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화석연료의 대량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8.5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말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5.7°C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다(Korea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2012). 최근 잦은 폭설, 한파 및 이상기상 등 기상 이변이 빈번하여 동계작물인 맥류의 안 정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개발이 필요하나, 국내에서는 이상기 상에 대한 맥류 동해 피해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으며 (Koo et al., 2003; Koo et al., 2007), 온난화에 따른 생육, 수량 및 품질변화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고온 스트레스는 저온, 염, 수분 스트레스 등과 같이 주요 환경 스트레스 중 하나로서 작물의 생육에 영향을 미쳐 최종 적으로 식량의 생산량을 감소시킨다(Boyer, 1982). 특히 밀의 생식단계 또는 개화 후 성숙되는 기간의 고온 스트레스는 심 각한 수량 감소를 일으킨다(Hays et al., 2007). 지구온난화가 진전됨에 따라 발생하는 등숙기 고온은 등숙 관련효소의 활성 에 영향을 미쳐 등숙 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등숙 기간을 단축시킨다(Lee et al., 2016). 등숙 기간이 단축되면 동화산물 의 축적이 감소되며, 이때 증가된 등숙속도가 이를 보상하지 못하여 전분합성 저해 및 종실중의 감소를 일으킨다(Liu et al., 2011; Tashiro & Wardlaw, 1989). 게다가 생식생장 초기의 고온은 생식 과정에 손상을 입혀 화분관 성장과 수정을 방해 하고 결국 불임을 일으킴으로써 종실 수량을 감소시킨다(Innes et al., 2015). 또한 고온 스트레스에 따른 반응으로 엽록소 분 해효소의 활성 증가, 광합성 색소 감소 등으로 광합성 효율이 감소된다. 이는 탄소대사에 영향을 주며(Sharkey & Zhang, 2010; Todorov et al., 2003), 결국 탄소대사 저해로 인해 전 분 합성은 감소하지만(Yamakawa et al., 2007), 단백질의 합 성은 전분합성에 비하여 고온 스트레스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 므로(Bhullar & Jenner, 1985), 종실 내 전분, 단백질, 지질 함량 등의 변화에 따른 전분의 호화특성 변화가 예상된다 (Chang & Jung, 1994; Jilal, 2011).
본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밀 등숙기의 평균기온 상 승에 따른 종실의 형태 및 품질특성 변화를 예측하고자 등숙 기간 중 서로 다른 평균온도별 고온처리를 실시하였고, 그에 따른 종실의 형태적 및 이화학적 특성을 비교, 분석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식물체 재배 및 온도처리
이 실험에 사용된 품종은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금 강밀이었다. 종자는 2016년 1월 15일에 2일간 최아시킨 후 육 묘 트레이에 파종하여 4°C에서 4주간 춘화처리한 다음 인공기 상조절 식물생육상(Conviron, Canada)에서 1주간 평균기온 7.5°C(최고 10°C/최저 5°C), 일장 11시간, 2주간 10°C(최고 15°C/최저5°C), 일장 12시간으로 재배하였으며, 온도 처리를 위 해 1/5000 a Wagner pot에 이식하여 인공기상동의 정밀유리실 로 이동시켰다. 등숙기에 고온처리하기 전까지의 생육환경은 온도 15°C(최고20°C/최저10°C), 일장 13시간으로 유지하였고, 출수 후부터 수확기까지의 등숙기 평균기온은 대조구의 경우 전주 지역의 최근 40년간의 평균온도인 18.3°C를 기준으로 설 정하였고, 기온 상승 시험구의 경우 RCP 4.5 시나리오에 따른 전북 지역의 21세기 중반기(2041-2070년) 연평균기온 1.6°C 상승 전망(Korea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2012)을 감 안하여 19.9°C(1.6°C 상승 처리구), 21.5°C(3.2°C 상승 처리구) 로 설정하였으며, 등숙기 일평균기온은 Fig. 1과 같다. 시비는 N-P2O5-K2O: 8.0-6.9-3.1 kg 10a-1을 기준으로 각 1/5000 a 포트별로 시비하여 성숙기까지 재배하였으며, 성숙기는 포트별 90% 이상의 이삭이 이삭목까지 황화한 날을 기준으로 하였다.
