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이하 아세안)은 동남아시 아 10개국의 연합체1)로 국가 단위의 경제·사회적 협력을 목적 으로 한다.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회원국 간의 협력 발전을 도모하나 개별 국가들은 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 다. 즉, 회원국들의 경제발전 수준에 차이가 존재하며, 싱가포르, 브루나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이 경제 수준이 상대적 으로 높은 국가와 ‘CLMV(Cambodia, Laos, Myanmar, and Vietnam)’ 국가로 분류되는 저소득국가가 공존한다(Ji et al., 2017).
2007년 6월 1일 한·아세안 FTA가 발효되어 상호 간 유리한 교역 환경이 조성되었다. 한·아세안 FTA는 한국이 비교적 큰 경제권과 체결한 첫 번째 FTA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FTA 발효 이후 상호 간 교역이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한국의 對아 세안 수출액은 2007년 387억 달러에서 2021년 1,089억 달러 로 약 2.8배 증가했다. 동 기간 對아세안 수입액은 331억 달 러에서 677억 달러로 약 2.0배 증가하였다.2) 2021년 기준 한 국의 전체 교역액에서 對아세안 수출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4.0%를 기록함으로써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2대 교 역 파트너가 되었다. 동 기간 한국의 對아세안 직접 투자액 (Foreign Direct Investment, 이하 FDI)은 연평균 7.6% 증가 하여 아세안은 3대 투자국이 됨으로써 한국의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로 부상하였다. 최근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 발효됨으로써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한·아세안 FTA 발효 이후 상호 간 농산물 교역도 크게 증 가하였다. FTA 발효시점인 200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對 아세안 농산물 수출액은 연평균 20.8% 증가했고 수입액은 연 평균 6.1% 증가했다. 동 기간 한국의 對아세안 공적개발원조 (Offic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 규모도 연평균 11.3%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 FTA 이행 이후 아세안 회원국을 대상으로 수출선 다각화를 실현하였고, 주요 원조 파 트너로서 자리매김함으로써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였다. 그 러나 아세안 회원국 내 경제발전 수준과 교역 여건이 상이한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가 공존하고 있어 회원국별 수출입 증가 효과는 상이하다(Ji et al., 2016).
FTA 발효 이후 한국과 아세안 간의 농산물 교역이 활발하 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FDI, ODA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이 상 호 간 교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마도 각 요인이 한국과 아세안 간의 농산물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각기 다른 양상 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영향을 파악하면 상호 간 교역 촉진 및 경제협력방안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對아세안 회원국별 FDI와 ODA를 포함한 각 종 영향요인을 반영한 중력모형(Gravity Model)을 통해 각 요 인이 상호 간 농산물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석 결과를 기초로 향후 한국과 아세안의 농업분야 협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제언을 도출하였다.
선행연구
가. 농산물 무역 영향요인 분석
농산물 무역의 영향요인을 분석한 선행연구는 다수 존재한 다. 연구마다 사용한 변수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개별 요인 중심으로 분석한 연구와 다수의 요인으로 분석한 연구로 구분 된다. 다수의 요인에 대한 영향분석은 주로 중력모형 등의 연 구방법을 사용하였다. Park(2017)은 수출함수 추정을 통해 한 -아세안 FTA 농산물 부문의 수출 결정요인을 분석하였다. 아 세안 6개국의 전체 수출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1인당 GDP와 양국 간 거리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 농산물 수출에서는 1 인당 GDP, 소비자물가지수, FTA 체결 여부, 상대국의 소비자 물가지수, 인구 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Ji and Lim(2018)은 농업분야 ODA 결정요인에 대한 실증분석을 실시하였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41개국의 ODA 데이터 를 기반으로 중력모형을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농업분야 ODA는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적 성격을 가지지만, 공여국의 ODA 결정요인을 경제적, 외교적 동기 등의 부류로 보다 세분 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Kang and Kang(2018)은 한국의 ODA가 중점협력국 대상으로 수출 및 해외직접투자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하였다. 2007-2016년 기간 패널자료를 통해 중력모형을 분석한 결과 ODA가 수출과 FDI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별 발전 수준에 따른 적절한 경제협력 선택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Verter(2016)는 Granger 인과관계를 통하여 나이 지리아의 농업부문 외부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무역, 외부 재정흐름, 농업 간의 관계를 파악하였으며 정부의 투자 확대 및 대외적으로는 FDI와 ODA 확대를 주장하였다. 이처 럼 이미 많은 연구에서 FDI와 ODA를 농산물 무역의 영향요 인으로 사용하였다.
