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인류 문명은 수천 년 전부터 생계유지를 위한 농업 활동 을 해왔으며, 세대를 걸쳐 농업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 하였고, 이를 토대로 인류는 최적화된 농업 시스템을 계승·발 전시켜 왔다. 농민들은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합한 작목을 선택 하여 재배하였고, 지역의 토지자원, 수자원, 산림자원 등을 활 용하여 식량과 생계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농업 시스템을 마 련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농민들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관계 를 이해하고 이를 지속·유지하기 위한 농업기술, 자연환경과 농 업생물의 이용 및 관리시스템도 개발하였다. 이러한 인류의 전 통농업 지식시스템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었는데, 지역의 특 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농업 시스템으로 계승·발전되었으 며, 또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함께 고유한 문화로 자 리 잡아 발전하였다.
오늘날 농업·농촌은 식량 공급 및 생계 수단 확보뿐만 아니 라 지역 생태계 확보, 전통문화 계승, 경관문화 유지, 전통 농 업기술 전승, 생물 다양성 보존 등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공 익적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변화는 농업의 역사·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농업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바탕으로 농 촌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과 다원적 가치 활용을 통한 지역발 전의 성장동력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러 다임의 변화는 200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농업·농촌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유산의 역동적인 보존(dynamic conservation)과 지속 가능한 관리(sustainable management)를 위한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GIAHS)를 도입하고 세계적으로 가치있는 농어업유산을 지정하여 관리·보전하는 계기를 마련 하였다. 특히 세계중요농업유산은 농촌지역의 환경을 보호하 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유적지, 농기구, 전통농법, 지역의 역사, 구전되는 이야기, 민속, 축제 등 농업유산의 잠재적 가 치가 매우 높아, 세계적으로 유산의 공익적, 다원적 가치의 발 견과 확산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국제개발협력 기본법 제정과 동시에 선진공 여국 협의체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24번째 회원국 으로 가입하였고, 올해로 12년이 지났다. 지난 12년 동안 한 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증가율을 보이며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와 자립성장 기반조성을 위해 활발한 원조 활동을 수행하였으며 중견 공여국으로서의 입지 를 다지고 있다. 2022년 한국 정부의 ODA 예산은 4조 425억 원이며 2023년 예산은 2022년 대비 12.4% 증가한 4조 5,450억원으로 편성되었다. 또한 총 45개 기관에서 1,898개 사 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아시아(1조 3,961억 원, 37.7%)와 아프 리카(6,994억 원, 18.9%)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지원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ODA Korea, 2022). 하지만 한국의 아프리카 농업분야에 대한 ODA 는 아프리카 몇 개국을 제외하고는 협력개발 지원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며, 수원국들 마다 정책과 상황이 달라 수원국 에 적합한 정보와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 한 시점에서 북아프리카 마그레브지역 세계중요농업유산의 가 치를 재정립하고, 이러한 가치를 관광 자원화, 지역 브랜드 화, 농업유산 비즈니스화 등을 통해 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개발협력 방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듯 세계중요농업유산의 보존·관리·활용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본 연구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지역 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의 현 상황과 유산의 특징을 살펴보고 유 산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특히 모로코 남서부 에 위치한 아르간 세계중요농업유산은 2018년에 지정된 유산 으로서, 유네스코 아르간 생물권보전지역(Réserve de biosphère Arganeraie, 1988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아르 간, 아르간 나무와 관련된 풍습 및 기술, 2014)에 동시에 등 재된 유산이다. 이 농업유산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아르간 나 무를 기반으로 지역 공동체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발전시켜 왔 으며, 이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과 정부, 관련기관, ODA공여국, 지역 주민 등과의 유기적 협력을 실천하여 생태 ·환경 복원에 노력하고 있는 농업유산이다. 이에 본 연구는 모 로코 아르간 세계중요농업유산의 다원적 가치와 공적기능을 발현시킬 수 있는 특징에 주목하고, 나아가 그 개선방안을 도 출하여 차후 국제개발협력과의 연계방안에 대해 주목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기준을 바탕으로 유산의 일반현황, 전통 지식시스템, 농업생물 다양 성, 식량 확보 및 생계수단, 수자원 관리의 전통적 사회조직으 로 유형화하여 모로코 아르간 세계중요농업유산을 살펴볼 것 이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모로코 아르간 세계중요농업유산의 가치를 재정립하여, 경제·산업적, 사회·문화적, 생태·환경적 관 점에서의 분석을 통해 유산의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발전 패 러다임으로서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고찰하고, 그 발전방안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모로코 아르간 세계중요농업유산
일반현황
모로코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인 “Ait Souab-Ait Mansour 지 역 내 Argan 기반 농·임·목축 시스템”(이하 모로코 아르간 GIAHS)은 모로코 남서부에 있는 유네스코 아르간 생물권보전 지역의 2,560,000 ha의 일부이며 아가디르(Agadir) 남동쪽 60여km 떨어진 추투카 엣 바하(Chtouka Aït Baha) 지방과 남쪽의 티즈니트(Tiznit) 지방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유산 면 적은 900 km2이며, Targua Ntouchka, Ida Ougnidif, Aouguenz, Tanalt, Ammelne, Tafraout(Mun), Tassrirt, Afella Ighir 의 8개의 코뮌(Commune, 최소 행정단위)을 포함하고 있다.
