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일천궁(Cnidium officinale M.)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중국 사천성, 도강언시, 팽주(MFDS, 2009) 및 일본 북 해도, 한국 영양, 봉화 등에서 재배ㆍ생산되고 있는 약용작물 중 하나이다(MAFRA, 2019).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으 며 에도시대 때 일본을 거쳐 일제 강점기 국내에 소개되었다 (GBARES, 2012). 재래종으로는 토천궁이 있다. 한방에서는 부 인병 치료로 많이 활용되었으며, 330종의 생약재 중 7번째로 처방 빈도가 높은 약재이다(MOHW, 2001).
일천궁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로 알려져 농가 선호 도가 높지만 연작장해로 인하여 재배가 까다롭고, 매번 새로운 초작지를 찾아야 한다. 도입초기 일천궁의 주산지는 울릉도였 는데 1990년대 초 경북 영양지역으로 이동하게 된 것도 연작 장해 때문이라고 추정되고 있다(Hwang et al., 1995; GBARES, 1996; GBARES, 2012). 일천궁 재배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 움은 고온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일천궁은 따뜻한 지역에 서 생육이 좋지만, 30°C 이상 고온에서는 하고현상(夏枯現象, summer depression)이 있어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후 대가 매우 제한된 식물이다(Hwang et al., 1995;RDA, 2017). 따뜻하면서 더위도 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재배지는 계 절 변화가 심한 국내 기후 여건상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인 재배 취약성을 가진 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일천궁을 주요 원료로 하는 건강기능성 제품들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국내산 일천궁 수요도 크게 증가하였다. 일천궁 재배면적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었고 연 간 생산량도 2015년 5 87톤에서 2021년 1,123톤으로 91% 증 가하였다(MAFRA, 2022). 현재 주산지인 영양, 봉화 등의 경 우 재배할 수 있는 포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타 지역으 로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가의 일천궁 재배 선호도가 높아지자 주산지 이외의 여러 지자체에서 특화작목으로 육성 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재배 지역 확대는 곧 재배 기후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작물의 기후 적응 불확실성 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18년의 경우 유례없는 폭염이 찾아와 농가 피해가 더 심하였다.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는 작 물에 대한 지역별 기후적응 평가는 물론 작물 특성이나 포장 상황에 맞는 관련 대응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고온 피해 현황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결과나 명확한 피해원인 구명 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농가 재배포장에서 발생하는 일천궁 고온피해 양 상을 분류하고 유발 원인을 구명하여 일천궁 고온피해 경감기 술 개발 및 주요 산지의 대책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 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1. 일천궁 재배농가 포장 고온피해 현황 및 특성 조사
일천궁 고온피해 현황 및 특성 조사를 위하여 국내 주요 산 지인 충북 제천과 경북 봉화의 5개 포장을 대상으로 폭염 기 후가 지속되던 2018년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3일간 농가 재배포장을 조사하였다.
조사지 기후조사
고온피해 조사지인 봉화군과 제천시의 2018년 평균기온, 최 고기온 등 기상자료는 조사지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상청 방제기상관측장비(AWS, Automatic Weather System) 의 자료를 이용 하였다. 제천시 AWS는 덕산면 도기리 농가 포장과 직선으로 약 7 km 거리이고, 봉화읍 AWS는 명호면 양곡리 농가 포장과 약 8 km 거리이다. 농가포장과 가까운 방 제기상관측장비 (AWS)의 자료에는 오래된 관측 자료가 없기 때문에 1988년부터 2017년까지의 30년 평년 자료는 조사포장 에서 조금 더 떨어진 기상청의 제천 및 봉화 관측소의 종관기 상관측장비(ASOS, Automated Synoptic Observing System) 의 자료를 이용하였다(KMA).