종실 형태적 특성 조사
천립중은 각 처리별 종실 1,000립씩을 무작위로 선별 후 3반복씩 무게를 측정하여 조사하였다. 종실의 길이와 폭은 20립씩을 무작위로 선별 후 Mitutoyo Digimatic Caliper (Mitutoyo, Japan)를 이용하여 종실 길이와 폭을 측정하였으며, 수당영화수와 수당립수는 이삭 20개씩을 무작위로 선별 후 조 사하였다. 결실률은 수당립수를 수당영화수로 나눈 백분율로 환산하였다.
종실 이화학적 품질 특성 분석
종실 침출액의 전기전도도는 전기전도도계(Thermo Electron, US/Orion 4-star, USA)를 사용하여 종실 5 g을 30 mL의 증 류수에 침지시켜 6시간 후에 측정하였다. 측정 전 표준용액으 로 전기전도도 및 pH를 보정하였고 수온은 25°C로 자동 보정 하여 계산하였다. 전기전도도 측정 시 침출액을 균일하게 혼 합하기 위하여 10~15초간 플라스크를 가볍게 흔든 후 전기전 도도 전극을 용액에 담가 시료마다 10분 간격으로 실시하였다.
조단백질 함량은 종자를 분쇄한 시료 0.25 g을 Elementar Analyzer System(Vario MACRO, Germany)을 이용하여 분석한 총 질소함량 값과 켈달장치를 이용하여 분석한 값을 비교하여 보정계수를 구하고 그 값을 각 분석 값에 곱하여서 구하였다.
전분함량은 Total starch assay kit(Megazyme, Ireland)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쇄한 시료 0.1 g을 칭량하여 80% ethanol 5 mL를 처리하여 maltodextrin과 glucose 제거하였고 1 mL dimethyl sulfoxide를 넣고 끓는 물에서 5분간 가열하 여 저항전분 제거 과정을 거친 후, 전분을 분해하여 발색반응 으로 glucose함량을 510 nm 파장에서 측정하였다.
아밀로스는 Juliano(1971) 방법에 의하여 분석하였다. 분쇄 한 시료 0.1 g을 칭량 후 95% ethanol 1 mL와 1 N sodium hydroxide를 첨가, 끓는 물에서 10분간 가열하여 호화시켰으며, 1 N acetic acid 1 mL를 첨가하고 2 mL iodine-potassium iodide 용액과 첨가하여 발색반응을 일으킨 뒤 620 nm에서 흡광 도를 측정하였다. 아밀로스 함량은 amylose from potato (Sigma- Aldrich, USA)를 이용하여 표준곡선을 작성하여 구하였다.
전분 호화 특성은 알칼리 침지법(Yamamoto et al., 1973)을 이용하여 분리한 전분을 사용하였다. 종자를 분쇄한 시료 100 g에 3배의 0.2% NaOH 용액 300 mL를 가하고 24시간 동안 교반하여 100과 200 mesh 체를 차례로 통과시킨 후 거 른 용액을 50 mL 원심분리 튜브에 나눠 넣고 3,000 rpm으 로 10분간 원심분리하였다. 상등액을 버리고 침전물 위에 노란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침전물을 0.2% NaOH 용액 으로 2회 반복 처리한 다음 증류수로 중성이 될 때까지 씻 어 정제된 전분을 얻었다. 전분은 실온에서 2일간 건조한 후 분쇄하여 100 mesh 체를 통과시켰다. 분리한 전분 시료 3 g을 Rapid-Visco Analyser(Newport scientific model RVA-4, Australia)를 이용하여 peak viscosity(최고점도), trough viscosity(최저점도), breakdown(강하점도), setback(치반 점도), final viscosity(최종점도)를 측정하였다.