농산물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요인 중심으로 진행된 연 구도 적지 않다. Cho and Park(2021)은 한국 농식품 수출과 물류성과지수(LPI) 사이의 연관성을 실증 분석하였다. 농식품 수출 주요 국가인 일본, 미국, 중국, 신남방국가를 대상으로 하 였으며, 분석 결과 물류 효율성이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물류 효 율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물류 지원 등 관련 활동에 대한 적극 적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Lee et al.(2019)는 고정효과모 형을 통해 아세안 FDI 유입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 석하였다. 분석 결과,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기반으로 FDI를 실 행하고, 중국은 화인(華人)기업을 통해 투자가 이루어졌다. 실 증분석을 통해 FDI가 현지의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 친다고 보았고, 농업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결과는 도출되 지 않았다. Han and An(2016)은 농산물 무역 네트워크 변화 분석을 통해 FTA 체결국 증가를 통해 전반적인 무역 수지 개 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농산물 무역 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현황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한국의 농산물 무역량이 증가하였으나, 네트워크 내 영향력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서 무역 규모를 확대함과 동시에 수출선과 수입선의 다변 화 및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무역, ODA, FDI를 연계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Choi(2015) 는 남미 4개국을 대상으로 무역, ODA, FDI가 경제발전에 미 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경제발전 초기에는 ODA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 기반 마련이 필요하며, 경제성장 도약 기에는 FDI 및 무역 증대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 책실행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또한 개발도상국 혹 은 경제협력체 중심의 무역, ODA, FDI를 연계한 연구를 통 해 ‘ODA-TRADE-FDI 넥서스’라는 개념이 도출되었고 관련 연구는 다수 존재한다(Pheakdey, 2012;Alam Iqbal and Rawat, 2013;Sabrine and Anis, 2020;Daniel et al., 2015).
이상의 농산물 무역 관련 선행연구 검토를 통하여 농산물 무역에 있어 1인당 GDP, FTA체결 여부, 물류성과지수(LPI)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또한, 아세안과 같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존하는 경우, 개발도상국의 농 산물 무역 활성화를 위한 ODA와 FDI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 하였다. 한편, ODA는 연구에 따라 그 영향이 상이하게 나타 났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선행연구 검토를 통해 분석에 사용할 주요 변수를 도출하였으며, 한·아세안 FTA 이행과정에서 농산 물 수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는 동시에 농업협력 차원에서 FDI와 ODA의 영향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선행연구 들과 차별성이 있다.
나. 중력모형을 통한 농산물 무역 연구
중력모형은 일반적으로 국제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할 때 주로 사용된다. 농산물 무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수 출입을 결정하는 요인 분석 시 활용되며, 관련 선행연구가 다 수 존재한다. Kim et al.(2009)는 중력모형을 이용하여 1991- 2007년 간 한국산 5개 과일 품목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분석하였다. 한국 과실류 교역은 특정 국가(미국, 아시아)에 편 중된 경향이 뚜렷했고, 교역량은 국가 간 지리적 거리보다는 1인당 GDP, 한국 교민 수 등 사회·경제적 특성에 더 큰 영향 을 받았다. Cho et al.(2014)도 해외 교민의 규모에 따른 배 수출 증대 효과를 중력모형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연구 의 중요 변수인 교민 수와 배 수출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 계를 보였다. 중력모형의 기본 가정인 교역 국가 간 거리는 대부분 음(-)의 값을 가진다.
