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농업은 베트남 GDP의 24%와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며 약 70%의 인구가 종사하는 주요 산업이다(Purcell, 2012). 주요 수출품목은 벼, 열대과일, 카사바, 커피, 후추, 목재, 수산물, 채소류 등이며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 및 한국이 주요 교역 대상국이다(Heo et al., 2019). 그중 벼는 최대 농산물로 72백만 ha에서 재배되며 연간 43.8백만 톤이 생산되어 전체 농업 생산액의 30%를 차지한다(FAOSTAT, 2021). 주요 벼 생산 지역은 남부의 메콩강 삼각주로 전체 벼의 56%가 생산 되며, 북부의 홍강 삼각주는 15%를 그리고 북중부의 해안지 역에서는 16%가 생산된다(USDA, 2024). 베트남은 생산량에서 보면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5위의 쌀 생산국이지만 1989년 쌀 수출을 시작한 이래 연간 6.5백만 톤을 지속적으 로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3위의 수출국으로 국제 벼 교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FAOSTAT, 2021). 쌀 수출액은 약 30억불/년에 달하며 수출 쌀의 품질은 95% 이상의 완전미가 전체 수출량의 40%를 차지하고 필리핀과 중국이 최대의 수입국이다(Purcell, 2012). 한편, 베트남의 벼 재배면적은 1986년 5.7백만 ha에서 2007년에는 7.2백만 ha로 늘어났으며, 생산량 또한 연평균 86만 톤씩 증가하였지만 2015년을 정점으로 완만히 감소하고 있으며 수출 또한 줄어들고 있다 (Nguyen, 2024).

우리나라는 글로벌 종자강국 실현을 목표로 베트남을 거 점으로 수출용 벼 품종 개발과 해외시장개척을 위한 골든씨 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를 추진한 바 있다. 농촌진흥청은 ‘MS11’ 등 5품종을 필리핀 국가품종으로 등록하 였으며(Jeong et al., 2020), 베트남 북부에 적응하는 일대잡 종 벼를 개발하는 등 동남아 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Jung al, 2021).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의 쌀산업 동향이나 가치사슬에 대한 이해는 동남아 쌀시장 개척을 위한 방향 설정에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논문에서는 베트남의 쌀산업 동향과 가치사슬 관련 여건을 분석하고, 국내 기업의 진출전략 수립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론

베트남의 벼 생산 현황

베트남의 벼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1980년 이후 개혁⋅개방 정책인 ‘Doi moi’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왔다(Fig. 1). 벼 재배면적은 1980년대 평균 5.6백만 ha에서 2010년대는 7.7백만 ha로 약 38% 증가하였으며 생산량은 1980년대 1.5 천만톤에서 4.3천만톤으로 약 2.8배 증가하였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재배기술 향상과 신품종 개발의 영향으로 1980년 대 2.6톤/ha에서 2000년대는 5.6톤/ha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2021년에는 약 6톤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Fig. 1). 2017년 기준 베트남에서 품종보호권이 등록된 품종은 255개 이고 IR50404 등 약 12품종이 주로 재배되고 있으며 남부 삼각주에는 국제미작연구소에서 육성한 품종이 50-70%를 차지한다(Thuy et al. 2020). 그러나 메콩강과 홍강 삼각주와 같은 주요 벼 산지를 제외하면 신품종의 보급이 원활하지 않고 1인당 평균 경지면적이 0.14ha에 불과하며 수확량도 평균 2.4톤/ha로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다(Purcell, 2012).

한편,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재배면적은 2017년을 기점으로 평균 7.2백만 ha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베트남 농업⋅ 농촌개발부는 벼 재배면적과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경지면적 감소, 고소득 작물로의 전환, 기상재해, 병충해 등 이 있으며 신규 수출국 발굴 애로, 가격경쟁력 저하 등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Purcell, 2012). 식량안보는 베트남의 농업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논의 타목적 전용을 제한 등 벼농사 장려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농가 소득 다각화를 위하여 Resolution 03/2000/NQ-CP(’00. 2. 2) 및 Resolution 09/2000/ NQ-CP(’00 6. 15) 등 입법을 통해 한계지 위주로 새우양식, 과수재배 등으로 농지전용을 완화하였다. 하지만 논 전용금지 정책의 완화는 소규모 논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며 제도화 된 것은 아니어서 농업인들은 정책의 영속성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 투자 지원도 제한적이고 투자금 회수에도 시간이 소요된다(Minh, 2023). 한편, 벼 생산량은 봄과 가을의 온도와 강수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향후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나 재배기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요 생산 지역인 메콩강과 홍강 삼각주의 벼 생산량은 2030년까지 최대 1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Trang, 2016).