고온피해 조사 및 유형 분류
농가 피해 포장의 주요 조사내용은 멀칭의 종류, 재배면적, 관수방법, 해가림 유무 등 재배관리 방법과, 고사율, 주피해 증 상, 피해면적, 고온 지속시 예상 피해 면적 등이다. 개체의 고 사율은 지상부 줄기의 80% 이상이 완전히 탈색된 개체를 고 사로 간주하였으며, 한 조사포장 마다 3개 지점을 선택하여 무 작위로 각각 10개체씩 총 30개체를 조사하여 고사율을 계산 하였다. 피해정도는 잎이 마르거나 황화한 정도를 정상 및 경 미한 수준(1), 25% 이하 피해(3), 26~50% 피해(5), 51~70% 피해(7), 71% 이상 피해(9)로 구분하였다. 피해증상은Ⓐ 위축, Ⓑ시들음, Ⓒ황화, Ⓓ주변부 잎마름, Ⓔ잎 전체 마름, Ⓕ식물체 고사로 구분하였다. 고온피해 유형분석과 관련해서 는 조사포장 관찰 및 추후 사진 판독을 통해 일천궁 개체의 공통된 피해 특성을 파악하여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 하였다.
2. 장기 시험재배에 의한 고온피해 특성 분석
농가 포장 조사에서 나타난 지상부 피해양상을 재현하고 지 하부까지 어떤 단계를 거쳐 영양체의 소실이 진행되는지 관련 특성들을 장기간 추적조사하기 위하여 충북 음성 소재 국립원 예특작과학원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일천궁 재배포장을 조 성 하고 3년간 포장에서 나타난 고온피해 개체의 조사를 진행 하였다.
시험포장 조성 및 일천궁 재배
시험포장은 10 a당 퇴비 및 시비를 각각 1톤, 12-10-15(NP- K)로 하였으며 두둑의 높이는 약 30 cm로 조성하였다. 두둑 가운데에는 점적테이프를 설치하고 흑색비닐로 멀칭한 후 4월 말경 약 25 g 내외의 균일한 일천궁 종근을 두 줄로 식재 하 였다. 포장 수분관리는 기상 및 토양수분 함량을 고려하여 임 의관수 하였으며, 그외 제초 및 병해충 관리는 관행적인 방식 을 따랐으며 11월 초까지 재배하였다.
일천궁 고온피해 특성 조사
본 조사에서는 일천궁이 다른 작물들에 비해 포장의 고온에 더 취약한 원인을 생육 및 형태적 특성과 관련해 분석하고 생 육기 동안 발생하는 고온피해 양상 및 진행과정을 단계별로 분류 하였다. 고온피해 양상 및 진행과정에 대한 분류는 생육 기 동안 지속해서 피해주의 지상부 평균 초장, 엽수, 고사후 신초발생 회수 등을 조사하고 지하부를 관찰하여 외관적인 피 해 발생 특징 및 순서를 정리하였다.
3. 비닐멀칭 두둑의 온도 분포 및 작물 피해 영향 분석
일천궁 지상부의 고사는 공간적이고 순차적인 특별한 유형을 띠게 되는데, 비닐멀칭 두둑의 시간과 공간별 복사열 분포를 조 사하여 작물의 고사에 미치는 온도의 영향을 분석 하였다.
두둑 멀칭 표면 온도분포 조사
본 조사는 2018년에 조성한 포장을 이용하였다. 고사의 직 접적인 원인으로 여겨지는 포장 온도는 두둑으로부터의 높이 및 시간별로 조사하였다. 측정일은 8월중 맑은 날(8.8)을 택하 여 고온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12시부터 16시까지로 하였다. 측정 높이는 일천궁의 최대성장 높이가 약 60cm 정도인 점을 감안하여 표면으로부터 0 cm~60 cm까지를 대상으로 하였다(Kim, 2000). 측정방법은 온습도 데이터로거 (EL-USB-LCD, Lascar Electronics, USA)를 이용하여, 나무판 에 각 높이별로 좌우 2개씩 붙인 후 10분 간격으로 연속 측 정하였다. 본 조사는 식물체가 완전히 고사하여 비어있는 두 둑에서 실시하였다.