Lim et al.(2011)는 중력모형으로 원예부문(과일, 채소, 화훼 류)의 수출 결정요인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전체 채소류 수출에 국가 간 거리, 소득, 환율, 해외직접투자 등의 변수가 영향을 미쳤으며, 신선채소류와 가공채소류 모두 중력모형의 주요 변수인 거리가 멀수록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Lee and Kim(2019)은 2001-2017년 시계열 자료를 기초로 중력모형을 이용해 중국산 농산물의 對한국 수출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한중FTA 이행에 따른 관세 인하 는 중국산 농산물의 수출에 있어 부(-)의 영향을 미치고, 양국 1 인당 GDP의 곱은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Ji and Yoo(2016)는 2004년부터 2014년 사이 아세안 농산 물 수입 증가에 미치는 요인을 중력모형을 통해 분석하였다. 한국과 아세안의 1인당 GDP를 구분하여 분석하였으며, 그 결 과 FTA 이행에 따른 관세 감축 및 철폐가 한국의 對아세안 농산물 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Cho and Song(2014)은 중국의 FTA 체결이 중국의 농산물 수출에 미친 영향을 중력모형으로 분석하였다. 경쟁국 효과를 중심으로 분 석한 결과, 중국의 FTA 체결이 중국의 농산물 수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ang(2022)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농산물 교역 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주요 수출국과 수입국을 대상으로 분 석하였다. 중력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 한국의 농산물 교역 에서 교역상대국의 전체 시장과 경제 규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한국과의 교역대상국의 농지 면적과 농업 생산 성이 한국의 농산물 무역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한국 농산 물 수출의 경우 FTA 이행 효과가 유의하지 않아 FTA 활용 도 제고를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중력모형을 기반으로 농산물 무역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며, 각 연구에서 사용한 변수는 국가, 품목, 관 련 통계 가득성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본 연구의 특징은 중 력모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변수 외에 ODA, FDI 등의 변수를 특히 강조했다는 점이다.
분석모형 및 추정 방법
가. 중력모형 이론
본 연구는 무역 관련 연구에서 많이 활용되는 중력모형을 이용하였다. 중력모형은 뉴턴의 중력 법칙에서 비롯하여 다양 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개념으로, 무역에서도 국가 간의 재화와 용역의 흐름을 설명하는 데 실증적으로 활용됐다. 이 는 1962년 틴베르헨(Tinbergen)이 제안한 중력방정식(gravity equation)에 기초하는데, 양국 간 무역의 규모가 양국의 경제 규모에 비례하며 양국 간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가정한다 (Brakman et al, 2009).
식 (1)은 중력모형의 기본 공식으로 Xij는 i국과 j국 간의 무역의 흐름이고, YiYj는 양국의 GDP를 곱한 값이며, Dij는 양국 간 거리를 나타낸다. 해당 식은 변수 간 곱의 형태로 되 어 있는데,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회귀 추정에 문제가 발 생한다. 따라서 식 (1)의 양변에 자연로그를 취한 후 분석한 회귀계수를 통해서 탄력성을 계산할 수 있다.
식 (2)는 식 (1)에 자연로그를 취한 식이다. 이때 a0은 상수, a1과 a2는 각각 LnXij와 LnYiYj의 탄력성을 의미하며, εij는 오차항을 나타낸다. 따라서 해당 식을 기초로 분석한다면, GDP와 무역 규모의 상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식 (2)에 다른 변수를 추가한 확장식을 통해 여러 변수에 대한 회귀분 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중력모형은 비교적 단순한 분석모형으 로써 국가 간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Feestra, 2004).