가치사슬의 문제점

베트남의 벼 가치사슬은 전통적인 사슬과 개선된 사슬로 나눌 수 있다(Fig. 2). 전통적인 가치사슬은 농가에서 수집상 을 거쳐 이중도정(double milling)시스템 즉 현미 도정업자, 백미 도정업자를 거쳐 도매상, 소매상, 국내외소비자에게 판매되는 흐름을 따른다(Anh et al., 2020). 백미 도정업자의 경우, 도정 후 수출업자에게 직접 판매하기도 하는데, 2단계의 도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품질 표준화 및 고급화와 고부가 가치 쌀 수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Demont and Rutsaert, 2017). 개선된 가치사슬은 수집상이 도정 후 수출업자에게 공급하거나 종자회사에서 기술지원을 동반하여 계약재배한 후 수매하여 수출업자나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규모 도정업체는 설비나 재정적으로 열악하여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Anh et al., 2020).

가치사슬과 연계된 생산부문의 문제점을 살펴보면(Jenkins, 2020), 첫째로 농업인들이 소득향상을 위해 고소득 작물로 전환함에 따라 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보급종의 순도가 낮아 품질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 많은 농가는 보급종의 성능 불신으로 자가채종 종자에 의존하고 있다. 셋째로, 신품종 육성을 수출 위주의 다수성 및 일대잡종에 주력하고 있어 농민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느슨한 품종보호권 문제도 있는데, 이는 육종가의 권리보호와 신품종의 등록 기준 미비 및 종자보급 체계에 따르지 않는 조기보급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이유로 메콩이나 홍강 삼각주 이외의 지역에서는 종자판매상이 국제 미작연구소에서 개발된 IR 계통과 중국 수입품종을 취급하기도 하며 수입품종의 경우 품질보증과 재배기술 지원이 병행되기 때문에 농가에서 선호하고 있다. 네 번째 문제점은 열악한 농촌지도 시스템으로 신기술이나 신품종의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수입 농약과 비료는 국영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일반 농민이 접근하기 어려우며, 이로 인해 암시장이나 밀수품에 의존하게 되어 환경 및 건강에 대한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Demont and Rutsaert, 2017). 관개 시스템은 정부보조를 받고 있지만 관개회사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적자를 보고 있으며 사용료는 실제 사용량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부과되어 농민들은 이를 나누어서 분담하는 것이 경영수지를 악영향을 미친다. 영세농은 은행 대출이 어려우며 작기와 무관한 상환체계 또한 생산부문 가치사슬이 가진 문제점이다(Purcell, 2012).

유통 정책의 문제점으로는, 수집상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로 유통마진이 적으며 소규모 민간 도정업자는 정조를 현미로 도정한 후, 이를 대규모 백미 도정업자에게 판매하는 체계가 자리 잡고 있어 품질 표준화가 어려워 고품질 쌀 생산과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Demont and Rutsaert, 2017). 이중도정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생산된 쌀 중자가 소비 비중이 36%로 높고, 민간 대형 도정업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은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조를 농가로부터 직구매하여도 시설유지비 같은 도정비용이 많이 들어 이익이 적다(Anh et al., 2020). 2010년 정부는 소규모 농가들을 계약 재배로 연결하는 ‘Small field large farm’ 모델을 장려하기도 하였다(Ngyuyen and Dao, 2018).

수출업체는 주로 관영회사가 운영하는데 지방 관영업체는 베트남식품주식회사(Vietnam food cooperation, VINAFOOD) 를 통해서 1년 전에 선구매 계약을 해야 하므로 가격 변동과 물량확보 애로 등으로 재정이 악화될 수가 있다. 한편, 민간 업자는 필요 자금의 70%만 융자를 받을 수 있어 자본력이 취약하며 영세 도정업자는 저장시설이 열악하여 판매업자는 양질의 쌀을 수요량만큼 구하기 힘들다. 또한, 수출가격은 국제시장가격을 기반으로 하고, 국내가격은 생산비를 기준으로 하여 가격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국내가격이 수출가보다 높아지기도 한다. 수출량은 계절적인 요인보다는 국제적 수요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수출이 둔화되면 국내 쌀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주요 문제점이다(Purcell, 2012).

