 육성된 통일형 및 다수성 벼 32품종을 대상으로 하였다 (Table 1). 주요 농업형질로는 간장, 수장, 출수기를, 수량구성 요소는 주당수수, 수당립수, 천립중 및 등숙율을, 그 리고 수량성과 미립 구성성분 중 아밀로스 함량의 연대별 변 화 추이를 분석하였다. 주요 농업형질과 수량구성요소 등에 대 한 데이터는 한국육종학회지의 신규 육성품종 소개와 농촌진 흥청의 신품종 소개 (Nongsaro, 2019) 및 국립종자원의 성능 심사 결과를 참조하였다. 먼저 데이터 분석을 위하여 마이크 로소프트사의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선정된 농업형질에 대한 데이터 메트릭스를 만들고 통계함수 등을 사용하여 상자 수염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가. 주요 농업형질 변화 추이
국내 육성 다수성 품종의 주요 농업형질에 대한 연대별 변화 추이를 보면 (Fig. 1A-C), 간장의 경우 1970년대는 평균 약 65 cm 였으나 80년대는 73 cm, 1990년대는 80 cm 로 지속해서 증가하였으며 2000년대 이후는 78.6 cm, 2010 년대는 약 77 cm로 다소 감소하였다. 수장은 1970년대와 80 년대는 약 23 cm 였으나 1990년대 이후는 24 cm로 1 cm 가량 늘어났다. 출수기는 1970년대는 8월 16일이었으나 80 년대는 8월 8일로 8일 정도 빨라졌으며 90년대는 8월 12일, 2000년대는 이후는 8월 14일로 늦어지는 경향이었다. 1970 년대~1990년대에 간장이 늘어난 것은 기계화 수확 확산과 볏짚 사료화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2000년대 이 후 간장이 다소 줄어든 것은 재배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벼 의 중심고를 낮추어 도복저항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출수기는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늘어나는 경향 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수량성 확보를 위해서는 영양생장 기간 이 긴 것이 유리하다.
나. 수량구성요소 변화 추이
연대별 수량구성요소의 변화 추이를 보면 (Fig. 2A-D), 주 당수수는 1970년대 12개에서 1980년대는 14.8개로 증가하였 으며 1990년대는 13.5개로, 2000년대 이후는 약 12개로 다시 감소하였다. 수당립수는 1970년대 118립, 80년대는 128립, 그 리고 90년대는 142립으로 크게 증가하였으나 2000년대는 121 립, 2010년 이후는 119립으로 감소하였다. 1990년대 이후 주 당수수가 다소 감소한 것은 1980년대 이후 국제미작연구소 (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 IRRI)에서 연구한 ideotype 초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Donald and Hamblin, 1983). Ideotype 초형이란 다수성 벼의 수량성 증가 를 위하여 소얼 장수형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Fig. 3과 같은 초형을 목표로 품종을 개량한 것이지만 결국 이삭의 길이를 길게 함으로써는 수량성 증가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결론 낸 바 있다 (Peng et al., 2008). 수당립수의 경우 1990년대까지 는 지속해서 증가하였으나 plant architecture에 반한 과다한 착립밀도는 등숙율 저하로 이어져 수량성 증가에 부의 요인으 로 작용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2000년대 이후 수당립 수와 주당수수가 감소한 것도 Ideotype형 architecture로부터 얻은 교훈인 것으로 생각된다. 등숙율은 1970년대는 약 75% 였으나 80년대는 83%로 높아졌으며 90년대는 77%로 낮아졌 고 2000년대는 약 80%, 그리고 2010년 이후는 85%로 다시 증가하였다. 2000년대 이후 다시 등숙율이 높아진 것은 수당 립수를 줄인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천립중은 1970년 대 22.5g에서 80년대는 20.9g으로 줄어들었고 90년대는 25.8g 으로 급격히 늘어났으며 2000년대 이후는 23.9g으로 감소 후 2010년 이후는 23.3으로 다소 감소하였다. 1980년대 천립중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수당립수를 늘이면서 소립화 된 것으로 판단되며 감소한 천립중이 수량 증가에 부의 요인으로 작용하 면서 그 이후 다시 증가한 것으로 유추된다. 이러한 결과는 육종의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의 일부로도 볼 수 있으나 초 다수성 품종에 대한 과도한 열정이 plant architecture를 따라 가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도 생각된다.