나. 분석 방법
본 연구는 공적개발원조(ODA)와 해외직접투자(FDI)를 중심 으로 한·아세안 농산물 수출입 영향요인을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 기간은 한·아세안 FTA가 발효된 2007년부터 2020년까 지이며, 분석 대상 국가는 브루나이를 제외한 아세안 9개 회 원국이다. 브루나이의 경우 국가 데이터 수치가 극히 작거나 부재하여 본 연구의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국가별 패널 자료를 구축한 후 중력방정식 추정이 가능한 패널 모형(pannel model)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중력모형 분석을 위해 사용된 변수는 주요 선행 연구 검토를 통해 도출되었다. 도출된 변수를 기초로 구축된 분석모형은 다음과 같다.
t = 특정 시기 2007-2020년, j = 아세안 회원국
식 (3)에서 KIjt 는 t기 한국의 아세안 교역상대국 j국으로의 농산물 수입액, KEjt 는 t기 한국의 아세안 교역상대국 j국으 로의 농산물 수출액, KGDPt 는 t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GDPjt 는 t기 교역상대국 j국의 국민총생산, GDPCjt 는 t기 교역상대국 j국의 1인당 GDP, VAPjt 는 t기 교역상대국 j국의 농업총생산(VAP), FDIjt 는 t기 교역상대국 j에 대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Dj는 한국에서 교역상대국 j국까지의 거리, FNjt 은 t기 j국에 사는 해외 교민 수, FIKjt 는 t기 한국에 거주하는 j국의 외국인 수, NSPj 는 신남방정책 존재 여부(더 미변수, 정책 시행 연도(2018-2020년)=1, 정책 미시행 연도 (2007-2017년)=0), AFTAj 는 한아세안 FTA 발효 여부(더미변 수, 발효(2007-2016년)=1, 미발효(2017-2020년)=0), Oceanj 는 교역대상국 기준 동해권 항만 보유 여부(더미변수, 보유=1, 미 보유=0), εjt 는 오차항을 의미한다.
Ji and Yoo(2016)에 따르면 1인당 GDP는 아세안 농산물 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인 단위 소득수준이 농산물 수출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 중력모형의 기본 변수인 국가 단위 GDP는 교역상대국의 경 제 규모가 클수록 농산물 교역이 더 활발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도출되었다. 따라서 교역상대국 GDP와 1인당 GDP를 변수로 사용하였다. Kim et al.(2009)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역상대 국에 거주하는 해외 교민 수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도 농산물 수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 연구에서도 아세안 회원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수와 아세안 회원국 국적 이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인구수를 변수로 사용하였다.
Lee(2005), Kang(2015) 등의 선행연구에서 ODA 지원 규모 가 증가할수록 한국의 수출량과 수출액이 증가한다는 것을 실 증적으로 밝혔다. 또한, 상대국의 농산물 총생산액(VAP)이 클 수록 농산물 교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FDI) 규모가 클수록 한국과의 농산물 교역이 유리해 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중력모형의 기본 변수 중의 하나 인 교역상대국과의 거리는 농산물 교역의 장애요인으로 작용 할 것으로 예상되고, 반대로 서해권 항만 보유 여부는 물류 접근성을 나타내는 변수로 농산물 교역을 촉진할 것으로 추정 된다.
이 외에도 신남방정책 추진, 한·아세안 FTA 발효 등의 상호 간 교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적 요인도 더미 (dummy)변수의 형태로 분석모형에 포함하였다.
다. 추정 방법
본 연구는 패널 중력모형을 사용하였다. 일반적으로 패널분 석은 패널에 대한 반복 측정을 통해 종속변수와 독립변수 간 의 상관성을 파악하기 쉽다. 또한, 시계열 자료(time-serise data)와 횡단면 자료(cross-section data)의 특성을 모두 갖추었 기 때문에 장기적인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동적(dynamic) 관 계 추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패널 중력모형은 수출입 영향요인 분석에 있어 장기적인 추적을 할 수 있다.