아르간 나무(Argania spinosa (L) Skeels)는 신생대 제3기의 유물로 매우 건조한 모로코 남부, 주로 아가디르, 타로우단트 (Taroudant), 에사우이라(Essaouira) 및 티즈니트에 자생하는 토 착 수종이다(Huang, 2017). 모로코에서만 자생하는 이 나무는 열대 사포테과(tropical Sapotaceae)의 유일한 대표종이며 Argania 속의 단일 종이다. 아르간 나무는 주로 반건조 및 건 조 지역에서 자라고 있으며, 원격감지를 통한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아르간 나무숲은 1,000,000 ha의 표면적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숲의 면적은 870,000 ha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모로 코 전체 산림 면적의 약 7% 정도를 차지한다(Mounir et al., 2015). 모로코 아이언 우드(iron wood)라고 불리는 아르간 나 무는 계곡의 석회질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데, 수령도 길어 125~150년까지 자라며 가장 오래된 나무는 250~400년 사이로 추정된다. 아르간 나무는 이 지역의 상징적인 수종으로 보존 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 환경적, 사회·문화적 측면에 서도 매우 중요하다. 다목적 나무인 아르간 나무는 다양한 용 도로 활용되는데, 나무는 연료로 사용되며, 잎과 열매는 염소 와 낙타의 사료가 되며,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은 식용 및 전 통 의학에 사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아르간 나무는 모로코 농 촌지역의 220만 명의 지역 주민을 포함하여 약 300만 명의 생계 수단이 되고 있다. 더불어 아르간 나무는 사막화에 대항 하는 생물학적 최종 장벽이기도 하다. 아르간 나무는 사막과 같은 생태조건에 매우 강하여 3°C~50°C 기온과 연간 120~200 mm의 낮은 강우량에도 잘 견딘다. 이러한 이유로 아 르간 숲 생태계는 이 지역의 지하수 유출 방지, 바람에 의한 토양 침식과 유실 방어, 탄소 저장 및 관리, 유전적 다양성 보전, 미기후 조절 등 다양한 생태계 활동을 하고 있다. 아르 간 나무와 관련된 사회·문화적 측면은 지역 사회의 결속, 개 인과 개인의 이해관계와 공동체 사이의 상호 존중에 이바지하 고 있다. 특히 아르간 나무는 수 세기 동안 이곳에 거주하는 베르베르인(Berber, Amazigh)의 식품이었으며, “건강 관리와 의식”(Westermarck, 2013)에 사용되어 베르베르인의 삶과 문 화에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전통 지식시스템
아르간 나무는 수 세기 동안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 ·발전시켰던 베르베르 토착 농촌 공동체의 기반이었다. 베르베 르인들은 그들의 전통 지식과 기술을 대를 이어 공유하였고, 특히 베르베르 여성들에 의해 아르간 오일의 전통적 생산과 활용에 관련된 고유한 지식이 계승되었다. 아르간 오일은 고 대 경전이나 기록에서 언급되고는 있지만, 지중해 전역과 모 로코 해안을 따라 무역 거점을 건설하였던 페니키아 시대부터 알려져 왔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르간 오일 생산에 관한 지 식은 이 지역에서 사는 베르베르 여성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전수되었는데, “어머니는 망치, 모루, 손절구 등 여러 가지 도 구들을 능숙하게 다루어 아르간 오일을 만드는 과정을 딸에게 어렸을 때부터 전수”하였다(UNESCO, 2014). 전통적인 아르 간 오일 생산은 여성들의 수작업을 통해 최소한 7단계의 과정 을 통해 얻어진다. 아르간 나무 열매는 보통 6월~8월 사이에 수확하여 햇볕에 건조하는데 나무당 수확량은 약 15~30 kg 정 도이다. 마른 열매는 베르베르 여성들의 수작업으로 과육을 제 거하고(베르베르어로 affiach), 거기에서 얻은 아몬드를 돌망치 와 모루를 사용하여 탈피(Tarugui)하여 커널(Kernel, akkayn)을 얻는다. 이후 식용유로 사용할 경우에는 영양소 흡수를 방해 하는 아르기닌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30분 정도 불에 로스팅 한다. 이어 채로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 커널은 베르베르인 전 통 맷돌(azrg)에 넣어 간다. 이렇게 얻은 갈색빛이 도는 반죽 은 따뜻한 물을 조금씩 더해 가며 오일이 고체 반죽에서 분리 될 때까지 계속 치댄다. 이후 유액을 따라내고 여과 과정을 거쳐 정제된 오일을 수확한다(Huang, 2017). 이러한 일련의 생산과정은 “고대 문헌 및 고고학적 발견과 비교해 보았을때 전통적인 추출 도구와 기술이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Ruas et al., 2015). 아르간 오일은 40 kg 의 아르간 열매에서 20 kg의 커널을 얻어 1L의 오일을 채취 한다. 오일 외에도 열매, 잎사귀 및 오일 추출 부산물은 가축 사료로 사용하며, 아르간 나무는 좋은 숯과 건축용 목재로 사 용된다. 