통계분석
모든 실험은 3회 이상 반복하여 결과 값을 평균값으로 나타 내었다. 각 실험결과의 통계분석은 SAS 9.2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산분석을 하였으며, p < 0.05 수준에서 Duncan의 다중범위 검정으로 처리 간의 유의성을 검정하였다. 밀 종실 의 이화학적 특성 간 상관분석은 Pearson 상관계수를 사용하 여 상관관계와 유의성을 검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등숙기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밀 등숙 기간과 종실의 형 태적 특성 변화
등숙기 평균기온 상승 처리에 따른 성숙까지의 기간 및 종 실의 형태적 특성 차이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1에 나타낸 바 와 같다. 출수부터 성숙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기온 18.3°C 조 건(대조)에서 처리된 시험구는 45일 소요된 반면, 평균기온 19.9°C(+1.6°C) 및 21.5°C(+3.2°C) 조건에서 처리된 시험구는 각각 42일 및 39일이 소요되어, 처리온도가 높을수록 성숙기 간은 단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벼와 밀의 경우 고온에 따른 등숙기간의 단축을 등숙속도의 증가가 만회하지 못하여 종실 중이 감소한다고 하였는데(Tashiro & Wardlaw, 1989), 본 실 험에서도 Table 1에 나타낸 바와 같이 대조구에서는 천립중이 48.7 g, 1.6°C 상승 처리된 시험구의 천립중은 47.7 g, 3.2°C 상승 처리된 시험구의 천립중은 45.5 g으로 나타나 온도가 높 아 등숙기간이 단축될수록 천립중은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 다. 종실의 길이는 처리온도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종실의 폭은 처리온도에 따라서 폭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 였다. 천립중과 종실 폭의 이러한 차이는 보리 종실로 연구한 Lee et al. (2016)의 결과와 유사하였는데, 기온이 상승하면서 종실의 수분이 감소함에 따라, 종실의 크기가 감소하는 유숙후 기부터 황숙기까지의 시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때 전분축적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고온등숙 처리의 수축 정도가 더 컸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수당영화수와 수당립수는 3.2°C 상승 처리된 시험구에서 대조구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결실률은 처리온도가 높을수록 다소 감소하는 경향은 있었으 나, 수당영화수와 수당립수가 함께 비슷한 비율로 감소하였기 때문에 처리온도에 따른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다.
등숙기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밀 종실의 이화학적 특성 변화
고온처리에 따른 전분 호화 특성 분석 결과(Table 2), 최고 점도는 대조구에서 238.5 RVU로 나타났으나, 3.2°C 상승 처 리된 시험구는 245.6 RVU로 나타나 처리온도가 높아 등숙 기간이 짧아질수록 최고점도가 높아졌으며 최저점도와 최종점 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강하점도는 반대로 처 리온도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양상을 보여 등숙기 기온 상승에 따라 열과 전단에 대한 저항성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치반점도는 처리온도가 높을수록 높아졌는데 기온 상승에 따 라 노화 정도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변화 양상 에 대한 원인구명을 위해 종실 용출물의 전기전도도, 전분 함 량, 아밀로스 함량, 조단백질 함량을 분석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처리온도가 증가할수록 종자 침출물의 전기전도도와 조 단백질 함량이 증가한 반면, 전분과 아밀로스 함량은 감소하 였다. 전기전도도는 고온 처리에서 대조구보다 유의하게 높았 다. 이는 과산화지질 및 지질막 유동성의 증가로 인한 세포막 손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Lee et al., 2016). 종 실 성분 중 전분 비율은 등숙 기간이 45일이 소요된 대조구에 서는 62.9%였으나, 등숙 기간이 39일로 단축된 3.2°C 상승 처리된 시험구에서는 52.1%로 함량이 10.8% 감소하였다. 이 는 등숙 기간 단축에 의해 전분 함량이 감소된다고 보고한 Liu et al. (2011) 및 Lee et al. (2016)의 실험과 유사한 실 험 결과를 보였다. 또한 아밀로스 함량 변화는 3.2°C 상승 처 리된 시험구에서 대조구에 비해 5.4% 감소하여 Chun (2009), Rakszegi (2015) 및 Sim (2015)의 결과와 같이 감소하는 경 향을 보였으며, Lee et al. (2016)의 실험보다 등숙 기간 단축 에 따른 감소의 폭이 컸다. Yamakawa (2007)의 보고에 의하 면 등숙기 고온은 아밀로스 함량을 반면 종실 성분 중 조단백 질의 비율은 대조구에서 12.0%였으나, 3.2°C 상승 처리된 시 험구에서는 13.7%로 등숙 기간이 6일 단축되었을 때 함량이 1.7% 증가하여 전분 비율과는 반대로 등숙 기간이 단축될수 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Bhullar & Jenner (1985)와 Lee et al. (2016)의 보고에 의하면 단백질 합성이 고온스트레스에 둔감하여, 고온등숙 처리 조건에 따른 단백질 함량 차이는 거 의 없었지만, 전분 합성은 단백질 합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 온스트레스에 민감하여, 전분 함량이 감소되었기 때문에 전체 종실 구성성분 중 단백질의 상대적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판 단되었다. 