일천궁 군락내 온도와 토양수분함량 조사
본 조사는 2020년에 조성한 포장을 이용하였다. 일천궁 내 부가 포장에서 어떻게 열이 전파되어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남서 215° 방향으로 조성된 이랑에 심겨진 일천궁 군 략내 각 개체의 지점별 온도와 엽 표면 온도를 조사하였다. 조사일은 7월경 맑은 날을 택하였으며 13시에서 14시까지 측 정하였다. 대기온도는 온습도 데이터로거(EL-USB-LCD, Lascar Electronics, USA)로 측정하였으며 토양 표면 온도는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GT3000. Gilwoo, Korea)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토양 온도와 토양 수분함량은 휴대용 토양온습도 측정기(WT100B, Mirae Sensor, Korea)를 이용하여 표면으로 부터 약 10cm 깊이를 조사하였다. 토양 온도와 토양 수분함 량 및 표면온도는 각 시료의 주변부를 20회 이상 신속하게 반 복 측정한 후 평균하였다. 일천궁 내부 온도는 상하좌우 및 깊이별로 7 지점을 선정하고 지점별로 설치된 온습도 데이터 로거(EL-USB-LCD, Lascar Electronics, USA)를 이용하여 측 정하였다. 일천궁 엽온은 각 7지점에 위치한 잎들의 표면을 적 외선 온도계(GT3000. Gilwoo, Korea)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조사 개체는 두둑의 좌측과 우측 각각 2개씩 총 4주를 선정하 여 조사한 후 평균값을 이용 하였다.
4. 통계처리
지상부의 온도 조사는 2반복 측정하여 조사하였으나 일반적 으로 기온에 비해 측정 지점마다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두둑 표면과 토양 온도 및 수분 등은 각 처리구별로 20반복 이상 측정하여 조사하였다. 도출된 정량적 실험 데이터는 평균 ± 표 준편차(means ± SD)로 나타냈다. 식물체의 내부 공간 기온 및 엽표면 온도는 SAS Program(SAS Enterprise Guide 4.3, SAS Institute Inc., Cary, NC, USA)을 이용하여 Duncan’s Multiple Range Test(DMRT) 방법으로 유의적 차이를 검정하 였다. 유의수준은 p < 0 .05 이다.
결과 및 고찰
1. 2018년 일천궁 재배농가 고온피해 조사 및 피해유형 분석
조사지 기후
일천궁 고온 피해 조사지인 제천과 봉화 지역의 30년간 연 간 강우량, 평균기온, 연간 30°C 이상 고온 및 33°C 이상 폭 염 일수는 Table 1과 같다. 제천지역 30년 평년의 연평균 기 온과 생육기 기온은 각각 10.3°C, 17.8°C에서 2018년 10.5°C, 18.4°C로 소폭 상승하였다. 그러나 일천궁에 고온 피해를 일으 키는 30°C 이상 일수는 36.1일에서 5 0일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33°C 이상의 폭염일수는 6.9일에서 32일로 대폭 늘어났다. 봉 화지역의 경우도 연평균 기온과 생육기 평균기온은 각각 0.4°C 와 0.8°C 상승하는데 그쳤으나 연간 30°C 이상 일수는 28.4 일에서 49일로 증가하였고, 폭염일수는 5 .7일에서 24일로 증 가하였다. 피해 포장이 있는 지역과 가까운 덕산면과 봉화읍 소재 AWS에서 관측한 2018년 기온은 위에서 언급한 제천, 봉화의 ASOS 관측 기온보다 대체로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
제천지역 일천궁 재배포장 고온피해
충북 제천시 덕산면 일대의 일천궁 고온피해 현황은 Table 2 및 Fig. 1과 같다. 첫 번째 조사지는 약 1,000 m2 정도로 흑색비닐피복을 하고 해가림이나 점적관수는 하지 않았다. 포 장 주변에 이동식 간이 양수기가 있었고, 고랑에는 물을 댄 흔적이 있어, 유사시 응급 관수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포장 전체 일천궁 하엽의 약 30~40% 정도가 말랐으며, 지상부 고 사율도 약 3 5 % 정도 되어 향후 기후가 양호하여도 정상적인 수량 확보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덕산면 일대의 두 번째 조사지는 약 3,300 m2 정도의 돌밭으로 흑색비닐피복을 하였으며 해가림이나 관수시설은 없었다. 포장 전체 일천궁의 하엽이 대부분 고사하였으며, 지상부 고사율은 약 37% 정도 되었다. 피해 상황은 대체로 첫 번째 조사지와 유사하였으나 일부 산그늘이 지는 곳은 생육이 약간 양호하였다. 같은 지역 의 세 번째 조사지는 재배면적이 약 5,000 m2 정도로 흑색비 닐이 피복되어 있었으며 다른 두 지역에 비하면 생육이 양호 한 편이었다. 해가림이나 별도의 관수시설은 없었으나 일천궁 포장 주변에 포장높이보다 높은 위치에 수로가 정비되어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일천궁 밭고랑으로 쉽게 물을 댈 수 있어 수 시로 관수를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포장 전체 일천궁의 하엽이 타들어가는 증상이 있었으며, 하엽의 일부가 고사 되 었으나 상층부는 비교적 양호하였다. 지상부 고사율은 약 5 % 수준이었다.