아르간 오일에는 토코페롤(Gamma-tocopherol), 폴리페 놀(polyphenol), 스테롤(sterol)과 같은 항산화제의 함량이 높은 데(Masella et al., 2001), 토코페롤은 100 g당 올리브 오일의 2.5배, 아보카도 오일의 3배 이상이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성 분으로 인해 아르간 오일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를 통 한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 노화 방지, 화상 및 여드름 치 료, 기미와 주근깨 생성 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두산백과, 2023). 오늘날에는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제 조에 이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아르간 나무는 건조한 기후와 험준한 지형으로 열악한 토양 과 수자원이 부족한 생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지역 주민들 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르간 나무와 관련된 조상의 고유한 전통농업 지식 시스템을 잘 보존하고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바위를 뚫어 만든 빗물 저장소인 마티피아(Matifiya)를 만들어 물을 관리하고, 가파른 산비탈에 돌을 겹겹이 쌓은 노대(露臺, terraces of crops)를 구축하여 빗물의 흐름을 제어하고, 분배하 면서 아르간 나무의 캐노피 아래에서 곡식과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또한 수확한 아르간 오일, 곡식, 귀중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동저장고(Igoudar)를 지어 공동체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렇듯 모로코 아르간 농업유산은 베르베르 공동체의 중 요한 전통 지식을 잘 보존·계승하고 있으며, 세계중요농업유산 의 목표인 지속 가능한 관리와 역동적 보존을 활발하게 실천 하고 있다.
농업생물 다양성
면적 256만ha의 아르간 생물권보존지역은 생물 다양성의 보 고로 대부분 “지중해성 식물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열대성, 사하라 사막, 마카로네시아 및 고유종”과 공존한다(Msanda et al., 2005). 총 1,440종의 식물 분류군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일부는 제3차 고식물군의 주요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 다(Médail and Quézel, 1999). 이 지역 내에서 고유종은 140 종과 아종으로 이루어져 있다(Peltier, 1982).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Ait Souab-Ait Mansour 지역 내 Argan 기반 농·임·목축 시스템”의 대표적인 농업생물 다양 성은 아르간 나무, 염소, 보리의 세 가지 주요 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중에서 아르간 나무는 지역의 상징적인 종이자 시스템의 핵심이다. 모로코 아르간 GIAHS가 위치한 이곳은 ① 재배식물의 생존적 특징, ② 전통 기술과 다종 재배(polyculture) 에 기반한 생산 시스템, ③ 특히 겨울이 온화한 산악 지역부터 습하고 깊은 계곡에 이르는 다양한 생태계 덕분에 농업생물 다 양성이 풍부한 곳이다(FAO, 2018). 모로코 아르간 GIAHS 지 역에는 102종의 지역 고유 작물품종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 중 49종 이상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재배작물이다.
곡물류는 보리와 옥수수가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고, 호밀 은 주로 높은 산악지대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 지역 7종의 콩 류 중에서는 잠두콩(vicia faba)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으 며, 완두콩(Pisum sativum)이 뒤를 잇고 있다. 채소 작물은 관개 농업의 우세, 가족 농장의 자급자족 특성, 도시와의 고립 으로 인해 매우 다양하게 재배되고 있다. 즉 감자, 당근, 순 무, 호박, 토마토, 양파, 고추, 가지, 멜론, 수박 등 야채와 과 일이 모두 생산되고 있다. 과수 작물은 생태계 다양성과 산악 지역의 풍부한 수자원 덕분에 아몬드 나무, 올리브 나무, 무화 과 나무의 3가지 품종이 잘 자라는 편이다. 이 외에도 복숭아 나무, 대추야자, 살구나무, 모과나무, 자두나무는 지역 고유품 종이 대부분이다. 야생식물은 지역의 유전적, 특정적, 생태적 다양성으로 인한 ‘생물지리학적 교차로’ 기능 덕분에 매우 풍 부한 편이다. 아르간 나무뿐만 아니라 용나무, 선인장, 검나무 등이 대표적인 야생종이다(FAO, 2018).