단백질과 전분과의 젤 네트워크 등 상호작용은 종 자 품질특성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uliano et al., 1965; Saleh & Meullenet, 2007). 고온처리 에 따른 밀 종실의 이화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지표 간 상관관 계를 분석한 결과 (Table 4), 종실 용출물의 전기전도도는 조 단백질 함량, 최고점도 및 최저점도와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 였고 전분, 아밀로스 함량 및 강하점도와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조단백질 함량은 전기전도도와 유사하게 전분, 아밀로 스 함량 및 강하점도와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 반면 최고점 도, 최저점도, 최종점도 및 치반점도와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 였다. 이와는 반대로 전분 함량은 아밀로스 함량 및 강하점도 와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 반면 최고점도, 최저점도, 최종점 도 및 치반점도와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단백질 함 량이 최고점도 및 최저점도와 정의 상관관계가 있고, 아밀로스 함량이 최고점도, 최저점도 및 최저점도와 부의 상관관계가 있 다고 보고한 Chun (2009)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고온 조건에 서 등숙 시 당을 전분으로 합성하는 효소 작용에 변화가 일어 나 아밀로스 함량이 감소하고 찰기를 증가시키는 아밀로펙틴 함량이 증가함에 따라 최고점도, 최저점도 및 최종점도가 증가 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고온 처리에 따른 광합성 저해 및 등숙 기간 단축의 영향으로 발생한 전분, 아밀로스 및 조단백질 함 량의 변화는 호화점도 특성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며, 고온 처리에 따른 이화학적 특성 변화와 상관관계를 나타낸 종자 침출물의 전기전도도 변화에 대한 원인구명을 위 해 등숙 시기별로 이화학적 특성 및 산화스트레스의 경시적 변 화 분석 등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적 요
지구온난화에 의해 밀 등숙기의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종실 의 형태 및 품질특성 변화를 예측하고자 인공기상시설을 이용 하여 등숙 기간 중 서로 다른 평균온도별 고온처리를 실시하 였고, 그에 따른 종실의 형태적 및 이화학적 특성을 비교, 분 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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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도에 따른 등숙 기간은 평균기온 18.3°C 처리구(대조) 에서 45일, 21.5°C 처리구(3.2°C 상승)에서는 39일이 경과하는 등 처리온도가 높을수록 단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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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립중, 종실의 폭, 수당영화수, 수당립수는 고온처리에 따라 감소하였지만, 종실의 길이와 결실률은 처리온도에 따른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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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온처리에 따른 전분 호화 특성에서 최고점도는 처리온 도가 높아 등숙기간이 단축될수록 점도가 높아졌으며, 최저점 도, 최종점도, 강하점도 등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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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온처리에 따라 등숙 기간이 6일 단축되었을 경우 전분 및 아밀로스 함량은 각각 10.8%, 5.4% 감소하였고, 조단백질 함량은 1.7%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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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온처리로 인한 밀 종실의 전분 함량은 아밀로스 함량 및 강하점도와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 반면 종실 용출물의 전기전도도, 조단백질 함량, 최고점도, 최저점도, 최종점도 및 치반점도와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