봉화지역 일천궁 재배포장 고온피해
경북 봉화지역의 일천궁 고온피해 현황은 Table 3 및 Fig. 2와 같다. 첫 번째 일천궁 재배포장 조사지는 약 8,000 m2로 흑색비닐로 피복되었으며 해가림 시설은 없으나 점적관수 시 설을 갖추어 하루 40분 이상 주 3회 이상 관수하고 있었다. 대체로 제천지역보다 생육이 양호하였으며 고온에 의한 황화, 잎마름 증상 비율은 높았으나 지상부 전체가 고사한 개체의 비율은 5 % 정도에 불과하였다. 봉화지역의 두 번째 조사 포 장은 약 3,000 m2로 첫 번째 조사지와 마찬가지로 흑색 비닐 로 피복하였고 해가림 시설 없이 점적관수 시설만 갖추고 있 었다. 관수 시간은 주 3회 이상 하루 2시간 정도였다. 일천궁 지상부 잎은 황화 및 잎마름 증상 비율이 높은 편이며, 지상 부 고사율은 약 1 5 % 수준 이었다. 본 조사결과 봉화지역의 일천궁 재배 포장은 제천 지역과 달리 점적관수 시설을 갖추 고 있어 고온 피해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 된다. 두 지역 5개 포장의 고온피해 증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 지만 피해 증상이 주로 하엽에서 시작하여 식물체 전체로 확 산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 같았다. 물관리가 증상을 완화 하는데 도움을 주긴 했으나 고온 피해를 야기하는 보다 직접 적인 원인을 구명해볼 필요가 있다.
일천궁의 고온피해 유형
두 지역 전체 재배 포장의 일천궁 고온 피해 증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 번째 유형(Type I)은 일천궁의 잎의 선단부가 누렇게 탈색되는 형태인데, 재배포장 내 거의 모든 일천궁 개체에서 확인 되었다(Fig. 3). 잎들 간 의 간섭이 크지 않아 일사에 직접 노출되는 끝부분이 먼저 피 해를 받고 잎의 중심으로 탈색이 확산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 다. 이것은 외곽부위의 잎과 속 부위의 잎의 일사량 차이로 오미자와 같은 작물에서 나타나는 고온 피해 특성과도 유사하 다(RDA, 2017). 두 번째 유형(Type II)은 일천궁 잎이 두둑 과 맞닿아 있는 하부부터 탈색 및 고사하여 점차 내부에 있는 잎으로 확산되는 형태이다 (Fig. 4). 가장 아래쪽을 둘러싸고 있는 잎들이 고사하여 바닥에 떨어지고 나면 바닥 쪽 열을 막 아줄 지지대가 사라지므로 다음 열의 잎들이 영향을 받고 연 쇄적으로 중심부까지 확산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피해 정도 는 두 번째 유형이 훨씬 더 크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유형의 피해 증상은 잎의 끝부분에서 탈색이 멈추거나 그 이상 진행 되어도 식물체의 전체적인 외형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으나 두 번째 유형의 증상은 잎이 하나씩 말라 고사하며 심하면 일 천궁 개체 전체로 확산된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둑의 바닥 쪽 온도가 위쪽보다 훨씬 높기 때문인데, 첫 번째 유형의 피해가 주로 직접적인 일사 및 대기 온도에 의한 것이라면 두 번째 유형의 피해는 두둑 표면에서 발산되 는 복사열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2. 장기재배 시험에 의한 고온피해 특성 분석 일천궁의 형태적 특성에 따른 고온취약성