지역의 가축은 소, 양, 염소, 낙타, 말, 가금류, 벌 등 16종 의 다양한 종이 번식하고 있다. 양과 염소 사육은 이 지역 가 축 비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는 주로 우유 생산 을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야생동물은 144종이 서식하며 험 준한 지형 덕분에 산 가젤, 큰뿔양 등과 같은 희귀한 야생동 물도 안전하게 서식하고 있다. 또한 희귀 맹금류를 포함한 83 종 이상의 조류, 27종 이상의 포유류, 34종 이상의 양서류와 파충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그중 멸종 위기 에 처한 야생동물도 12종에 달한다(FAO, 2018).
식량확보 및 생계수단
모로코 아르간 GIAHS 지역 주민의 경제 활동은 주로 아르 간 나무, 목축과 농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지역 65%의 생산활동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농촌 경제의 90%가 아르간 기반 농·임·목축업에 의존하고 있다(Benchekroun and Buttoud, 1989).
아르간 나무를 통한 경제 활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 는 것은 아르간 오일의 생산과 판매이다. 아르간 열매는 평균 무게 5~20 g으로 녹색에서 밝은 노란색을 띠고 있으며 건조되 거나 나무에서 떨어지면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아르간 숲의 평균 나무 밀도는 1 ha당 30그루로 추정되며, 대략 나무 한 그루당 아르간 열매는 15~30 kg를 수확할 수 있으며, 연간 1 ha당 450~600 kg 정도를 수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FAO, 2018). 오일 생산량은 열매 100 kg당 2.5~3리터 정도를 추출 할 수 있으며, 아르간 오일 1리터를 생산하기 위해 16시간의 여성들의 수작업이 필요하다(Charrouf and Guillaume, 2008). 아르간 오일을 압착하고 남은 ‘오일 케이크’는 주민들의 아침 식사에 사용되고 있으며, 건조한 열매의 펄프와 아몬드 껍질 은 가축의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 된다. 아르간 오일은 리터당 200~250 DH에 거래되며, 이를 수입한 해외 업자들은 리터당 350유로가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Le Poain de Waroux and Lambin, 2013). 아르간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베르베르 여성은 하루 노동에 40 DH 정도 수입으로 노동에 비해 수익이 적은 편이다. 특히 모로코 아르간 오일 수출의 90% 이상이 대용량 (bulk) 형식으로 이루어져 현지인들에게 수익이 크게 전달되지 않으며, 또한 지역 주민들은 해외 시장 접근이 어려워 수익의 상당 부분은 중개인과 대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UNIDO, 2023).
모로코 아르간 GIAHS 농·임·목축업 활동은 지역 문화의 일 부이자 경제적 자원이다. 아르간을 기반으로 생산된 부산물은 지역의 문화, 공예, 관광 부분과 연계되어 소득을 창출하고 아 르간 오일을 통한 여성의 경제 활동을 촉진한다. 특히 아르간 나무와 연관된 이 지역의 전통 요리 문화유산에는 암루 (amlou)라는 아침에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가 있는데, 꿀, 아 르간 오일 케이크, 소금과 마조람유 기반의 버터로 만든다. 이 외에도 쿠스쿠스, 타진, 고기 요리, 소스, 샐러드 등이 아르간 및 지역 농산물 기반 다양한 요리법을 사용하여, 지역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과 농식품 유산을 보전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수자원 관리의 전통적 사회조직
주지하다시피 모로코 아르간 GIAHS 지역은 수자원이 절대 적으로 부족한 지역으로, 연평균 강수량이 210 mm 가량으로 연간 약 1,400 mm의 수자원(증발량 1,600 mm)이 필요한 지역 이다. 11월~3월까지 겨울철에 연평균 강수량의 80%가 내리고 이후에는 생물학적 건조 시기로, 부족한 수자원은 샘물, 강 물, 우물, 지하수 등을 활용한다. 모로코 아르간 GIAHS 지역 에서는 이런 부족한 수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해 여러 세대를 거치며 구성된 ‘Jmaâ’(관례법 위원 회)라는 전통 조직을 통해 수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Jmaâ는 농촌 공동체 구성원이 모여 관개 시설, 모스크, 방목권과 같은 공동자산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비공식적 사회·정치적 시 스템(framework)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자원은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의 잠재적 근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Jmaâ의 역할 은 물리적 규제보다는 도덕과 윤리에 기반한 활동을 한다. 일 반적으로 Jmaâ가 관개용수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우르프(urf) 라고 하는 전통적 규칙을 따른다. 수로, 샘은 지역 공동체의 공동자산으로 간주하며, 관개 수로(séguia) 및 운하는 지역 공 동체의 통제하에 소규모 그룹에서 관리한다.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 먼저 Jmaâ와 마을 커뮤니티인 ‘Taqbilt’는 수자원 의 적절한 관리, 공정한 배분, 사용자 간 발생할 수 있는 갈 등 관리를 위해 주요 운하에 책임자를 지정한다. 둘째로 Jmaâ 는 관개 수로의 관리를 위해 공동체의 모든 남성은 홍수가 났 을 경우 긴급 복구, 댐 건설, 수로 청소 및 수리에 동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Jmaâ는 가뭄이나, 여름 건조기에는 강력한 물 절약과 분배를 권장하며, 가뭄이 계속될 때는 공급되는 수 자원의 유속을 축소하거나, 지역 주민과 논의 및 계약을 통해 관개 면적을 축소하여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역할을 한다 (FAO, 2018).