다. 수량성 및 아밀로스 함량 변이
다수성 품종에서 가장 중요한 형질인 수량성은 (Fig. 4A) 1970년대 510 kg/10a에서 2010년 이후 769 kg/10a로 지속적 으로 증가하였는데 1970년대 대비 수량 증가율은 80년대는 110%, 90년대는 137%, 2000년대는 138%, 그리고 2010년 이후는 150%였다. 연대별 수량성 증가는 1980년대~90년대 사이가 가장 높았으며 2000년 이후는 다소 둔화하였다. 밥맛 과 관련이 있는 아밀로스 함량은 (Fig. 4B) 1970년대 20.4% 에서 80년대 18.1%로 감소이후 90년대 19.5%로 증가하였으 며 2000년대는 18.5%였고 2010년 이후는 18.1%로 다소 낮 아졌지만 저아밀로스 품종을 제외한 초다수 품종은 찰기 면 에서는 자포니카형 밥쌀 품종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된 바 있다 (Hong et al., 2004). 통일형 품종이 널리 보급되지 못 한 단점 중의 하나는 미립이 세장형으로 인디카형이었으며 찰 기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Kim, 2014), 미립 모양의 경우 초기 통일형 육종가들에 의하여 단원립으로 바뀌었고 찰기는 그 이후 육종가들에 의하여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면 국내 다수성 품종 육성은 지난 50년간 수 량구성요소의 측면에서 역동적인 변화를 겪으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수량성은 지속해서 증가하여 다수성 육종의 원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량성 증가 폭의 둔화는 미래의 다수성 육종이 해결해야 할 문제 점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주곡의 자급달성에 원동력이 되었 던 통일형 및 다수성 벼 연구는 주로 1970년대 국제미작연 구소에서 도입된 유전자원을 활용하였고 최근에는 일부 중국 자원이 함께 사용되기는 하였지만, 현재의 국내 보유 유전자 원으로는 지속적인 수량성 향상과 형질 개량에는 한계가 있 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벼 육종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 고 기상이변에 대처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수성 품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유전 자원과 더불어 신규 유전자원의 탐색과 활용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품종의 낮은 유전적 다양성은 잡종강세를 약하게 하고 특정 병해나 기상재해에 대한 형질 개량을 어렵게 한다 (Kwon et al., 2017). 협소한 유전자원 을 확대할 한 방안으로 유럽 벼 품종의 활용도 검토할 필요 가 있다고 판단되는데 유럽은 2020년 기준 585개의 벼 품종 이 개발되었으며 그중 64.6%인 378품종은 현재 등록을 유지 하고 있다 (Yi, 2020). 또한 유럽 벼 품종은 내냉성, 직파 적응성 등 재배적으로도 우수한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미립의 이화학적 조성도 국내 품종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Yi, 2020).
적 요
다수성 벼 품종의 육종 방향을 제시하고 교배모본 선정 등 에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국내 육성 다수성 벼 품종을 대상으로 주요 농업적 형질과 수량성 및 수량구성요소 등의 연대별 변화를 분석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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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의 경우 1970년대 평균 65 cm에서 1990년대에 90 cm 까지 지속해서 증가하였으나 2000년대 이후는 약 78 cm로 다소 감소하였으며 수장은 1980년대 이전에 비해 1990년대 이후에는 1 cm 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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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수기는 1980년대 8월 8일에서 지속적으로 늦어졌으며 2010년대의 평균 출수기는 8월 1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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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수수는 1970년대 12개에서 80~90년대에는 약 14개 로 늘었으며 2000년대 이후는 12개로 다시 감소하였다. 수당 립수는 1970년대 118립에서 1990년대는 142립으로 크게 증가 하였으나 2000년대는 이후 121립과 2010년대 119립으로 감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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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립중은 1970년대 22.5g에서 80년대는 20.9g으로 줄어 들었고 1990년대는 25.8g으로 급격히 늘어났으며 2000년대 이 후는 23.9g으로 2010년 이후는 23.1g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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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성은 1970년대 510 kg/10a에서 2010년 이후 769 kg/ 10a로 지속적으로 증가 하였으며 연대별 수량성 증대는 1980 년대~90년대 사이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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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로스 함량의 경우 연차간 변이가 크지 않았으며 찰 기 면에서는 자포니카형 밥쌀 품종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