패널자료는 분석과정에서 추정 방정식의 상수항과 계수의 일치 여부 및 오차항의 구조에 따라서 고정효과모형(fixed effect model, FE)과 확률효과모형(random effect model, RE) 으로 구분된다. 고정효과모형은 개별효과를 하나의 상수항으 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고, 확률효과모형은 개별효과를 오차 항 일부로 간주하여 처리하는 방법을 뜻한다. 식 (5)는 패널의 특성을 반영한 선형회귀모형이며, 이 모형에는 2개의 오차항 이 있다. ui 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오차항이고, eit 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순수 오차항을 의미한다. 고정효과모형에 서는 ui 를 확률변수가 아닌 추정 모수로 간주하고, 확률효과 모형에서는 ui 를 확률변수로 가정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하우즈만 검정(Hauseman Test)을 통해 고정효과모형과 확률효 과모형 중에 어느 모형이 더 적합한지 판단하였으며, 귀무가 설을 기각하지 못하여 확률효과모형이 고정효과모형보다 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 분석자료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아세안 9개 회원국의 14 개 연도의 데이터를 이용하였다. 분석에 필요한 주요 변수는 다음과 같이 취합하였다. 한국의 농산물 수출입은 UN Comtrade에서 HS CODE 1부터 24까지를 기준으로 확보하였 고, 각국의 GDP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세계개발지표 (World Development Indicator, WDI)를 활용하였다. 한국의 연도별, 국가별 ODA 지원액은 OECD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 하였고, 농산물 총생산액은 FAO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취합하 였다.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별 1인당 GDP, FDI, 해외 교민 수는 한국 통계청(KOSIS) 자료를 참고했다. 국내 거주하는 아 세안 회원국 국적자 수는 e-나라지표에서 수집하였고,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의 거리는 Distance Calculator 사이트를 이 용하였다. 더미변수인 신남방정책 추진 및 한·아세안 FTA 발 효 시점은 외교부의 자료를 참고했고, 동해권 항만 보유 여부 는 Google Maps를 통해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가. 상관관계 분석
중력모형을 이용한 요인분석에 앞서 ODA, FDI, 전체 교역 액 변수 간 상관분석을 실시하여 Pearson 상관계수를 구했다. 중력모형을 이용한 선행연구의 분석에 사용된 변수들은 대체 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였는데, ODA와 FDI가 수출입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
상관관계 분석 결과, 전체 교역액과 FDI의 상관성 계수가 0.472로 가장 컸고, 전체 교역액과 ODA(r=0.420), ODA와 FDI(r=0.355)도 각각 상관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체 무역액, ODA, FDI의 변화는 모두 같은 방향성을 갖 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모든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계 수의 값이 다소 낮은 편이기 때문에 실증분석을 통해 ODA 와 FDI가 농산물 수출입에 영향을 미쳤는지 추가로 확인하 였다.
나. 중력모형 분석
ODA와 FDI 변수 외에도 다양한 요인 변수로 이루어진 중 력모형을 통해 한국의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과 수입의 영향요 인을 각각 추정하였다. 수출과 수입 모두 합동(Pooled) OLS, 고정효과모형, 확률효과모형으로 각각 분석하였다. 특히, ODA 와 FDI 변수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ODA 변수의 경우 對아 세안 농산물 수출 분석에서는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냈지만, 對아세안 농산물 수입 분석에서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수출의 분석 결과는 ODA가 한국 농산물 수출에 긍정적인 영 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Kang, 2015). 반면 수입의 분석 결과는 ODA가 한국 농산물 수입에 부정적 영향 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효과모형과 확률효과모형에 서 모두 이와 동일한 결과를 보였으며, ODA 수여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수출을 위한 저장과 유통, 물류, 항만 등의 사회· 경제적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 출 시 필요한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WTO)와 같은 무역시 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품질 관리가 상대적으로 낙후하 다는 점도 분석 결과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FDI 변수는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에서만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의 對아세안 FDI 투자가 해당 국가로의 농 산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세안 회원국의 농산물 생산액 변수는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 수입과 모두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는 아세안 회원국의 농업 생산규모가 클수록 농산물 교역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 변수는 對아세안 농산 물 교역과 부(-)의 상관관계를 나타냈고, 이 결과는 거리가 먼 국가일수록 교역이 불리하다는 중력모형의 기본 가정에 부합한다. 동해권 항만 보유국 변수는 농산물 교역과 모두 정(+)의 관계를 나타냈으며, 동해권 항만을 보유한 아세안 회 원국일수록 한국과의 농산물 교역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의 GDP 변수는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에서는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對아세안 농산 물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함을 의미한다. 