모로코 아르간 세계중요농업유산 특징 및 발전방안
경제·산업적 부문
아르간 나무는 연료, 사료, 오일 등 다목적 용도로 활용되어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역의 중요한 사회·경제적 자산이다. 특히 아르간 오일은 모로코의 상징적인 생산품으로서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가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 되었 다. 이러한 세계적인 명성 덕분에 아르간 오일을 소재로 한 아르간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아르간 오일 은 5,640톤이 생산되었고, 그중 24%인 1,348톤을 수출함으로 써 모로코의 생산, 고용, 수출에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 다. 아르간 오일 산업은 11억 3,900만 DH의 매출액, 12,000 개의 일자리 창출, 2억 7,300만 DH의 수출을 통해 전 세계로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수출은 모하메드 6세 국왕이 2008년 농업분야의 사회·경제 적 발전을 도모하는 녹색 모로코 계획(Green Morocco Plan) 시행 이후 35.4% 수준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특히 아르간 오 일에 대한 EU 국가의 선호도가 높아 2017~2018년 아르간 오 일 수출의 86%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대비 2019년 아르간 오일 평균 가격은 25% 상승하였다.
최근 캘리포니아에 소재하고 있는 Grand View Research 연구소는 아르간 오일시장 규모를 Covid-19 위기에도 불구하 고 2019~2026년 기간 동안 20.7%의 연평균 성장(CAGR)을 할 것이며, 2025년에 2억 6,240만 달러 혹은 25억 디르함의 시장 규모로 예측하였다. 아르간 오일 생산량도 연간 10.8% 성장률을 예상하였는데, 이는 모로코 정부가 기계화를 장려하 여 오일 추출 공정 단축, 오일 품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기 때 문이다. 또한 모로코 정부는 아르간 숲 생산자/사용자 전국연 맹(FNADUA)과 아르간 오일 가공업자, 수출 및 무역연합 (FMTEC)으로 구성된 아르간 산업 전문가 연합(FIMARGANE) 과의 협업을 통해 20만ha 아르간 숲 복원, 아르간 오일 10,000톤 생산, 아르간 오일 지리적 표시제(PGI) 등의 성과를 이루어 가고 있다. 더 나아가 모로코는 녹색 모로코 계획 후 속 정책인 ‘Generation Green, 2020~2030’을 통해 이 부문에 서 성과를 배가할 계획이다. 이 정책에서 아르간 분야는 “2030년까지 400,000 ha의 아르간 숲 복원, 50,000 ha 이상의 아르간 재배면적 확대, 아르간 오일 생산량을 10,000톤으로 늘 려 5,000톤을 수출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아르간 오 일 생산량의 50% 개별 포장, 500톤의 아르간 오일에 대한 지 리적 표시제 라벨링 확대, 2025년까지 전용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최소 생산량의 10% 판매하고, 이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Aujourd’hui Le Maroc, 2021).
이렇듯 모로코 아르간 GIAHS에 대한 관심과 오일 산업은 계속해서 확대되고는 있지만 모로코 아르간 GIAHS는 몇 가 지 경제·산업적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첫 번째로 모로코 아 르간 GIAHS는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충분한 소득을 보 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은 지역 주민들이 아르간 나무 보존 및 활용에 관심이 적어지고, 점점 아르간 숲 면적이 줄 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둘째로 아르간 숲 면적 확대를 위한 육종 활성화가 필요하다. 재배 기술 측면에서 아르간 나 무는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육종 기술이 발달하고 있으 며, Souss Massa 지역에 분포된 아르간 나무의 유전자를 분 류하여 기후환경에 적합한 토양에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육종을 통해 노지 토양에 이식한 후 대부분의 아르간 나무가 고사하는 문 제점을 안고 있어 빠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세 번째로 아르간 관련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인증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르간 오일은 아프리카 생산품으로 는 최초로 EU 의회의 지리적 표시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아르간 오일 성분의 혼입, 품질 표준화, 오일의 낮은 보존 문 제 등은 검증되어야 할 과제이다. 네 번째로 산업적 측면에서 소규모 협동조합과 대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제품 경쟁력 이 필요하다. 소규모 협동조합은 고급화된 틈새시장을, 그리고 대기업과 연계하여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 다. 다섯 번째로 아르간 숲 생태 관광과 지역 특산품과 연계 하여 지역 사회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하여야 한다. 농촌 지역 협동조합을 관광 시장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우 수하고 유망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사회·문화적 부문
아르간 나무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은 이 지역의 베르베르 인들, 특히 베르베르 여성들에 의해 아르간 오일의 전통적인 생산과 고유한 지식으로 계승되었다. 1990년대 라바트 모하메 드 V세 대학교의 주비다 샤르우프(Zoubida Charrouf) 교수가 수행한 연구에서 “아르간 오일은 암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을 감소시킬 수 있는 토코페롤, 항산화물질 및 불포화 지방산 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Lybbert et al., 2004). 이를 바탕으로 아르간 오일에 대한 수 익성과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1996년 샤르우프 교수를 중심으로 최초의 아르간 오일 협동조합 ‘Amal’이 설립되었 다. 이렇게 시작된 아르간 오일 여성 협동조합은 목표를 두 가지로 설정하였다. 