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1970년대 통일벼를 육성하여 주곡의 자급달성을 이룩한 이래 국내 벼 품종 개발은 밥쌀용 위주에서 기능성이나 가공 적성을 가진 품종으로 다각화되어 왔다. 2000년 이후에는 밥쌀 용 품종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수량성보다 품질과 식미가 우 선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쌀의 품질은 외관적인 품질과 이화학적 품질로 나눌 수 있는데 시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 는 외관적 품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품종, 재배조건, 수확 후 관리 및 도정방법 등이 있다(RDA, 2002). 이화학적 품질 요인으로는 전분의 호화정도, 아밀로스 및 단백질 함량 등이 있으며 식미는 품종이나 재배조건 뿐만 아니라 이화학적 성분 과 취반방법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Hong et al., 2004). 한편 밥을 하면 취반과정 중에 수분이 쌀알 내로 흡수 되면서 전분이 팽윤하고 호화되는 과정을 거쳐서 쌀알의 팽창 이 일어나며 밥의 외관이나 질감 등이 변하게 된다. 쌀의 취반 특성은 품종이나 취반방법에 따라 식미뿐만 아니라 가공 특성 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 바 있다(Woo et al., 2018, Choi et al., 2012). 미립의 형태나 취반 후 모양은 문화에 따라 다양 한 기호성을 가지며 인도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인디카형 벼를 재배하는 지역에서는 취반 시 미립의 길이가 많이 늘어나는 것 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houdhury, 1979). 이에 따른 품종개발 연구도 수행되고 있는데 인디카형 고품질 품종인 ‘Basmati370’을 개량하여 취반 시 쌀알의 길이가 2.5배 늘어나 는 ‘Pusa Basmati1121’이 육성된 바 있다(Singh et al., 2018). 취반 시 미립의 신장은 수분 흡수량과 높은 정의 상관이 있으 며 미립내의 전분립 배열이나 크기(Sood et al., 1983, Irshad, 2001)도 미립의 체적 변화(Irshad, 2001)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취반 시 미립의 신장은 한개 또는 두 개의 주동 유전자의 지배를 받으며(Golam et al., 2004) 8번 염색체의 장완(long arm)에 존재한다고 보고된 이래(Ahn et al., 1993) 2, 6, 11번 염색체에 추가적인 QTLs(Quantitative traits loci) 이 밝혀진 바 있다(Ge et al., 2005). 수분흡수와 관련된 QTLs은 염색체 2번과 6번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고되었으며 (Ge et al., 2005) 분자육종을 위한 SSR(Simple sequence repeat)마커가 탐색되었다(Mohamad et al., 2005).
장립형 품종을 먹는 나라의 경우 취반 시 부피의 팽창에 대 한 선호도는 소비층에 따라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첫 번 째로 고소득층의 경우 길이가 긴 쌀은 고품질이라는 인식이 있어 선호하며 저소득층의 경우는 길이가 긴 쌀은 적은 양의 쌀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점으로 선 호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Choudhury, 1979). 최근 들어 우리 나라는 경제 성장과 식생활 패턴의 서구화로 인하여 청·장년 층 뿐만 아니라 아동층의 비만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Kim and Choi, 2012). 본 연구에서는 적은 양의 쌀로서 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다이어트용 벼 품종 개발을 목표로 먼저 교배모본 탐색을 위하여 국내 및 유럽 육성 자포니카 벼 품종을 대상으로 취반 후 품종별 미립신장율의 변이와 체적변 화를 분석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시험재료
본 실험에는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분양받은 국내 육성 자포 니카 및 통일형 벼 25품종과 일본 도입 벼 2품종 및 경북대 학교 군위실습장에서 표준재배법으로 재배된 유럽 육성 벼 38 품종을 사용하였다(Table 1). 취반 후 미립의 신장 정도를 조 사하기 위하여 분양받은 품종의 정조 수분함량을 15%로 조정 한 다음 현미(Yamamoto, FC2K)와 백미(Yamamoto, Ricepal 32)를 조제하였다.
2. 미립의 신장 정도 조사
취반 후 미립의 신장 조사는 Juliano and Perez(1984)의 방 법을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먼저 품종별 완전미 10립을 유리 시험관(2×15 cm)에 넣고 증류수 1 ml을 첨가한 다음 25분 간 불린 후 90°C 항온수조에서 0~25분간 배양하였다. 배양 후 미립은 찬물에 가볍게 세척한 다음 필터페이퍼에서 잉여 수분 을 제거한 후 실험에 사용하였다. 백미와 취반된 미립의 장과 폭은 온전한 미립을 선별 후 처리 당 10립씩을 실체현미경 (Olympus, SZ10)을 이용하여 측정된 픽셀값을 실제 길이로 환산하여 구하였다. 미립의 신장 정도는 미립신장율(Farhan and Charanjit, 2017)과 신장지수(Pilaiyar, 1988)로 아래와 같 이 계산하여 평가하였다.