고온 피해를 입은 모든 일천궁의 피해가 하부 엽에 집중된 이유 중에는 일천궁의 형태적인 특성과도 연관성이 있다. 2018 년에서 2020년까지 시험재배한 일천궁의 일반적인 생육 특성 과 고사후 변화된 특징들은 Table 4 및 Fig. 5와 같다. 일천 궁은 영양체인 근경(根莖, Rhizome)으로부터 미나리와 같은 깃 털 모양의 복엽이 봄ㆍ여름에 걸쳐 다발로 발생하며 성장한다. 잎은 땅속 근경으로부터 수직으로 한 가닥씩 올라오지만 잎들 간의 간섭이나 지지 그리고 입 자체의 무게 등에 의해 일부 잎은 아래로 쳐지게 되므로 가운데를 반으로 자른 단면은 둥 그런 부채 살 모양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Fig. 4). 이에 따라 외곽 쪽의 잎들은 두둑 바닥과 가깝게 되고 중심부의 잎들은 꼿꼿이 세워져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일천 궁은 1년차에 거의 꽃이 피지 않으므로 종근을 심어 재배하는 경우 꽃대를 형성하는 줄기나 가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GBARES, 2012). 식물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이 바닥에서 올라 온 얇은 잎의 형태 이다 보니 기부 쪽에 두꺼운 줄기나 가지 를 가진 식물체에 비하면 고온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온에 의한 고사 진행과정
일천궁의 생육기간 동안 고온 피해 진행과정은 Table 5와 같다. 유형I은 선단부의 잎마름 증상 > 일부 엽 황화 > 부분 고사의 형태로 진행되며 피해 수준은 낮거나 중간 정도이며 진행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이다. 유형II는 하엽고사 > 외곽 부 위 엽 연쇄고사 > 전체고사 또는 중심부만 생존 > 신엽 출연 > 지하부 함몰 > 지상부 층형 구조 발생 > 지상부 고사 > 신엽 출현 > 지하부 함몰 및 전체 고사 순으로 진행된다. 피 해 수준은 높은 편이며 경우에 따라 전 생육기 동안 진행된다 . 일천궁의 고사 기간이 장기간 복잡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지 하부에 영양체인 근경이 남아 있어 쉽게 고사하지 않기 때문 이다. 잎이 완전히 고사하여도 토양 속에 남아 있는 근경으로 부터 연간 2~3 차례 정도 새로운 잎들이 계속하여 발생 하였 다. 이러한 과정은 수확기가 가까운 10월까지도 지속 되었다 (Table 4). 기후조건이 다시 좋아진다면 새로 발생한 잎들에 의존해 개체의 생존 정도는 가능한데,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 고사와 신엽의 출현이 반복된 경우 근경은 더 이상 양분을 축 적하지 못하고 점차 비어 갔다(Fig. 5). 이 때문에 고온 피해 로 포장에서는 여러 차례 지상부의 부분 고사로 인해 잎의 단 차가 발생하였다.(Fig. 5). 이와 같은 지상부 신초의 반복적인 출현은 지하부 근경의 양분 축적을 방해하여 근경속이 함몰되 어 표피 부위의 흔적만 토양 속에 남게 된다.(Fig. 5). 지하부 의 고사가 장기간 복잡하게 진행되긴 하지만 일단 지상부가 처음 고사하고 나면 지하부의 피해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재배 상의 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Table 4).
3. 비닐멀칭 두둑의 온도영향 분석
두둑표면 온도분포
두 번째 유형(TypeII)을 일천궁 고온 피해의 가장 큰 문제점 으로 주목하고 두둑으로부터 식물체의 각 부위가 받는 온도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자 두둑 표면에서 발산되는 온 도와 지속시간을 높이 별로 측정하였다. 두둑 위의 한낮 온도 변화는 Fig. 6과 같았다. 두둑으로부터 높이 별 복사열 온도 분포를 보면 표면으로부터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열이 확산되 면서 약간씩 낮아진다. 온도 분포나 편차는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기온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낮 시간 때에는 표면 쪽이 더 뜨거워져 온도 편차도 가장 크게 나므로 생육 피해가 이 시간대에 집중될 것으로 여겨진다.