아세안 회원국의 GDP 변수는 한국의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에서 음(-) 상관관 계를 가지며, 이는 아세안 회원국들의 농산물 수입 파트너가 한국 외에도 중국, 일본, 미국 등 다수의 국가로 다변화되었 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본 연구에서 사용한 중력모형으 로 입증하기는 어렵고 무역네트워크분석 등의 방법으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농산물 수출입 통 계자료를 이용하여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입 영향요인을 중력모 형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ODA 는 한국의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수 입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세안 회원국 중 경 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CLMV 국가를 중심으로 ODA가 추진되고,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식량안보와 교역 인프라가 취 약하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의 농산물 수출 여건이 열악함을 의 미한다. FDI는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한국의 對아세안 투자가 증가할수 록 농산물 수출 여건도 양호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이 증가하 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기초로 아세안과의 농산물 교 역이 원조, 투자, 경제발전과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 였고, 해당 요소들간의 상호 연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기초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도출하였다. 첫 째, 對아세안 농산물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아세안을 대 상으로 ‘무역-ODA-FDI 넥서스(Nexus)’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회원국에는 1인당 GDP가 78,794달러인 싱가포르, 11,371달러인 말레이시아, 7,233달러인 태국과 같이 경제 수준 이 상대적으로 높은 회원국들과 2,5513달러인 라오스, 1,590 달러인 캄보디아, 1,187달러인 미얀마와 같이 경제 수준이 상 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해 당 국가의 경제 수준과 교역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ODA와 FDI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경제 수 준이 높은 국가를 상대로 FDI를 통한 경제협력을 더 강화하 고, 빈곤에 취약한 국가를 대상으로는 ODA를 통한 개발협력 에 더 치중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원조 중심에서 투자 중심로 나아가는 단계적인 발전 전략이 필요하며, 이는 결국 무역, 원조, 투자가 조화롭게 융합될 때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 에 있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對아세안 원조에 있어 농업부문 인프라 개선이 필요 하다. 앞서 아세안의 경제 규모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ODA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국가에 해당하는 아세안 회원국 들은 농산물 무역에 필요한 인프라가 매우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히 개발도상국 주민의 영양상태 개선을 위 한 식량 지원이 아닌 농산물 저장 및 유통시설 건립, 위생검 역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농산물 수출을 통해 외화 획득을 촉 진하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해야 한다.
셋째, 對아세안 농산물 교역을 포함한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 해서는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시장에서 아세안 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의 경제협력파트너 중 에서도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아직도 아세안을 경제협력파트너보다는 원조 대상국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또한, 아세안 회원국이 생 산하는 상품에 대한 품질평가도 낮은 편이다. 對아세안 농산 물 수입이 ODA 규모와 부(-)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세안 회원국 중에 원조가 필요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아세안 회 원국들과 무역, 원조, 투자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을 통해 상생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분석과정에서 로그선형변환(log-linear transformation)을 실시하였으나 무역의 이분산성(heterosecdasticity) 과 영(zero) 무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 이다. 또한, 아세안의 교역 규모가 커지고 파트너가 다변화 되는 상황에서 무역 네트워크 구조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한국과 아세안 간의 무역 영향요인만을 추정했다는 점도 한 계이다.
따라서 향후 로그선형변환모형의 대안으로 PPML(Personalized Print Markup Language) 추정법으로 포아송최대우도 중력추정 모형을 실시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분석을 시도하고, 한국과 아 세안에 국한하지 않고 아세안의 무역 파트너국을 모형에 추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적 요
본 연구는 한·아세안 FTA 발효 시점인 2007년부터 2020년 까지 14년간의 교역 데이터를 기초로 한·아세안 농산물 수출 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패널 중력모형으로 분석하고, 농 업 분야 협력방안을 도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