미립신장율(Kernel elongation ratio);
(Kc : 취반 후 미립의 길이 및 폭, Ku : 취반 전 미립의 길 이 및 폭)
미립신장지수(Kernel elongation index);
(L2 : 취반 후의 미립의 길이, W2 : 취반후 미립의 폭, L1 취반 전 미립의 길이, W1 : 취반 전 미립의 폭)
결과 및 고찰
1. 취반 시간에 따른 자포니카 및 인디카 벼의 미립 신장 비교
취반 시간에 따른 미립의 신장 정도와 적정 취반시간을 알 아보기 위하여 국내 육성 자포니카 품종인 ‘일품’과 ‘동진’ 그 리고 인디카 품종인 ‘IR64’와 ‘Jasmine85’의 백미를 90°C 항 온기에서 0~25분간 배양하면서 5분 간격으로 미립의 신장 정 도를 조사하였다(Fig. 1). 미립의 신장 증가율은 시간이 경과 함에 따라 둔화되었지만 모든 품종에서 입장과 입폭이 배양시 간이 길어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었다. 한편 25분 이상 배양 하였을 때는 미립이 지나치게 팽화하고 부서져 미립의 신장율 을 조사하기 위한 적정 배양시간은 20분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미립의 신장율 조사를 위한 적정 취반시간은 10~30분으로 다 양하고 보고되고 있는데(Julian and Perez, 1984, Golam et al., 2015), 적정 취반시간은 아밀로스 함량과 부의 상관을 가 지며(Farhan and Charanjit, 2017) 호화온도가 높을수록 길어 진다고(Juliano and Perez, 1983) 보고된 바 있다.
2. 국내 및 유럽 벼 품종의 미립 신장성
취반 시 국내 육성 자포니카 및 통일형 품종과 유럽 육성 자포니카 품종의 미립 신장율 비교를 위하여 먼저 취반 전 백 미의 장폭비를 조사한 바(Fig. 2) 국내 자포니카 품종이 장폭 비가 1.75로 가장 짧았으며 인디카형 대조품종은 약 4.3으로 가장 높았다. 유럽 품종의 평균 장폭비는 약 2.2로 국내 품종 보다 높았으며 통일형 품종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들 품종 의 취반 전 백미의 길이는(Table 2) 국내 품종이 4.46 mm로 가장 짧았으며 인디카 품종은 6.76 mm로 가장 길었고 통일형 (5.17 mm)과 유럽 벼(5.72 m)로 비슷하였다. 입폭의 경우 유럽 벼는 2.71 mm로 국내 품종 및 통일형과 비슷하였으며 인디카 품종은 1.73 mm로 가장 짧았다.
20분 간 취반 후 미립의 길이 방향 신장율은 국내 품종이 평균 192.4%(8.57 mm)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통일형 품종으 로 171.4%(8.88 mm)였으며 인디카 품종의 경우 취반 후 미립 길이는 10.57 mm로 가장 길었지만 신장율은 157%로 유럽 품 종(8.92 mm)과 비슷한 경향이었다(Table 2). 인디카 품종인 Basmati370의 취반 후 미립 신장율은 142%로 보고된(Singh et al., 2005) 바 있으며 Sing et al.(2012)도 IR64를 포함한 38품종의 인디카 벼 유전자원의 미립신장율은 118~157%였다 고 하여 본 실험의 결과와 비슷한 경향이었다.