위의 온도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두둑 높이별 일천궁의 고 온 노출 추정시간은 Fig. 7과 같다. 본 조사 당일 일평균 기 온이 28.2°C이고 12시부터 16시까지의 대기 온도가 30.9°C ~34.1°C 정도였다. 그러나 두둑의 가장 바닥부분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35°C~45°C의 온도가 약 80분이나 지속되었고, 45°C~55°C 정도의 고온이 지속된 시간은 약 140분이나 되었 다. 약 15cm 높이에서도 35°C~45°C의 온도가 약 190분간 지속되었고, 45°C~55°C의 온도는 약 30분간 지속되었다. 농가 재배과정에서는 근경 비대기 때부터 억제재배를 하므로 다자 란 천궁의 초장은 약간 덜 자란 상태인 약 35 cm에서 5 0 cm 정도이다. 이 높이에서는 35°C~45°C의 온도가 약 210분 정도 지속되었으며 45°C 이상의 온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열이 대 기 중으로 일부 확산되면서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닥과 최상단인 60cm 높이의 평균 온도 편차는 약 4.3°C 였다. 최상단의 온도는 바닥 온도에 비해 낮아지긴 하였으나 상층부 대기 온도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약 7.5°C 정도 높은 온도라서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따라서 천궁과 같이 키가 작 은 작물들의 경우 대기 중으로의 열확산에 의한 뚜렷한 고온 경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천궁 군락 공간별 온도
두둑의 열 발산이 일천궁 개체 내부의 공간에 어떻게 전달 되고 잎에 영향을 주어 고온 피해를 야기하는지 확인하기 위 하여 직접 식물체 안쪽의 온도를 측정하였다. 일천궁 내부 위 치 별 온도는 Table 6과 같았다. 서향 쪽 두둑의 바닥인 1번 지점이 기온과 엽 표면 온도가 가장 높았다. 반대편 동향 쪽 6번 지점의 기온은 다소 낮았다. 바닥 쪽이긴 하지만 측정이 수행된 13~14시경 태양의 방향으로 인해 약간 그늘이 진 곳 이기 때문에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6번 지점은 아침부터 가 장 긴 시간 광을 받은 지점이기 때문에 태양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비록 공간의 온도는 낮아졌지만 엽 표면 온도는 두 번째 로 높았다. 따라서 바닥 부위인 1번과 6번 지점부터 잎의 고 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서향 중간 높이 지 점인 2번과 중심부 중간 높이인 4번의 온도가 거의 같게 높았 으며 엽 표면 온도는 외곽 부위인 2번이 더 높았다. 전체 중 에 가장 온도가 낮은 지점은 중심부 아래인 3번 지점인데 이 부위는 항상 그늘이 지는 곳으로 엽 표면 온도도 가장 낮았다. 그 다음 낮은 온도는 5번 지점인데 가장 높은 위치이기 때문 에 두둑의 열이 대기 중으로 확산되기에 유리한 지점이다. 대 체로 공간의 온도 분포와 엽 표면 온도는 고사 유형2(TypeII) 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에 부합하였다. 즉 바닥 쪽에 서 안쪽을 향하여 식물체 고사가 진행되고 결국 중심부만 남 게 되는 현상과 일치하였으며 따라서 두둑에서 발산되는 열기 가 일천궁 고사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사료된다. 일천궁 식물 체 내부 공간의 온도는 나지 상태에서 높이 별로 측정한 온도 보다는 조금 낮았다(Fig. 6, Fig. 7, Table 6). 일천궁 자체에 서 만들어 내는 그늘과 엽면 증발산에 의한 기화열 (evaporation heat) 흡수가 기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천궁 생육적온을 넘어서는 상당한 열 이 아직 군락 내에 남아 있어 식물체가 장기간 고온을 방어하 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멀칭 비닐은 가격이 저렴한 반면 보온, 보습, 제초, 토양침 식 및 병해충 방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현대의 농업은 멀칭 비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Hatt et al., 1995; Choi and Lee, 2001; Cui and Lee, 2001;Yun et al., 2012;Gutierrez, 2019). 