첫 번째는 농촌 여성들의 소득을 증대시 키고, 문해력(회원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을 향상시켜 농촌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즉 지역 여 성이 보유하고 있는 아르간 오일 제조에 대한 전통 지식을 활 용하고,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의 활동에 재정적으로 보상함으로써 농촌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두 번 째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아르간 나무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아르간 나무를 보호하고 아르간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동 기를 부여하는 것이다(Pumareda et al., 2006). 사실 협동조합 을 설립하기 위해 선정된 모든 지역은 기술 진보의 혜택을 받 지 못한 외딴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이 지역에서의 협동조합 설립은 여성에게 어느 정도의 재정적 자립을 가져다주는 것과 동시에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도로 건설, 안정적인 전기 공급 망 구축 등 사회적 인프라에 변화를 가져왔다. 더불어 문화· 생태 관광객의 방문으로 생태 관광 영역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도 창출되었다.
베르베르 문화는 일하는 여성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 고 있어(Maher, 1974), 처음에는 이혼녀와 미망인들만 샤르우 프 교수의 협동조합 프로젝트에 합류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와 남편들이 점차 여성이 직장을 갖는 것을 수용하게 됨에 따 라, 오늘날 적어도 여성 협동조합은 베르베르 남성들의 저항 에 덜 부딪히고 있으며, 많은 남성들이 딸이나 아내가 가사와 육아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협동조합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추세이다. 사실 모로코 여성과 빈곤층은 농촌 지역에서 기후변화와 함께 가장 큰 위험 요소이다. 2018년 제2회 아프리카 여성 연례 정상회의에서 모로코 국왕 모하 메드 6세는 “양성평등에 유리한 조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성 주류화(性主流化)를 선언하였다(Ministry of Culture and Communication, 2018). 국왕은 17개 유엔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를 언급하면서, 그의 통치 초기 20년 동안 시행된 헌법 및 입법 개혁, 새로운 의회의 여성 할당제, 여성의 경제 적 자립과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기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성평등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하였 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을 평가하는 세계 경제 포럼 (World Economic Forum, 2018)의 ‘Global Gender Gap Report 2018’에 따르면 모로코는 149개국 중 137위를 기록하 고 있다. 또한 모로코 여성의 56%가 문맹이며 일부 농촌지역 에서는 90%에 이른다. 1990년 이후 여성의 경제 참여율은 약 26%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고 정체된 비율이다(World Bank Group, 2015). 수십 년간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여성들은 교육, 고용, 건강 관리 및 정치적 목소리에 불평 등하며, 이러한 성별 격차는 농촌지역에서 가장 크게 나타 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르간 여성 협동조합은 베르베르 문화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사이의 역학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 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적 영역’의 가치 체계 (Maher, 1974)는 도전받고 있으며, 과거에 가정이라는 사적 공 간에 국한되었던 일상적인 일은 이제 베르베르인들의 삶의 대 중적인 부분이 되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협동조합은 전통 과 현대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세계중요농업유산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되었 다. 즉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결과적으로 베르베르 여 성의 권익 증진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중요농업유산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르간 여성 협동조합은 베르베르인들의 ‘정체성과 연속성’을 보장하 고 가능한 한 많은 공동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로코 정부는 아르간 여성 협동조합이 장기적인 미래를 기약하는 지 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아르간 오일에 대한 관심과 농촌 빈곤을 줄이고 아 르간 숲을 보존하는 여성 협동조합은 지역 경제 발전,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환경 보전 성과에 크게 기여하였다(Dossa, 2011).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간과 해서는 안 되는 문제점이 있다. 먼저 주지하다시피 여성 협동 조합은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베르베르 여 성들에게 직업적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자립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부지원과 연구가 협동조합의 경영 측면 을 간과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한 경영 혁신을 통한 비효율성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르간 오일의 가격은 현지에서도 매우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베르베르인이 오일 소비를 줄이고 있다. 아르간 오일은 베르베르인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또한 그들의 집단 기억을 통한 정체성 형성에 필요한 매개물이다. 모로코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아르간 오일이 다시 베 르베르인들의 식단에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태·환경적 부문