쌀 교역

2019년 기준 베트남의 쌀 수출량은 6.36백만 톤으로 세계 15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필리핀, 말레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교역국이다. 수출량은 전체 생산량의 약 30%에 달하며 메콩 삼각주에서는 생산량의 70%를 수출한다(Tu et al., 2020). 한편, 수출량과 수출액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지만, ‘Jasmine rice’나 ‘Basmati’와 같은 대표 브랜드가 없어 수입국의 브랜드나 다른 상표로 판매되기도 한다. 또한 베트남 쌀은 수출시장에서 5%와 25% 동할미(broken rice) 포함 등의 등급으로 거래되어 저급 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중도매상 구조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Tuyet, 2015). 비료나 살충제의 오⋅남용 및 농업인들의 교육이나 지도 부족으로 인해 품질관리가 어려워 수출시 거절되거나 통관지연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Minh and Tu, 2020). 베트남 정부는 식량안보 확보 및 환경보존을 위하여 2040년까지 수출량을 710만 톤에서 400만 톤까지 줄일 계획이며 저품질 쌀 비중을 2025년까지 15%, 2030년까지 10%로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이 목표의 달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Hai, 2012). 베트남은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이지만, 수확기에는 하루에 천 톤 이상의 쌀을 수입하기도 한다(Purcell, 2012). 연간 백만 톤 이상의 벼가 도정 시설이 열악한 캄보디아 남동부 접경지역인 ‘Takeo’에서 면세로 수입되어 도정되고 있으며(VFA, 2011), 메콩삼각주에서 최대 쌀생산지인 ‘An Jiang’ 수입된 쌀은 국내 도매업자나 수출업자에게 판매된다. 캄보디아로부터 쌀 수입이 이루어지는 주요 이유로는 대도시 소비자들이 캄보디아산 고품질 및 향미를 선호하기 때문이며 베트남 남동지역 농민들이 캄보디아에 토지를 임차에 하여 수입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가격 차이도 수입을 조장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 캄보디아산 정조는 같은 등급의 베트남산 보다 저렴하며, 수입 후 도정 과정을 거쳐 베트남산에 비하여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Anh and Tinh, 2020). 캄보디아는 수확기가 베트남보다 1∼ 2달 늦어 도정공장을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양국간의 도정 능력 차이도 중요한 요소이다. 베트남은 도정업체수가 캄보디아에 비하여 200배 이상 많으며 국제규격을 맞출 수 있는 회사도 150개로 약 4배 많아 캄보디아의 가공능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VFA, 2012).

결 론

지난 40년간 베트남의 벼 생산량은 약 3배 증가하였으며,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약 6톤/ha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재배 면적은 2017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으며, 이는 기상재해, 병해충 발생, 및 고소득 작물로의 작목전환 등으로 인한 생산과 가격 불안정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Purcell, 2012). 식량안보는 베트남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생산 및 인프라 개선 등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혜택은 지역별 편차가 심하며 빈곤층은 쌀 부족을 겪고 있다 (Hai, 2012). 벼 산업의 가치사슬과 연관된 제한 요인으로 생산부문에서는 영농규모의 영세성, 신품종과 기술보급 미흡으로 인한 생산성과 품질이 저조 등이 있다. 유통 부문에서는 도정업체의 영세성, 이중도정시스템으로 인한 가격상승의 요인 및 수집상의 영세성과 유통업자의 낮은 마진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출 부문에서는 정부의 수출가격 관리와 선구매 제도에 따른 직접 손실과 국내 쌀값 변동 및 브랜드 부재와 저가미로 인식되어 경쟁력이 낮은 것이 주요 문제점이다. 또한 연간 백만 톤에 이르는 남동부 국경을 통한 수입에 따른 국내 쌀가격도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베트남의 벼 가치사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의 베트남 쌀 산업 진출을 위해서는 종자 판매와 병행한 기술지원 및 계약재배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계약재배를 통한 벼 생산은 기술지원으로 고품질 쌀 생산이 가능하고 도정이나 저장에서 발생하는 품질 저하도 줄일 수 있다. 베트남에서 동남아 지역 쌀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서는 생산-도정-유통이 연계된 사업 구상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의 종자 보급 시스템과 KOPIA 센터 등과 연계한 재배기술 지원 및 대규모 시범단지 조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수출 보다는 대도시 소비자들의 고품질 및 향미 선호에 초점을 맞춰 홍보 강화와 브랜드 창출 등 마케팅에 주력하여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적 요

베트남의 벼 산업의 가치사슬의 문제점과 국내 기업의 진출방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