입폭의 신장율은 국내 자포니카 품종 및 통일형, 인디카 품 종이 약 154~156%로 비슷하였으며 유럽 벼는 약 144%로 다 소 낮은 경향으로 취반 후 미립의 신장율은 국내 자포니카 품 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반 시 미립의 신장은 수 분 흡수량과 정의 상관이 있으며(Sood and Siddiq, 1986), 단 원립이나 중립형 품종은 장립형 품종보다 수분흡수율이 높다 고 보고(Hogan and Plank, 1958)된 바 있다. 아밀로스 함량 의 경우 미립의 신장과 정의 상관이 있다고 알려져(Saika and Bains, 1993) 있으나 상관이 없다는 연구결과(Vanaja and Babu, 2003)도 있으며 최근에는 부의 상관(Khatoon and Prakash, 2007)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이들 연구는 모두 인 디카형 품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자포니카형 벼를 대상으 로 아밀로스 함량과 미립 신장율 간의 상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립 신장지수를 보면(Table 3), 국내 품종이 평균 1.23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유럽 품 종과 통일형 품종은 1.1로 비슷한 경향이었고 인디카형 품종 은 0.95로 다소 낮게 나타났다. 미립 신장지수는 취반 전·후의 장폭비를 비교한 것이어서 국내 품종은 취반 후 체적 증가율 이 상대적으로 유럽 품종이나 인디카형 품종보다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유럽 품종은 장폭비가 2~3 사이로 단원립인 국내 품종보다 길이가 긴 중립 또는 중장립으로 분류되는 ‘medium’ 또는 ‘long A’에 해당한다(Yi, 2017).
품종군 별 취반 후 미립의 신장율 분포도를 보면(Fig. 3) 국내 품종은 190~200%에 속하는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 며 유럽 품종의 경우 150~160%로 국내 품종보다 낮았다. 국 내 품종 중 취반 후 미립의 신장율이 가장 높았던 품종은 ‘드 래찬’, ‘오대’, ‘삼광’ 등 9 품종이었고 낮았던 품종은 ‘남평’, ‘운광’ 및 ‘아로미’였다(Table 4, Fig. 4). ‘아로미’의 경우 교 배모본 중 한 편친이 인디카형 품종인 ‘Princess sari’가 사용 되어 미립의 신장이 인디카형 특성을 닮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일본에서 최고식미 품종으로 알려진 ‘Koshihikari’의 경 우 취반 후 미립의 신장율이 가장 낮은 그룹에 포함되었는데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금후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 으로 판단된다. 유럽 벼는 터키 품종인 ‘Hamdazere’가 210% 로 평균 신장율이 가장 높았으며 이탈리아 품종인 ‘Musa’, ‘Elio’ 및 ‘Nembo’도 신장이 많이 일어났고 적었던 품종은 ‘Onice’ 등 7품종이었다.
이상에서 보면 국내 자포니카 벼의 경우 취반 시 미립의 신 장과 체적 변화가 통일형이나 유럽 육성 자포니카 및 인디카 품종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고 변이의 폭도 넓게 나타났다. 취 반 시 미립의 신장에 관여하는 요인은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특히 유전력이 높다고 보고(Ashish et al., 2007)된 바 있다. 그러나 취반 시 미립의 신장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인디카형 벼 위주로 이루어졌으며 (Golam and Zakaria, 2012) 자포니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립의 신장은 식미뿐 만 아니라 가공 특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자포니카 벼의 미립 신장에 대한 연구도 금후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 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품종들은 미립 신장이 높은 품종 육 성에 교배모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유 럽 품종의 경우 국내 품종과는 유전적 다형성이 많고 재배적 으로도 우수한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고된 바(Yi, 2020) 있어 교배모본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금 후 취반 시 체적의 변화가 큰 품종이 개발된다면 적은 양의 섭취로도 포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용 쌀로서의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적 요
적은 양의 쌀 섭취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다이어트용 벼 개발을 위한 교배모본 탐색을 위하여 국내 육성품종과 유 럽 벼의 취반 후 미립의 길이 신장 및 체적변화를 조사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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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반 시 미립의 길이방향 신장율은 국내 육성 자포니카 품종이 192.4%(8.57 mm)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통일형 품종 (171.4%, 8.88 mm)이었으며 유럽품종과 인디카 품종은 157% 로 비슷한 경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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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립의 신장지수는 국내 자포니카 품종이 1.23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유럽품종과 국내 통일형 품종은 비슷한 경향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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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품종군 별 취반 후 미립의 신장율 분포는 국내 자포니카 품종의 경우 190~200% 구간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유럽품종은 150~160% 구간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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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내 육성 품종 중 취반 후 미립의 신장율이 높았던 품 종은 ‘드래찬’, ‘오대’, ‘삼광’ 등 9품종이었으며 낮았던 품종 은 ‘남평’, ‘운광’ 및 ‘아로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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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럽 품종은 터키 품종인 ‘Hamdazere’가 210%로 미립의 신장율이 가장 높았으며 이탈리아 품종인 ‘Musa’, ‘Elio’ 및 ‘Nembo’도 180% 이상의 신장율을 나타내었다.