아르간 숲의 보존 문제는 모로코 산림환경이 처한 전형적인 문제 중 하나이다. 아르간 숲의 황폐화는 아르간 종의 멸종으 로 이어지고 아르간 나무로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모로코 아르간 GIAHS 지역의 환경적 남용이 가속화되면서 아르간 숲에 뿌 리를 둔 이 지역 베르베르인들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도 결 과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실 아르간 숲은 산림 벌채를 조장하였던 장기간의 국가 농업 정책의 실패와 나무 자체의 느린 성장, 그리고 연료나 사료로 과도하게 소비됨으로써 아 르간 나무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되었다. 이 지역과 관련 되어 수행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세기 이후로 광범위 하게 아르간 숲의 황폐화가 보고되고 있다(Monnier, 1965). 실제로 아르간 숲의 거의 절반가량이 20세기에 사라졌고 “아 르간 나무의 평균 밀도는 헥타르당 100그루에서 30그루 미만 으로 약 70% 감소”하였다(Lybbert et al., 2011). 또한 모로코 수림 고등 위원회(High Commission for the Water and Forests) 평가에 따르면 매년 600 ha의 아르간 숲이 소실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지역 사막화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아르간 숲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압박에서 기인한 급속한 진화이며, 이는 아르간 숲의 개방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황폐화를 촉발하고 있다. 사실상 사회적 기능과 경제적 이익이 산림을 인위적인 황폐화로 이끌 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세기 들어 이 지역은 몇 가지 사회· 경제적 변화로 인해 아르간 생태계에 대한 위협 요소가 증가 하였다. 첫 번째로 숯 생산을 위한 남벌이다. 아르간 나무 숯 은 오랫동안 모로코 주요 도시에서 요리용으로 인기가 높았고 프랑스까지 수출되었다. 이 인기 있는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아르간 숲의 상당 지역은 무차별 벌채되었고, 오늘날에는 농 촌지역 가정의 난방과 요리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농지를 개발하기 위한 개간으로 인해 아르간 숲이 파괴되고 있다. 모로코 남서부는 토마토와 같은 수출작 목의 집약농업 생산이 활발한 곳으로 지속적으로 경작지가 확 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증가와 함께 도시화 및 인프라 개발로 인해 아르간 숲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아르간 숲의 잠재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방목과 사료 채취이 다. 목축은 이 지역 주민의 중요한 농업 활동이자 주요 수입 원이다. 모로코 아르간 GIAHS 지역뿐만 아니라 아르간 생물 권보전지역에는 풀을 뜯는 염소, 양, 소가 방목하고 있다. 특 히 아르간 숲에 방목하며 아르간 잎과 열매를 먹는 염소의 “ 과방목 계수는 사례에 따라 50%~80%로 추정”되고 있다 (Laaribya, 2015). 다섯 번째로 아르간 숲은 두 가지 유형의 자연재해에 노출되어 있다. 아르간 숲이 있는 모로코 남서부 는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사막의 최전방이며, 더불어 기후변 화의 영향이 가장 큰 지역이다(0.6~1.1°C 기온상승 및 10~15% 강수량 감소). 이에 따라 이 지역은 건기가 길어지고 있으며, 가축 무리가 늘어나면서 목축 자원이 고갈되고 있어, 아르간 숲의 기능과 자원공급 잠재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렇듯 아르간 숲의 황폐화는 지역 전체를 사막화 위협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1925년 최초로 왕령(dahir)에 의해 아르간 숲 관리와 사용권을 지역 주민들이 소유하는 국 유림으로 규정·선포하였다. 1985년에는 ‘아르간 오일 프로젝트 ’를 통해 환경 문제와 동시에 경제적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 2005년에는 500 ha의 아르간 숲이 복원되었고 2009년 2,200 ha, 2017년 100,00 ha가 재조 림되었다. 또한 2004년 5월 에사우이라(Essaouira)에서 ‘아르 간 나무 연구와 보존을 위한 모하메드 6세 재단’(Fondation Mohammed VI pour la recherche et la sauvegarde de l’arganier)을 설립하여 아르간 제품과 생태계 보전에 관한 연 구를 시작하였다. 더불어 2010년 모로코 정부는 오아시스 및 아르간 나무 개발을 위한 국가 기관인 ‘국립 오아시스 및 아 르간 지역개발청’(ANDZOA, Agence Nationale pour le Développement des Zones Oasiennes et de l'Arganier)을 설 립하였다. ANDZOA는 오아시스 시스템과 아르간 숲 내에서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개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관은 아르간 생태계 복원, 프로모션, 마케팅, 아르간 제품의 라벨링, 아르간 나무 보호 및 개발, 제품 향상과 관련된 과학 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의 강점 중 하나는 아르간 나무 재배(arganiculture)를 빈곤 완화 및 생태계 회복을 위한 생산적인 활동으로 촉진하는 것이다(Perry, 2020). 또한 ANDZOA는 수림 고등 위원회 및 기타 활동가들과의 공동 노 력으로 아르간 숲 퇴행률을 줄이고 있으며, 사막화 방지, 아르 간 산림 생태계 복원, 아르간 나무의 보존 및 가치 평가, 산 림 생태계의 경제 발전을 위한 10개년 프로그램(2015~2024) 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탄소 배출을 방지하고, 아르간 오일을 상품화하기 위한 모로코 정부의 공격적이고 다양한 정 책은 지역 생산자와 지역 생태계보다는 소비자와 대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Lybbert et al., 2011). 즉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시장 기반 접근 방식의 아 르간 숲 개발은 환경, 경제 및 사회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중심축의 균형을 잃게 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는 아르간 숲 복원 및 활용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식이 필요하다. 지역의 인적 요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설계되고 발전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현재 위기에 처한 전통적인 아르간 생산 시스템을 지역적 제약과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현대 생산 시스템으로 의 성공적 전환도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결 론