특히 국내에서는 잡초 방제와 봄철 보온 용으로 생육을 촉진하기 위해 흑색 비닐을 많이 이용해 왔다(Lee et al., 1986;Kwon et al., 1988; Choi and Lee, 2001; Cui and Lee, 2001). 선행연구 에서도 근권부 온도가 작물의 발아 및 초기 생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 과들이 있다(Kim et al., 2022;Park et al., 2021).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흑색 비닐이 여름철에 포장 온도를 높여 작물 수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 를 한 바 있다(Miller, 1986;Schalk and Robbins, 1987;James et al., 1991). 본 연구결과에서도 일천궁과 같은 작물의 고온 피해를 가중 시키는 주요 원인이 비닐 멀칭으로 확인 되 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멀칭 소재의 색이나 반 사율 등의 영향(Kwon et al., 1988;Yun et al., 2012;RDA, 2017)도 있지만 주로 두둑의 흙 표면과 이를 감싸고 있는 흑색 멀칭비닐 사이의 작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온실효과 (Greenhouse effect) 때문인 것으로 추정 된다(Kasperbauer and Hunt, 1998;Yun et al., 2012). 이러한 효과는 광이 없 는 밤이나 흐린 날에는 온도 상승 문제를 야기하지 않지만 더 운 날이나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에 온도를 더 욱 높여 식물체의 피해를 가중 시킨다.
또한 두둑의 높이별 온도 차이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동일한 기후 조건의 포장에서는 모든 식물체가 유사한 온도 환경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식물의 종류에 따라 실제 생육 온도가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 령 옥수수와 같이 키가 큰 작물들보다 일천궁과 같이 키가 작 은 작물들이 고온의 복사열에 노출되는 정도가 더 심할 수 있 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할 경우에도 이러한 작 물들의 고온 피해나 적지 감소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작물들의 생육 장해 및 고사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표면 열을 효율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기능성 멀칭 소재 등에 대한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 된다.
적 요
일천궁(Cnidium officinale M.) 재배포장에서 발생하는 주요 고온 피해 특성 및 유발 원인을 구명하고자 현장조사 및 실험 을 수행하였다.
-
2018년 국내 일천궁(Cnidium officinale M.) 주요 재배 지역인 제천과 봉화의 5개 농가 포장을 조사한 결과, 제천의 경우 전체 포장의 약 5 %~37%가 고사하였고, 봉화지역 재배 포장의 경우 약 5 %~15 %가 고사함.
-
두 포장의 일천궁 고온 피해는 일사와 기온에 의해 상위 엽이 마르는 유형I과 비닐 멀칭한 두둑의 복사열에 의해 하위 엽이 연쇄적으로 고사하는 유형II로 구분되며 주로 후자에 의 한 피해가 더 컸음.
-
유형 I은 선단부의 잎마름 증상 > 일부 엽 황화 > 부분 고사의 형태로 비교적 단기간에 진행됨. 유형II는 하엽고사 > 외곽 부위 엽 연쇄고사 > 전체고사 또는 중심부만 생존 > 신 엽 출연 > 지하부 함몰 > 지상부 층형 구조 발생 > 지상부 고사 > 신엽 출현 > 지하부 함몰 및 전체 고사 순으로 생육 기간 내내 진행됨.
-
유형 II의 원인은 흑색 비닐멀칭과 토양 사이의 작은 공 간에서 발생하는 온실효과 때문인데, 데워진 고온이 두둑의 표 면으로 발산되어 대기 온도를 크게 상회하는 환경조건을 형성 함. 여름철 맑은날 오후 12시부터 16시까지 멀칭한 두둑의 높 이별 온도를 측정한 결과, 대기온도는 30.9°C~34.1°C 이지만, 두둑의 바닥 부분은 45°C~55°C의 고온이 약 140분이나 지속 되었고, 바닥에서 1 5 cm 높이에서도 30분간 지속됨.
-
비닐멀칭에 의한 두둑의 복사열은 일천궁의 고온피해를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포장 온도를 경감할 수 있는 멀칭소재 등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