농업·농촌의 다양한 유산은 기존의 역사적 가치와 사회·경 제적 가치를 비롯하여 그 지역 주민들의 정서적 가치까지 담 고 있다. 즉, 한 국가의 농업유산은 자연을 도구화하지 않으면 서, 생태계와 합일을 이루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며, 농업 의 인문·사회·경제적 가치를 보여주는 소중한 인류의 자원이 다. 따라서 세계중요농업유산을 단순히 역사, 문화, 환경의 보 호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교육적·사회적·산업적 가치를 창출하고, 국가 이미지 향상과 지역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 칠 수 있는 잠재적 가치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 서 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는 사라져 가는 조상들의 고 민과 지혜가 담긴 전통·환경·문화 시스템으로서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본 연구가 주목했던 모로코 아르간 GIAHS 또한 농업유산 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역동적 보전이라는 접근 방식을 통해 농업, 생태 및 지역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 르간 나무는 수 세기 동안 베르베르인들에게 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안정을 주는 원천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모로코 아르 간 GIAHS는 경제·산업적, 사회·문화적, 생태·환경적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발전 가능성과 더불어 위협 요소도 공존하고 있 다. 도시화와 집약 농업 확대, 수자원 고갈, 사막화 가속, 지역 주민의 무관심 등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이후에도 이러한 위 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로코 정부, FAO, ODA 공여국들은 아르간 생태계 복원, 아르간 나무 재배면적 확대, 사막화 방지, 아르간 나무 보존 및 가치 평가 등을 통 해 모로코 아르간 GIAHS 및 생물권보전지역의 지속 가능한 보존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 로코 아르간 GIAHS는 다른 마그레브 지역의 GIAHS와 마찬 가지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 다. 이러한 점은 모로코 아르간 GIAHS의 지속적이고 효율적 인 보존을 위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컨대 아르간 제품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해도 여전히 베르베르인이 생산하 고 소비하는 베르베르인의 전통 유산이다. 하지만 아르간 나 무가 만들어낸 생각지 못한 부와 성과로 인해 베르베르인은 아르간 나무를 보존하고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 한 아르간 나무의 활용으로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여기에 비싸진 아르간 오일로 인해 베르베르인들의 소비가 급격히 감 소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 주민의 소득 증가를 위해 조직된 아르간 여성 협동조합은 무형유산 측면이나 관광적 측면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재정적 자립은 현재까지는 충분하지 않다. 농업유산은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유산을 보 존하고, 활용하여 경제 활동으로 이어질 때 보존될 수 있다. 인간과 농업유산과의 공생적 삶의 방식만이 생태적 환경의 가 능성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지식, 기술, 문화의 축적을 통해 지역적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전제가 선행되어 야만 세계중요농업유산의 다원적 가치와 공익적 기능을 바탕 으로 지역의 내발적 발전이 가능할 수 있으며, 농업유산의 효 용성을 기반으로 한 개발협력의 방향성이 확립될 것이다.
적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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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목적은 모로코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인 “Ait Souab-Ait Mansour 지역 내 Argan 기반 농·임·목축 시스 템”을 대상으로 농업유산의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패러 다임으로서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탐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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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기준을 통해 농업유산의 일반현 황, 전통 지식시스템, 농업생물 다양성, 식량 확보 및 생 계수단, 수자원 관리의 전통적 조직으로 분류하여 농업유 산의 가치를 분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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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아르간 GIAHS 가치 재정립을 통해 경제·산업적, 사회·문화적, 생태·환경적 관점에 대한 분석과 문제점을 제 시함으로써 모로코 아르간 GIAHS에 대한 농업·농촌 개발 협력 활성화 가능성을 고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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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를 통해 세계중요농업유산의 교육적, 사회적, 산업 적 가치를 구체화하고, 나아가 식량문제와 기후환경 변화 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농업·농촌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동력으로써 세계중요농업유산의 유용성에 대한 국제개발협력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